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6.28
낯설다. 그토록 사람을 좋아하는 내가, 이토록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내가, 혼자임을 만끽하는 날이 올 줄이야.
‘고독’의 사전적 정의는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이다. 그런데 요즘 내가 느끼기에 세상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공허를 체험하는 이 감정이 썩 나쁘지만은 않다.
며칠 전 돗자리와 천도복숭아 몇 알, 그리고 생일선물로 받은 레트로 카메라를 들고 집 근처 해운대 바닷가로 무작정 향했다. 다음날부터는 장마가 시작된다는 일기예보를 보고서 마음이 조급해진 탓이다.
지난 몇 달간은 시간에 쫓겨 지냈다.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리 스스로를 몰아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간에 그동안 펼치지 않아도 백팩 한편에 지니고 다니던 알베르 카뮈의 ‘여름’이라는 책을 드디어 읽을 수 있다는 마음에 들떠있었다. 그걸 매고 다닐 때면 무거워도 왠지 모르게 지성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으니까.
표지에는 바닷가의 젊은 연인이 그려져 있으며, 하늘색 하드보드지로 만들어져 더욱 근사하다. 책과 내외하던 나를 이렇게나 끈질기게 애태우는 책이 생기다니, 내심 기뻤다.
책에서 그랬다. 세계를 이해하려면 때로는 다른 데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인간에게 더욱 헌신하려면 그들과 잠시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말이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고독함’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카뮈의 생각이다.
우연찮게도 현재 상황과 알맞은 책을 들고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뉴스에서 들려주는 세상은 너무나 시끌벅적하다. 시사에 더 관심을 가지라고들 하지만, 그러기엔 내 머릿속이 더 시끌벅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많아서 좋다. 내가 세상에 깊게 발 담그고 있기에 생겨나는 부산물이니까.
밀물과 썰물에 잠시 생각들을 맡기고는 돗자리에 누워 여유롭게 책을 읽었다. 그러던 중 내 또래의 한 여자분이 다가왔다. 사진을 찍어달라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사람이 정말 반가웠던 나는 벌떡 일어나서 사진을 수십 장 찍어드렸다. 대만에서 가족여행을 온 스물네 살 페원 언니였다.
혼자이다가도 결국 누군가와 운명처럼 맞닥뜨리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그마저도 고독의 묘미이지 않을까 싶다. 외롭다가 마주하는 인연은 더욱 특별해지기 마련이니까. 우리는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짧은 시간에 친구가 되었다.
돗자리 앞에 한 할아버지께서 소매와 바짓자락을 걷어올린 채 발을 담그고 계셨다. 수평선을 바라보고 기지개를 시원하게 켜고서는 지그시 하늘을 바라보셨다. 대자연을 마주함에 있어 경건한 어르신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지 않고선 배길 수 없었다. 나는 한참 동안이나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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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즐긴다는 건
진정한 자유를 누린다는 것.
24.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