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마음들이 서로 만날 때
하프 브로크
‘half broke’라는 말을 생각해 본다.
‘broke’ 였다면, 나는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나와는 너무 먼 뉴멕시코의 대안 교도소인 목장 사람들의 이야기니까 극한 직업을 보듯이 방청객처럼 환호를 하다가 잠시 책을 덮기도 하고 내 생활로 편안하게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half broke”’이라고 하면 시작부터 내 발치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같다. 온전해지고 싶지만 그러지 못했던 나의 모든 장면들이 떠올라서 다른 사람들을 묘사하는 순간에도, 진저가 자신의 어려움을,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도 온 화살이 내 안으로 집중되는 것을 느낀다.
진저를 통해서 상처받은 목장의 수용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거칠고 공격적인 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 상처를 만나게 되고 그 상대의 마음을 짐작하게 된다. 얼마나 외로웠을지, 얼마나 괴로웠을지.. 그리고 진저가 거친 말을 처음 만나 귀를 살피고, 눈동자를 바라보고, 말없이 빗질을 하며 관찰을 해줄 때 말발굽을 조용히 청소해 주고 네 마음대로 달려보라고 슬쩍 지시를 멈출 때 나를 읽어주는 것처럼 편안해진다.
말들은 상대의 몸에서 생명력을 찾으려 든다. 우리의 겉껍질은 뻣뻣하지만 내부는 물처럼 유동적이어서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짐승들은 그 흐름의 부재, 즉 움직임이 완전히 멈춘 죽음, 정체 상태를 감지한다. 말에게는 모든 것이 움직임이다. 모든 것에 기류가 있다. 아주 미세한 파동도 많은 것을 말해준다.
하프 브로크, 진저 개프니
“내 목소리, 내가 하는 말로 얼마든지 남의 삶을 구할 수 있음을 깨닫기까지 일 년이 걸렸다.”
하프 브로크, 진저 개프니
다른 사람을 만날 때, 동물을 볼 때 이 존재 안에 끊임없이 흐르는 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이 사람의 표정, 몸짓, 미세한 떨림을 관찰할 수 있다면, 마음의 파문을 가만히 바라보고 그 안에 솔직한 내 모습을 비출 수 있다면 나도 어쩌면 다른 사람의 삶을 구하는 것까지는 아니라도 나 자신을, 그리고 가까운 몇몇의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조심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