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뻔 했다

20260203

by 예이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하하호호 웃고 있었다. 고기도 먹고, 김치도 먹고, 맥주도 마셨다. 결혼과 연애 이야기도 하고, 운동과 모임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리고, 함께 여름을 추억했다. 경정공원을 한 바퀴, 두 바퀴, 또 세바퀴를 달려내고서 페트병을 들고 화장실로 가던 장면이었다. 난 꼭 고등학교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을 보는 것 같만 같았다. 다들 그 여름이 좋았다고 했다. 함께 그걸 기억할 친구들이 있어서 감사했다.

늘 가던 길로, 건물에서 지하철이 통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는데 통로 문이 닫혀 있는 게 보였다. '아, 늦었나 보다' 생각했다. 다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려고 했다. 그런데 두 발자국 더 걸으니 작은 문이 열려 있었다. 자동문 부분만 셔터가 내려온 것이었다. 두 발자국 더 가보지 않고 바로 몸을 틀었으면 못 볼 뻔 했다. 그리고 오늘 오지 않았으면 어여쁜 편지를 받지 못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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