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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끔 쓰는 이다솜 Mar 28. 2017

행복해지기 위해 버리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기


지난해 여름이었다. 요즘처럼 습하고 무덥던 날, 매거진 <킨포크>를 읽다가 눈이 확 뜨이는 문장을 만났다. 정신이 또렷해졌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식과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이 명료하게 압축된 문장이었다.


에센셜리즘(Essentialism·본질주의)의 핵심은 얼마나 적게 소유하고 살 수 있는지 자문하는 게 아니라, 없으면 살 수 없는 것들을 가려내는 데 있다. 삶을 갈고닦겠다며 검은 옷만 입고, 크림을 넣지 않은 커피만 마시고, 중고 책을 모조리 내버릴 필요는 없다. 간소하게 사는 것도 나름 장점이 있지만, 사실 에센셜한 삶을 살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중요 과제는 내게 큰 기쁨을 가져다주는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십 대 초반, 어른들이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해서 공부를 하고, 친구들이 같이 놀자고 해서 어울리다가 문득 ‘지금 뭘 하고 있지?’ 생각하게 됐다. 어쩐지 매사에 끌려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물음은 곧 나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며,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인지 고민하게 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은 후에는 가장 먼저 버릴 것을 정했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 원치 않는 일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내심 공무원이 되길 바라는 부모님의 바람에도, 글을 통해 먹고사는 일을 택했다. 내게는 재미있다고 느끼는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졸업 전부터 안정성이나 높은 연봉은 어느 정도 포기할 각오를 했다. 취미도 마찬가지다. 여행과 문화예술을 좋아해 이 부분에 대한 지출이 많은 편이다. 대신, 고가 브랜드의 옷이나 잡화에는 관심을 끊었다. 본래의 성향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노력했다. 명품 가방을 드는 것보다 좋은 영화나 공연 한 편을 보는 일이 더 가치 있었다.


안정성도 값비싼 가방도 대부분의 사람이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들 없이도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오히려 덜 중요한 것을 미련 없이 포기함으로써 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만약 모든 걸 가지려고 했다면 어땠을까. 과연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을까?


물론 태어날 때부터 가진 것이 많아 아무것도 포기할 필요가 없는 삶도 있다. 또,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도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노력해 많은 것을 이룰 수도 있다. 서점가에 놓인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실제로 우리가 동경하는 소수의 사람은 그렇게 살아왔고, 살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런 삶을 원하지 않았다. 죽도록 노력해 모든 것을 갖는 대신, 재밌는 일을 하면서 덜 벌고, 덜 쓰는 것이 성공보다 중요했다. 타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진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보다 가치 있었다.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때때로 사는 것이 너무 버겁게 느껴진다면, 한 번쯤은 안간힘을 쓰고 성취하려고 하는 것 중에 덜 중요한 것은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그중 일부는 스스로 그리 원하지 않는 일인데도 남들이 다 하고 있어서,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 자체가 자신에게 정말 중요하다면―그래서 이를 포기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면, 어쩔 수 없다.


아니라면, 과감한 포기가 필요하다. 어려운 일이지만, 저지르고 나면 홀가분해진다. 그렇게 얻은 시간과 마음의 여유는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일에 쏟을 수 있다. 이 시간은 고될지언정 대체로 행복하고, 당신이 ‘살아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비교하는 일도 줄어든다. 삶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을 때는 혼란스럽기 때문에 사소한 것까지 타인과 비교하기 쉽다. 그러나 중요한 것과 버려야 할 것이 정해지면,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깨닫게 된다. 중요한 것은 오직 당신이 내면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이고,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고 있는가이다. 스스로 만족한다면, 꼭 모든 부분에서 남들과 비슷하거나 나을 필요는 없다.




흔히 삶을 긴 여행에 비유한다. 누군가는 처음부터 크고 튼튼한 캐리어가 있어 노트북이나 인형, 장식품까지 넣고 다닐 수 있다. 심지어 차나 짐꾼이 있을 지도. 남다른 체력으로 무거운 짐을 들어도 힘들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다수의 평범한 사람에게는 고작 어깨에 멜 수 있는 여행 가방 하나만 주어진다. 노력해서 캐리어를 살 수도, 체력을 기를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에게 그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면, 짐 중 일부를 버리는 방법도 있다.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겠지만,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가지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당신의 삶을, 여행길을 응원한다.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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