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행복 / 정현종
산에서 내려와서
아파트촌 벤치에 앉아
한 조각 남아 있는 육포 안주로
맥주 한 병을 마시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아 행복하다!
나도 모르겠다
불행 중 다행일지
행복감은 늘 기습적으로
밑도 끝도 없이 와서
그 순간은
우주를 온통 한 깃털로 피어나게 하면서
그 순간은
시간의 궁핍을 치유하는 것이다.
시간의 기나긴 고통을
잡다한 욕망이 낳은 괴로움들을
완화하는 건 어떤 순간인데
그 순간 속에는 요컨대 시간이 없다
#1일1시 #100lab
작년 겨울
정현종님의 시집을 들고
카페에 앉아있었다.
늦은 밤, 무척 고단한 몸을 이끌고
찾아간 카페에서
기습적으로 행복감이 찾아왔다.
그 뒤로 종종 다시 찾아와야지 다짐했는데
아직 한 번도 가지 못했다.
6월에는 꼭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