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컴백홈>
일명 ‘청춘 위로 프로젝트’라는 기대를 받으며 출발한 KBS2의 예능 신작, ‘컴백홈’. 공영방송 KBS가 추구해온 선(善)의 가치를 믿는 필자는 “청춘들의 꿈을 응원하고 힘을 실어주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프로그램 설명에 무척 감동한 바 있다. 하지만 방영 이전부터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이 존재했다. 성공 가도를 달리는 스타들의 첫 보금자리를 소개하고, 그들이 현재 얼마나 달라진 위치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강조하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청춘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현재 컴백홈은 6화까지 방영이 되었으며 시청률은 약 2.6% 부근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 시국이 오래도록 계속되며 청년 실업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요즘, 이들에겐 무엇보다도 더 ‘진실한 위로’가 필요할 텐데도 컴백홈이 응답받지 못하는 이유는 어째서일까? 이는 총 세 가지 차원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첫째로, 연예인의 삶은 청춘을 위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방송계를 살아가고, 천문학적인 수입을 벌어들이며, 팬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고 살아가는 연예인들은 청년층의 공감을 받을 수 없다. 그렇기에 결국 그들을 위로할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연예인 또한 각자의 고충과 괴로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고자 함은 아니다. 다만 컴백홈이 타깃으로 삼은 청년 세대와 연예인의 삶이 너무도 동떨어져 있고, 이로 인해 오히려 그들의 성공은 ‘예외적인 현상’으로 보인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더 깊숙이 들어가 보자면, 연예인을 바라보며 꿈을 키우기에 청년 세대는 아이도, 어른도 아닌 중간 위치에 서 있다. 그들은 이미 연예인의 삶을 부러워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동시에, 시청 이후 연예인이 영위하는 삶에 열등감을 느끼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게 될 것이 뻔하리라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바로 여기서 두 번째 문제점이 출발한다. 어째서 ‘보금자리’ 여야만 하는가? 자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청년은 매우 드물며, 집값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 현시점에서 과연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쉽게 단언할 수 없는 것이 요즘 추세다. 하지만 TV 프로그램에서는 연신 성공한 연예인들이 얼마나 ‘좋지 않은 집’에서 시작하였는지를 강조하며 섣부른 위로를 건넨다. 내가 터전으로 삼고 있는 집이, 그나마 나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집이 ‘인테리어를 해야 할 대상’, ‘성공 이전의 삶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정말 청년 세대를 위로할 수 있을까? 성공의 척도를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요소가 집이었다면, 차라리 연예인이 아닌 다른 자수성가 계층을 상대로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야 더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스타트업 성공 신화나 어플 개발 신화 또한 연예인으로서의 성공만큼 예외적인 상황임을 모르지 않는다. 다만 나의 모습을 대입하고, 상상해볼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두 대상은 유의미한 차이를 갖는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컴백홈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어’ 또는 ‘나도 저렇게 성공해야지’라는 감상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열등감을 자극하며 무력감을 초래한다. 우리는 실질적으로 자기 자신의 상황에서 꿈꿀 수 있는 직업 중 연예인이 자리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만일 진정 청년들을 위로하고 성장의 동력을 제공하고 싶었거든 연예인이 아니라 청년 CEO 등을 출연진으로 삼아야 했다. 사실 제작진의 입장 역시 충분히 이해하고는 있다. 프로그램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필히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그들을 매료할 수 있는 출연진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절충안으로서 연예인의 시작점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위로는 결단코 거리감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본 비평문을 통해 발제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첨언하자면, 필자가 만일 컴백홈 프로그램의 기획을 맡았을 경우에는 보금자리 소재를 살리되 1) ‘성공한 스타들’이라는 제재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 청년 작가, 청년 창업가, 청년 개발자 등을 출연진으로 삼았을 것이다. 이때, 오락 프로그램으로서의 재미나 자극성이 떨어질 것이 염려된다면 매주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 1020 세대 아이돌을 섭외해 일일 MC로 세우는 방안 등으로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다. 만일 ‘성공한 스타들’을 명명함에 있어 연예인을 꼭 선정하고 싶거든 공감과 위로가 아닌 카타르시스를 키워드로 잡았을 것이다. 위로는 거리감을 동반하지 않지만, 카타르 시스는 거리감 내지는 일종의 판타지성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정소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