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할 줄 알았던 프랑스 에이전시, 기대와 달랐다.
비스니스를 하다 보면 한 번쯤은 이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우리가 직접 해야 할까, 아니면 맡겨야 할까.
특히 마케팅 경험이 없거나, 전혀 다른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라면 이 고민은 더 깊어진다.
독일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고 프랑스 진출을 논의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도 같은 고민을 했다. 상사는 “독일도 했는데 프랑스도 알아서 잘 하겠지” 했지만, 나는 솔직히 에이전시를 쓰고 싶었다. 프랑스 시장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항상 인하우스로 마케팅을 직접 수행해 왔고, 인플루언서 분야에서 에이전시를 써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에이전시를 쓰면 얼마나 잘할까 기대가 컸던 것도 있었다.
우리가 결정한 프랑스 에이전시는 유명 패션 브랜드들과 협업을 하는 인플루언서 전문 마케팅 에이전시였다. 첫 계약서 서명 및 괜찮은 회사인지 탐색 차 파리 중심가에 있는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 넷플릭스 드라마 Emily in Paris가 여기 있네 싶었다. 후일담이지만,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그쪽에서 Emily in Paris를 베이스로 실제 파리 마케팅 에이전시 리얼리티 드라마를 이 회사와 함께 촬영하려 했다고 한다. (회사 쪽에서 거절했다고 - 사장이 악역으로 비추어지도록 연출되어 있어서 ㅎㅎ)
그 정도로 베테랑 회사이니 내 기대치가 올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앞선 글에서 쓴 것처럼, 마케팅 능력자들이 모인 나라 - 프랑스답게 그들의 프레젠테이션은 완벽했고 아름다웠다.
‘당장 같이 하자!’ 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것을 애써 참았다.
금액 협상에 들어가야 하니, 너무 좋아하는 티는 내지 말아야지 싶어서.
아무튼 그렇게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협업할 인플루언서 추천 리스트를 받았을 때, 여간 실망한 것이 아니었다. 나름 우리 회사, 비즈니스 전략, 목표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받은 인플루언서는 그들이 자신 있는 패션 쪽에 더 적합한 인플루언서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보아하니 몇 명은 자신들이 이미 협업하고 있는 - 인트라 풀 안에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가 “세일즈”가 중요하다고 했기 때문에, 그동안 협업한 사람들 중에 판매를 잘 내는 인플루언서들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너무 분야가 다르잖아…
우리는 건강식품 분야인데…
물론 나름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요리” 쪽 인플루언서도 있었지만, 이 역시 “건강” 쪽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마케팅 -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쪽으로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이 영역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싶은 내 마음과 달리 그들의 반응은 느렸고 적극적이지도 않았다.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일손이 많이 들어가는 업무인 것에 비해 그들에게 남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유료 협업 캠페인은 쉽고 빠르고 그들에게 돌아가는 수익도 크다. 그들도 투자 대비 수익이 중요한 비즈니스 단체다.
다시 한 번 더 자세하게 우리의 마케팅 전략, 독일에서 어떻게 성과를 냈는지. 어떤 인플루언서를 쓰면 좋을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면 좋을지를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그들, 프랑스를 위한 인플루언서 마케팅 전략을 짜내면서 ‘이럴 거면 내가 직접 하지’ 싶었다.
그렇다.
그럴 거면, 직접 하는 게 맞다.
지금까지의 내 경험을 보아서는.
그들은 에이전시다. 외부 사람이지, 우리 회사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회사의 제품을 이해하는 속도나 브랜드에 대한 몰입도가 내부 팀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
물론 좋은 에이전시는 브랜드를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결국 여러 클라이언트를 동시에 운영하는 구조 안에서는, 우리 회사 제품만을 완벽하게 파고들면서 마케팅해 주기는 어렵다.
특히 어필리에이트는 더 쉽지 않다.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에서 “관계”는 그 캠페인을 지속적인 성장으로 가져가느냐 아니냐를 결정짓는 핵심 키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히 퍼포먼스(성과)만을 보는 구조로 접근하면 절대 오래 가지 않는다.
유럽 시장에서 특히 느끼는 점은, 어필리에이트가 단순히 커미션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필리에이트와 브랜드가 이 “관계”를 끈끈히 맺어 나갈 때, 그 관계를 통해 그들이 브랜드의 진정한 “팬”이 되어 갈 때,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은 눈밭에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폭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마케팅 에이전시를 종종 사용한다.
왜?
모든 것을 직접 하기에는 시간이나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이다.
또 내부 팀을 구성한다고 하면, 사람 하나 더 뽑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연봉에서부터 시작해서 복지, 관리 비용 등등을 모두 고려하면 에이전시가 비용적인 면에서 더 합리적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연히 그들의 전문성이다. 인하우스처럼 우리 브랜드에만 아주 특화된 정교한 마케팅을 실행해 주는 것을 기대할 수 없고,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하지만 그들이 그간 쌓아온 경험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이미 검증된 프로세스, 경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 하나하나 구축하는 시간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요즘 나는 비즈니스를 기획하고 있다.
최근에 어떤 영상을 보는데, 내가 그동안 너무 당연하고 누구나 아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내가 해왔던 경험을 토대로 한 노하우들이 누군가에게는 번쩍이는 새로운 인사이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마케팅 업무를 대행해 주는 에이전시는 아니다.
생선을 입에 넣어주기보다, 생선을 어떻게 잡는지 알려주고 싶다.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몰라 답답한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고, 함께 고민해 주고, 돈을 덜 들이면서 매출로 이어지는 마케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어 궁극적으로는 에이전시에 의존하지 않고도 혼자서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그 여정이 고될지, 즐거울지, 생각지도 못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 한 번 시작해 보려고 한다.
도전하지 않고 속으로 생각만 하면서 나중에 ‘그때 그것을 도전해 보았더라면’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시작이라도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