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게핀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by 예감

내게 2년이란 시간을 함께한 집게핀이 있었다.

처음엔 길었던 내 머리카락을

그 작은 몸으로 꽉 잡아줬지.

어떤 날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어떤 날은 귀찮은 잔머리 하나 없이

꽤 든든하게 내 머리를 고정해 주었다.


머리는 자꾸 길어지고,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갔다.

어쩌면 그 집게핀도 모르게

조금씩 닳아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 날, 툭, 하고 들린 소리.

결국 부러져 버렸네.


그 부러진 조각을 보는데,

문득, 그 집게핀이 열심히 날 고정했던 것처럼

나도 어쩌면 물건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버티고, 버티고, 또 버티다가

더 이상은 안 되는 순간이 오면

그땐 미련 없이 놓아줘야 하는 것들.


물건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낡고 지쳐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새로운 것을 맞이하기 위해

이별을 해야 하는 순간들.


부서진 집게핀의 자리에

새로운 것이 놓이듯,

삶도 그렇게 흘러가는 거겠지.

아무것도 남지 않은 듯 보여도,

그 안에서 또 다른 시작이 움트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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