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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Oct 15. 2021

식사기도에 대한 의문

식사기도가 필요한 걸까?

"자! 기도 시작."

앞에 서있는 선생님은 군대 조교처럼 우렁차게 외친다.

그 말 끝에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날마다 우리에게 양식을 주시는 은혜로우신 하나님

참 감사합니다."

작고 귀여운 아이들의 목소리가 하나 되어 아동센터를 울린다.


반짝이는 양철 식판에는 하얀 쌀밥, 뜨끈한 국과 몇 가지 반찬이 조금씩 올려져 있다. 그중 갈색의 작은 돈가스가 단연  돋보인다. 수업 내내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더니 돈가스를 기름에 튀기고 있었나 보다. 기름 냄새에 허기가 밀려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식판에 코를 박고 기도를 시작한다. 냄새가 좋아서일까? 배가 많이 고파서일까? 몇 초의 찰나를  못 참고 동수는 살짝 눈을 뜬다. 눈을 감고 있을 때 가장 맛있는 돈가스가 사라질까 노심초사한 걸까?


잠시,

식사기도는 왜 할까? 의문이 들었다.

어릴 때 교회 다니면서 당연히,

어른이 돼서 교회에서 아이들과 식사나 간식을 줄 때 당연히 불러야만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기도하면 정말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까?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어서도 날마다 양식을 줬다고 하나님께 감사할까? 은혜라는 말은 알까? 생각해보면 나도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어른이 돼서 식사 기도한 적이 거의 없다.


그냥 습관적으로 외치는 말들,

누군가 따라 하라고 하는 말들,

왜 할까?


우리는 어른이란 이유로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에게 강요한다. 감사도 강요한다.

종교가 다를 수도 있고, 빨리 밥을 먹고 싶을 수도, 억지로 먹을 수도, 감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다르게 감사를 표현할 수도 있는데 매일 똑같은 식사기도를 하게 하는 건 민주적이지 않고 지루하고 감동적이지도 않다.


지역 아동 센타라고, 교회라고, 보육시설이라고 아이들의 의견은 존중되지 않고 무한반복으로 강요되는 감사기도는 사라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어른들 편하라고 통제되는 것들은 줄이고 대신 아이들이 경험되는 따뜻한 환경과 사랑의 돌봄으로 길러진다면 강요하지 않아도 당연히 감사할 줄 아는 어른으로 자랄 것이다.


듣는 하나님도 매일 똑같이 부르짖는 기도 송에 지겨울 것 같고 차라리 배고픈 아이들 어서 먹이라고 할 것 같다.


아이들은 모든 것에서 인격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래야 성인이 되어 타인을 존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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