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보내는 나날
세계 약 6,000개 언어 가운데 많은 언어가 빠른 속도로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유네스코는 지구상의 사라지는 언어를 5단계로 분류하는데, 제주어는 2010년 ‘소멸 위기에 처한 언어 4단계’로 분류되었다.
제주어에는 제주의 정신과 문화, 정체성이 담겨 있고, 아래아 등 훈민정음 창제 당시 고유의 형태가 남아 있어 우리말의 보고로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지금 제주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빈도가 점차 줄어들어 소멸 위기에 놓였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여는 제주어 교실, 제주어 시·소설 발표, 제주어말하기대회 등으로 토박이말을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지만 3천 명 남짓 남은 해녀처럼 제주어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젊은이들은 대부분 표준어를 구사하지만 고령 해녀들의 제주어는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독특하다. 하도 독특해 흡사 외국어와 같다. <우리들의 블루스>의 이정은과 고두심의 제주어는 다르다. 이정은은 노력은 많이 했다지만 고두심이 자연스레 구사하는 단어나 억양은 따라잡을 수 없다. 그나마 순화시킨 게 그 정도일 것이다. 이처럼 고령의 해녀들에게는 오래된 제주어가 살아 있는 것이다.
<<재미난 제주어 이야기>>. 제주어를 배우려면 어떤 책이 좋을까 찾던 차에 한라도서관 내 제주문헌실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구입하였다. 제주어 알리기 프로젝트인 이 책 다섯 권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418명의 후원을 받아 2016년에 제작, 전국의 작은도서관에 15,000부가 비치되어 있다.
다섯 권의 제목을 보자.
1권 제돌아! 뭐 먹으멘?
2권 제돌아! 뭐 보멘?
3권 제돌아! 어디 가멘?
4권 제돌아! 뭐렌 굴으멘?
5권 제돌아! 뭐 하멘?
예문을 보자.
예) 따땃한 감저가 왓수다~ 제돌이가 구워 주는 맛 좋은 감저 삽서!
→ 따뜻한 고구마가 왔어요. 제돌이가 구워 주는 맛있는 고구마 사세요!
예) 심봤다! 나가 판 지슬이 젤루 크지!
→ 심봤다! 내가 캔 감자가 제일 크지!
이 책의 콘셉트는 하루 한 단어이다. 외우려 하지 않고 하루 한 단어, 그 단어를 활용한 문장을 ‘그냥’ 눈에 담는다. 나에게 차곡차곡 쌓이도록.
오늘 만난 낱말은 ‘물꾸럭’(=문어), 문장은 ‘저디 음식점은 물꾸럭 라면으로 유명하덴’(저기 음식점은 문어 라면으로 유명하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