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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Jun 07. 2023

인간은 4만 년 전에도 음악을 사랑했다.

고대(1)-메소포타미아

4만 년 전 음악의 흔적

최초의 문명은 기원전 약 5,000년경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제목은 왜 4만 년 전이냐고? 바로 이 뼈피리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41,000년이 넘은 뼈피리 ㅣ 출처: 위키백과

음악은 비영구적이다. 콧노래를 부르다가도 멈추면 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음악은 글처럼 어디에 기록해서 공유하는 것도 아니고 노래 부르면서 즐기면 끝인,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시간예술이다. 이런 특성을 가진 음악이기에 현대의 우리들은 음악의 역사를 추측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런 의미에서 저 뼈피리의 발견은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고대 사람들이 노래만 부른 것이 아니라 악기를 만들어서 연주까지 했다는 아주 확실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 뼈피리 다음으로 남겨진 음악적 증거는 2,60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벽화인데 몇 만년을 훌쩍 뛰어넘은 시간의 빈자리는 음악의 비영구적인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최초의 문명, 메소포타미아

메소포타미아의 존재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어느 역사서를 펴보아도 가장 처음에 등장하고, 박물관에서 특별전도 하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도 재미있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경험들이 있어서 그런지 메소포타미아 하면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이 세트로 떠오른다.

티그리스강(초록)과 유프라테스강(빨강) / 구분이 용이한 오른쪽 지도에 다시 표시해보았다.

우리나라와 어느 정도 멀리 떨어져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해당 구역까지 확대해 보았다. 초록색 선이 티그리스강, 빨간색 선이 유프라테스강이다. 두 강이 이라크뿐만 아니라 시리아, 튀르키예, 쿠웨이트, 이란까지 포함하는 영역인 것을 보아하니 메소포타미아는 굉장히 넓은 영토를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원전 5,000년경부터 기원전 600년경까지를 고대 메소포타미아로 분류하는데, 이 시기는 구리 같은 금속을 처음 시작했던 시기부터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를 포함한다. 점토판에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해 기록하던 사람들은 청동기 시대가 되자 종이나 방울 같은 금속 악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깨지기 쉬운 재질로 만들어져 현존하는 것은 없지만 현재까지 남아있는 벽화 덕분에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메소포타미아 음악

기원전 2,50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벽화(가운데: 악기를 연주하는 남성, 오른쪽: 여성가수)ㅣ 출처: 위키백과

벽화에는 악기뿐만 아니라 음악을 연주하는 다양한 상황도 그려져 있다. 몇만 년을 거슬러 이제야 벽화와 유물 같은 증거들이 나타나다니. 숨통이 살짝 트이는 느낌이다. 기록과 그림을 조합해 보니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에게 음악은 매우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결혼식, 장례식, 군대행진, 종교적 의식 등 중요한 장소에서 음악이 쓰였고 단순히 자신들이 즐기기 위해서 음악을 연주하기도 했던 것이다. 리라와 하프 같은 현악기도 있었고 피리, 북, 심벌즈 같은 다양한 악기들도 활용되었다.


초기의 작곡가

엔헤두안나(Enheduanna, BC 2,300년경)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것만으로도 작곡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조금 오버한 말이다.) 때문에 가장 최초의 작곡가가 누구인지 밝히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최초의’ 작곡가가 아닌 ‘초기의’ 작곡가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엔헤두안나는 여성 사제였는데 작가이기도 했고 작곡가이기도 했다. 당시 신을 찬양하는 찬송가를 작곡했는데 현재는 가사만 설형문자판에 남겨져 있다. 이 가사를 어떻게 연구했는지는 몰라도 연구자들이 음악을 복원했는데 그게 아래의 영상이다.

https://youtu.be/-xhZzkdj3PQ

<이나나 찬송가>(Nin me šara (닌 미 샤라))

악기 연주와 발음 등을 재현한 2010년 영상이다. 이 음악에 대한 연구가 2021년에도 개선된 상태라는데 영상은 이것 하나밖에 없는 듯하다. 가사와 이 음악에 대한 자세한 내용까지 파고들어 가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따로 작성했다. 궁금한 사람은 (클릭)​ 역사의 큰 흐름 속에서 최초는 언제나 중요하기 때문에 한번 언급해 보았다. 다음으로 넘어가 보자.


기원전 1,800년쯤이 되자 바빌로니아(메소포타미아 남쪽의 고대 왕국)의 음악가들은 더 이상 구전에만 의지하지 않고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 기록 중에는 현악기 조율 지침들이 있는데, 이는 바빌로니아인들이 지금의 ‘도레미파솔라시도’처럼 음계를 사용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 사실만으로도 엄청나게 놀라운데 심지어 그들의 음계가 지금 피아노 흰건반으로 연주되는 7개의 음(도~시)과 대략적으로 일치한다!!!(기절초풍) 이 발견은 메소포타미아에서 연주되었던 음악들이 고대 그리스, 더 나아가서 유럽의 음악에 영향을 주었다는 뜻이 된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음계들은 몇만 년 전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바빌로니아 음악가들은 그들의 언어(쐐기문자)로 음정을 부르는 명칭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우리의 언어로 ‘도레미파솔’이라는 명칭을 붙인 것처럼 말이가. 현재 발견된 가장 오래된 작품은 기원전 1,400~1,250년경 우가리트(고대의 항구 대도시, 현 시리아)의 찬미가이다. 점토판에 기록되어 있는데, 아래의 영상에 점토판과 동일한 형태의 그림이 있다. 점토판 가운데에 줄이 두 개 있는데, 위에 있는 내용이 가사이고 아래에 있는 내용이 음악이다. 정확한 해독을 할 수는 없지만 1972년 킬머교수가 해석한 음악이 밑의 영상이다.

https://youtu.be/Brvy4BbK2ZQ

우가리트에서 출토된 다수의 점토판에는 설형문자로 각종 신화 문학이 쓰여있는데, 대표적인 신화 문학으로는 [바알과 아나트], [아크하트] , [니칼과 달의 결혼]이 있다. 위의 영상은 [니칼과 달의 결혼]의 내용이 담긴 점토판으로 신들의 결혼을 테마로 한 음악이다. 킬머교수의 해석에 의하면 이 노래는 장조이고, 하나의 멜로디가 아니라 하모니를 만든다고 한다. 더 자세한 내용은 (클릭)​. 당시 사람들은 이렇게 기보법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암기가 쉬운 음악의 특성 때문인지 여전히 음악을 외워서 부르거나 즉흥적으로 불렀다.


인도와 중국 같은 다른 고대문명들도 음악이 있었다는 기록들이 존재한다. 이집트도 마찬가지로 음악적 기록이 남아있지만 많은 연구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논의가 합의점에 이르지는 못했다. 스핑크스, 파라오 같은 위대한 문명에 비해 ‘이집트음악’에 대한 언급이 덜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오늘은 몇만 년에 걸쳐 메소포타미아의 음악을 드문드문 알아보았는데 현대로 점점 올수록 기록이 텅 비어있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앞으로 시간선을 차곡차곡 채워가는 감각을 느끼면서 함께 서양음악사를 대충 훑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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