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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쉼표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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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스민 Jun 02. 2018

002. 행복

정현종

행복 / 정현종


산에서 내려와서

아파트촌 벤치에 앉아

한 조각 남아 있는 육포 안주로

맥주 한 병을 마시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아 행복하다!


나도 모르겠다

불행 중 다행일지

행복감은 늘 기습적으로

밑도 끝도 없이 와서

그 순간은

우주를 온통 한 깃털로 피어나게 하면서

그 순간은

시간의 궁핍을 치유하는 것이다.

시간의 기나긴 고통을

잡다한 욕망이 낳은 괴로움들을

완화하는 건 어떤 순간인데

그 순간 속에는 요컨대 시간이 없다


#1일1시 #100lab



작년 겨울

정현종님의 시집을 들고

카페에 앉아있었다.


늦은 밤, 무척 고단한 몸을 이끌고

찾아간 카페에서

기습적으로 행복감이 찾아왔다.


그 뒤로 종종 다시 찾아와야지 다짐했는데

아직 한 번도 가지 못했다.



6월에는 꼭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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