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되기란 인간으로 존재하기의 핵심이다.
배움이나 경험을 통해 전문가가 되어가는 과정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데,
어떻게 일을 잘하는 고수가 되어가는지 잘 풀어서 설명한 책이다.
저니맨과 고수 사이 어딘가에 있는 듯한 나는 이제야 도제 단계에 있던 내가 보인다.
도제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지루함을 견뎌내고 반복 작업을 하며 내 안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인데,
그건 아직 경험이 없고 힘이 넘칠 때 하기 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젊을 때 고생해야 한다고 하는 건가.
이 책을 읽고 밀도 있는 도제 단계를 거친 나의 과거에 감사하며
저니맨에서 고수로 가는 단계를 충실히 밟고 경험하며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아직 도제 단계에 있는 영역(예: 첼로)에서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을 잘한다는 것>, <탤런트 코드>와 함께 읽으면 더욱 시너지가 난다.
31p. 전문가 되기는 정체성과 관련 있다. (…) 미묘하지만 중요한 차이다. 우리는 전문가가 되면서 존재론적 변화를 겪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인지에 변화가 일어난다.
1. 수감 생활
64p. 지루함에 대처하는 자세란 업무에 상관없이 매번 최선을 다하고자 집중하는 것이다. 일이 지겨운지 아닌지 결정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기에 원한다면 결정은 바꿀 수 있다. 뻔한 소리 같지만, 그렇게 하면 태도가 달라진다. 지루한 일에 전념하면서 상황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이다.
65p. 어떤 일이건 지루한 부분이 많지만, 그냥 해야 한다. 지루하지 않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 지루함도 일의 일부다. 이 사실을 무시하면 중요한 깨달음을 잃는다.
71p. 수감생활을 하며 나, 양복장이 조슈아, 석재 조각가 폴은 의식하지 못한 채 지식의 핵심적 기반을 닦았다. 이론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행위’의 지식이자 재료와 몸의 물질성에 대한 지식도 중요하다. 직접 경험해야 알 수 있는 지식이다. 감각, 근육을 쓰는 행위, 재료에 대한 이해를 내면의 도서관에 모아야 한다. 특히 재료가 다른 사람일 때 더욱 그렇다.
73p. 이렇게 얻은 지혜는 끊임없는 연습으로 자기만의 언어를 정립하는 것과 같다. 얼마나 힘을 들여야 하는지, 언제 물러나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지, 언제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이 모든 지혜는 각자의 속도로 발전하며 억지로 키울 수 없다. 한번 숙달된, 느리게 익힌 지식은 큰 이득이 된다.
2. 감각 사용하기
101p. 고수는 자신이 다루는 재료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체도 잘 읽는다. 집중력이 사라지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작은 신호를 눈치채고 그에 대응한다. 그들은 자기 자신이 부서지기 직전의 얇은 재료가 되어가는 때를 인식한다.
102-103p. 전문가는 내적 계기판을 만든다. 계기판을 통해 손, 도구, 재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한다. 그들은 일을 언제 계속해야 하는지, 언제 멈추어야 하는지 안다. (…) 이런 자각을 키우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름길은 없다. 그렇지만 재료와 자기 자신에게 친숙해지면 일을 얼마나 더 밀고 나가거나 언제 그만두어야 할지 알게 된다. 감각 언어의 유창성을 획득하는 것이 전문가 되기의 다음 단계다.
104p. 상황을 실제로 보려면 큰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눈을 뜨고 무엇인가를 쳐다본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관심을 다 모아야 하는 활동적인 과정이다. 많은 사람에게 이렇게 보는 행위는 자연스럽지 않으며, 익혀야 하는 기술이다. 눈앞에 이런저런 것들이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대신, 실제로 무엇이 있는지 주목해야 한다. 그러려면 여유 있는 눈, 넉넉한 시간, 무한한 참을성이 필요하다.
4. 실수 바로잡기
153p. 틀을 바꾸는 일은 어렵지만 이 일을 할 수 있어야 실력이 향상된다. 틀을 바꾸는 능력은 고수가 되어간다는 표식이다.
155p. 전문가가 되려면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면서 지식과 기술을 결합해야 한다. 상황의 중심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주의해야 한다.
156p. 회복탄력성을 키우려면 자기 인식과 통찰이 필요하다. (…) 이런 실수로 우리는 상황을 몸으로 더 잘 이해하고 현실과 상호작용하는 느낌을 배운다. 한계를 인식하는 법, 재료나 사람이 부서지기 직전인 순간을 배우는 것이다.
1. 자기 자신 말고
173p. 전문가가 되려면 상대방에게 집중해야 한다. 자기 자신의 관점만이 아니라 상대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이런 변화를 겪으면서 자기만의 개성과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자신감이 자란다. 우리는 독특함을 키우면서도 스스로를 부차적 존재로 여겨야 한다. 두 가지 변화가 서로 반대 방향에서 잡아당기는 불가능한 과제 같다.
2. 목소리 키우기
196p. 목소리를 키울 자유와 함께 책임도 생긴다. 누군가의 작업실 심부름꾼 노릇을 그만두고 전문가로서 자신의 개성을 키워나가면, 작업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조슈아는 자신의 원하는 모습의 양복장이가 될 자유를 얻었으니, 작업을 잘하고 스스로 내린 결정에 책임을 져야 했다.
201p. 우리가 누구를 위해 일하든 상대에게 대응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자기만의 방법을 개발한다. 겸손함과 자신감을 결합해야 하는데, 둘의 균형을 찾는 일은 무척 어렵다.
3. 임기응변 배우기
222p. 기술은 필요하지만,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문가들이 자신을 통제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중요하다.
237p. 임기응변을 발휘할 줄 아는 고수의 특징이 있다.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안전 장소로 가서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것이다. 초보자가 초점을 좁힌다면 고수는 넓힌다. 전문가는 요소 하나하나에 대응하지 않고 상황 전체를 바라본다. 전혀 다른 해결책이 떠오르기도 하고, 뜻밖의 기쁨을 경험하기도 한다.
239p.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실수, 변화, 예측 불가능성을 없애버려서는 안 된다. 받아들여야 한다. 창조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1. 방향 바꾸기
250p. 다른 방향으로 밀고 나가는 전문가도 있다. 자기 분야의 본성에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플뢰르 같은 사람은 낯선 환경에서 영감을 얻는다.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고 기존과는 다른 시각을 펼치는 것이다.
259p. 방향을 바꾸고자 한다면 우선 고수가 되어야 한다. 지름길은 없다. 어려운 기술을 익히고 고수가 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대처하며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내적으로 이런 과정을 겪으면, 변화를 일으키는 데 필요한 기술을 얻는다. 그다음은 상상력이 필요하다. 전문가가 되는 방법에서 한걸음 물러나 전문가가 되는 이유와 작업의 의미와 목적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전문가 되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중요한지, 자신의 지식을 어떻게 전수할지 질문하게 된다.
2. 전수하기
269p. 때로는 기술이나 절차를 가르치고, 그들의 진전을 가로막는 방해물과 씨름한다. 다들 마주하는 어두운 시간을 끈기 있게 버티라고 초보자를 격려하는 일이다. 초보자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고 실수에서 회복하고 자신감을 지니고 경력을 결정할 때 도와주는 일이다. 가르치고 인도하고 영감을 주는 능력은 알아보긴 쉬우나 정의 내리긴 어렵다.
273p. 경험이 풍부한 스승은 더 좋아질 수 있는 한 가지에 전념한다. 학생이 앞으로 나아가며 자신감을 키우도록 돕는 방식이다. 관심을 기울이는 법이기도 하다. (…) 적시에 도움을 주고 도움이 필요 없으면 뒤로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
284p. 고수되기란 인간으로 존재하기의 핵심이다. (…) 고수가 되는 과정은 정말 힘들었지만, 막상 고수가 되면 그 시기가 어땠는지 잊어버리고 만다. 그 경험이야말로 중요하고 값진 기억인데 말이다. 고수되기는 우리의 에너지를 목적과 의미가 있는 일에 쏟는 과정이다. 단조로운 일상을 초월하는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잠재력을 사용하는 일이다. 이 일은 정체성의 변화를 수반한다.
286p. 고수되기는 명예나 돈이 아닌 우리가 가는 길과 관련이 있다. (…) 이 길은 꾸준한 오르막길이 아니다. 걷기 힘든 산길에 더 가깝다. 계속 전진하기 위해 방해물을 피해 길을 내려갈 때도 있다. 가만히 서 있거나 후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암담한 시기도 찾아올 것이다. 믿음과 인내가 있어야 어둠을 견딜 수 있고 결국에는 계속 올라가는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전문가 되기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293p. 조급함이 가장 큰 위협이다. 학습자에게는 시간과 지원이 필요하다. 전문가는 성장하고 성숙하는 긴 과정을 거쳐야만 탄생한다. (…) 고수가 되는 여정은 인간관계 같다. 계속 이어나가면 풍요로워질 잠재력이 생긴다. 굉장한 만족감을 주며 평생에 걸쳐 보답한다. 장기간 이어지는 관계가 그렇듯, 이 길에도 끝이 없다. 이 길은 우리의 성장과 변화를 받아 안을 만큼 방대하고 유연하기에, 우리와 함께 성장하고 변화한다.
295p. 절대 완성할 수 없다는 느낌이 고수되기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한다. 불가능한 목표로 향하는 끝없는 과정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욕구를 충족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