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관심만 있던 분야에 새롭게 도전하게 되었다. 우연히 발견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그 시작이었다.
일산의 독립서점 '고메북스'에서 열리는 나만의 책 만들기 수업을 보자마자 무관심하게 움직이던 엄지손가락이 멈칫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나만의 책을 만들어본다는 것은 한 번쯤 꿈꿔보는 일이다. 하지만 늘 그랬듯 용기는 없었고 그저 꿈으로 미뤄만 둔 일 중에 하나였다. 표지 디자인도 훌륭하고 내용도 알차고 잘 만들어진 책이 세상에 정말 많은데, 내가 과연 그만큼 잘 만들 수 있을까? 내가 책으로 쓸 수 있는 글은 뭘까? 인디자인은? 생각이 많아지면서 '에이. 내가 무슨. 언젠가, 다음에' 같은 단어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접곤 했다.
그러나 뭔가 이번에는 달랐다. 그런 생각이 먼저 들기 전에 수업 신청 폼을 작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뚜렷이 만들고 싶은 책이나 이야기가 있어서 신청한 것은 아니었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배워두면 언젠가 쓸모는 있지 않을까. 책을 읽기만 하는 것도 좋지만, 책이라는 물건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손에 들어오게 되는지 배워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리 큰 부담은 아니었다. 새로운 것을 배워본다는 생각에 첫 수업이 시작되는 날을 기다렸다.
선생님과 수강생들과의 첫 만남은 온라인에서 이루어졌다. 각자 만들고 싶은 책을 마음속에 한아름 담고 이야기하는 분들의 눈은 반짝였다. 나는 20대부터 30대가 된 지금까지, 여러 마음이 들 때마다 골랐던 책과 그 책들이 쌓여 직접 책을 써보기로 한 과정을 담은 에세이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다소 민망해서 작은 목소리로 얘기했지만 선생님은 너무 좋을 것 같다며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우리들이 만들어 나갈 책이 기대되었고, 이번에야말로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완성해 봐야겠다는 생각은 확고해졌다.
충동적으로 신청한 수업이었지만 수업이 끝날 때까지 후회되지 않았다. 미루지 않고 신청을 한 과거의 내가 고맙기까지 했다. 만약 신청하지 않았다면, 12월에 알바도 끝나고 또 무기력과 불안의 늪에 빠져 허우적댔을지도 모른다. 독립출판을 이제 막 배워가는 단계일 뿐인데도, 집에만 있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죄책감이 덜했다. 나에겐 제출일에 맞춰 써야 할 원고가 있었고 수업에 참여할 땐 모두가 나를 ‘작가님’이라고 불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