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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예인 Jan 28. 2019

한국당은 5시간 반의 공복을 왜 단식이라 부르나

두 가지 가설: 로마 귀족설, 6끼 건강법 실천설

0.


자유한국당이 또 놀라운 발명을 해냈습니다. 의원들이 릴레이로 단식을 이어간다고 하는데, 그 단식 시간이 무려 ‘5시간 30분’이라고 하네요. 보통 직장인의 점심시간이 12시, 저녁 퇴근 시간이 6시 이후니까… 자유한국당의 기준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단식을 하고 있는 셈이겠네요?


어떻게 하면 5시간 30분동안 밥을 안 먹는 걸 ‘단식’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걸까요? 두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1.


첫 번째 가설은 고대 로마 귀족들처럼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끊임없이 먹고 또 먹고, 배가 부르면 토한 뒤 또 먹는 향락을 즐기고 있다는 가설입니다. 자유한국당의 정체성에 어울리는 가설입니다.


고대 로마는 너무 번영한 나머지, 귀족들이 도에 지나친 사치를 즐겼다고 합니다. 그 지나친 번영이 결국 고대 로마를 멸망시켰다는 ‘번영의 역설’ 이야기도 유명하죠. 로마 귀족들이 미식을 즐기다 배가 부르면 토하고 또 먹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죠. 심지어 그렇게 토하기 위해 ‘바머토리엄(Vomitorium)’이라는 별도의 공간을 두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런 인식이 대중에 일반화된 것은 1900년대라고 하는데요.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Antic Hay’에서 ‘바머토리엄’이란 단어가 ‘토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란 뜻으로 처음 쓰였다고 합니다. 역사가 루이스 멈포드도 ‘City in History’에서 같은 뜻으로 ‘바머토리엄’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고대 로마의 탐욕을 묘사했고요.


그러나 ‘바머토리엄’은 사실 그런 구조물이 아니라, 경기장의 출입구를 말하는 뜻이었습니다. 효율적인 바머토리엄 설계로 15분만에 5만 명이 경기장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고대 로마인들이 사치와 향락을 안 즐겼다는 건 아니고, 이렇게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고를 반복하는 게 디폴트는 아니었다는 이야기 정도겠지요. 생각해보면 토하는 게 뭐 기분좋은 일이라고 매번 토해가면서 먹었겠어요…



2.


두 번째 가설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하루 5-6끼를 먹는 건강법을 실천하고 있다는 가설입니다.


한때 하루 5-6끼를 먹는 식습관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헐리우드 스타들의 식습관이라던가 뭐 그런 얘기도 있었고, 하루 5-6끼를 먹는 게 건강법이라는 한의사도 있었고…


하루에 몇 끼를 먹는 게 건강에 좋은가 하는 얘기는 끊임없는 갑론을박을 낳았는데요. 아침을 굶는 게 좋다부터 굶으면 안 된다는 얘기, 1일 1식도 상관없다는 얘기부터 3끼 다 챙겨먹어야 된다는 얘기 등등 혼란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사실 1일 1식은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썩 권장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인체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를 1식만으로 충분히 섭취하긴 어렵기 때문. 그 이상 끼니를 챙겨먹는다면야, 사실 중요한 건 몇 번 끼니를 챙기느냐가 아니라 통틀어 얼마를 섭취하느냐 하는 문제라고 하네요. 지나치게 적지만 않은 수준에서 적절히 소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따라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5-6끼씩 먹는 건강법을 실천하고 있다고 해도, 5시간 반 밥 안 먹는 걸 단식이라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오히려 소식을 하는 데는 도움이 될 테니까요.



3.


따라서 처음에 생각하지 않았던 세 번째 가설을 생각하게 됩니다. 장외투쟁이랍시고 뭔가 각은 나와야 되는데 고생하기는 싫고 김성태 전 원내대표마냥 배 까다가 조롱거리나 될 것 같고, 손 안 대고 코 풀려고 만든 괴상한 이벤트라는…


물론 명예로운 자유한국당이 그럴 분들이 아니란 건 압니다. 자유한국당은 구 사학법처럼 지켜 마땅한 법을 위해서만 장외투쟁을 하시지요. 결국 5시간 30분 단식의 정체는 이대로 미스테리로 남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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