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내는 기쁨, 하는 즐거움

20251103

by 예이린

망설이다 집정리를 해두고 조용한 바에 가기로 했다. 윤서언니가 빌려준 주황색 책을 챙겼다. 고민하다가 메뉴를 주문했고, 멈췄던 책을 펼쳤다. 좋았다. 중간에 사람들이 조금 더 와서 집중이 흐트러지려나 했는데, 새로 산 에어팟의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꽤 업그레이드되어 나만의 세계에 머무를 수 있게 해주었다. '에어팟 맥스가 있다면 어떨까' 생각했다가, '내 행복의 가격은 얼마일까' 매겨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생활과 음악에서 군더더기 없도록 덜어내는 것에 집중한다는 이야기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늦지 않게 돌아오는 길 기분이 좋았다. 아마 일상이 반복되었다면 이렇게 감사하고 충만한 느낌이 들지 않았을텐데, 지난 달 내내 퇴근 후 달려야 하는 양을 지켰기 때문에 공백이 헛헛하지 않고 여유로, 여백으로 느껴졌다. 하기로 한 걸 해내는 기쁨과 하고 싶은 걸 하는 즐거움으로 채워지는, 완연한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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