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wonder like Socrates
대학원에 다닐 때 가장 부끄러웠던 점은 (엄청나게 많았지만 그중에서 뽑는다면) 내게 과제에 대한 궁금증이 없다는 것이었다. 과제를 할 땐 텍스트를 경전처럼 여기고 저자의 말에 토 달지 않으며 빠짐없이 외우고 빈칸을 채우는 학습법을 고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텍스트를 거의 다 외웠으니 궁금한 게 없는 거라고 믿고 싶었지만 사실은 배우는 주제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주제에 대해 여유 있게 궁금해하고 고민하지 못했다.
학기가 시작되고 교수님이 논제를 주시면 머뭇거리지 않고 뚜렷한 한 가지의 해결을 향해 경주마처럼 달려갔고 이 정도면 되었다는 곳에서 빨리 문장을 마무리 지었다. 내 차례가 되어 발표를 하거나 토의를 할 때, 다른 학생들의 질문을 받거나 들으면서 ‘ 너는 어떻게 이런 걸 궁금해할 수 있니? 네가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이렇게 뾰족하게 나를 찌를 수 있니?’라는 생각을 하며 종강을 맞았다. 책을 여러 번 읽고 쓰고 요약하고 가도 모르는 게 많아서 짜증이 났고 쉽게 불안해졌다.
소크라테스 대화 상대는 종종 화가 치밀고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졌다. <<대화편>>의 등장인물인 니키아스는 이렇게 말한다. “소크라테스 근처에 있거나 소크라테스와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은 누구든 논쟁에 말려들기 쉽고,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든 간에 소크라테스가 졸졸 따라다닐 것이며, 결국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소크라테스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일단 소크라테스와 얽히면 소크라테스에게 철저하고 완전하게 털리기 전까지 그를 떨쳐낼 수 없을 것이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소크라테스와의 대화가 좌절스러운 것은 꼬치꼬치 캐묻는 다섯 살짜리와의 대화가 좌절스러운 것과 비슷하다. 아이의 질문이 성가신 것은 멍청한 질문이라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제대로 대답할 능력이 없어서다. 아이들은 소크라테스처럼 우리의 무지를 드러내고, 그것은 길게 보면 도움이 될지언정 당장은 무척 짜증스러운 일이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대학원 수업은 어쩌면 소크라테스와의 대화처럼 내 무지를 알아차리는 것을, 아무나 학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풀리지 않는 문제들과 계속해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는 엄청난 돈을 가져갔다. 그전에 이 책을 만났었다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