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버스데이 투 미
생일에 의미를 잘 부여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특별히 생일에 뭘 더 하지도 않는다. (아, 조카들이 생기고 나서는 케이크에 초를 꽂아 불기는 한다. 진짜 촛불을 후-하고 불어 끄는 건 아이들에겐 놓칠 수 없는 빅 이벤트다.) 원래 저번 주만 해도 이번 생일엔 혼자 고성을 다녀올까 해서 예약 버튼을 누르기 직전이었는데, 이것도 갑작스러운 장례식으로 포기했다. 대신 이번엔 엄마를 위해 본가에 내려와 있었다. 아빠와 언니는 오지 않아도 된다며 말렸지만, 엄마가 메시지를 보낼 때 내심 내가 왔으면 하는 마음이 읽혔다. 가는 게 힘들 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기도 하고, 생일에 더 챙겨주고 싶은 엄마 마음도 이해하니까.
생일은 내게 핑곗거리다. 축하는 잠깐이면 끝이다. 오히려 내겐 얼굴 한번 못 보던 이와 쉽게 약속을 잡자고 할 수 있고, 다른 설명 없이도 한번 연락하고 운을 띄울 수 있는 흔치 않은 날이다. 끊어졌던 연결고리를 다시 이어 붙일 수 있기에 그런 기회는 가급적 잘 챙기려고 한다. 이런 핑곗거리가 있다는 건 소중한 일이다. 물론 나이가 들어갈수록 매일이 바쁘고 주저하는 일이 많아져 챙길 수 있는 일들이 점점 사라지고는 있지만.
올해 생일엔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떨어져 지내다 보니 평일 저녁 한번 시간 맞추기도 힘들더라. 이번엔 엄마와 이틀 내내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했다. 엄마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들으며 짧은 맞장구를 쳤다. 언니와 다르게 조잘거리지 못하는 딸이라 엄마에겐 퍽 미안하다. 첫째와 둘째가 있어 예전처럼 가고 싶은 곳에 편하게 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오래간만에 외식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샤부샤부를 건져 먹으면서 이 일상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생각했다. 시간은 무한하지 않으니까. 우리의 상황이 언제 바뀔지 모르고, 나 조차도 앞으로의 3개월을 장담하지 못하니까. 가장 멀리 있는 내가 더 노력해서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반성한다.
집에 돌아왔는데 하림 님의 나를 움직인 문장들 책과 박소령 대표님이 북스톤에서 이벤트로 보내주신 콘텐츠 엽서를 받았다. 이게 내 생일 선물이지 뭐야! 너무 신났다. 그걸 앉아 쭉 넘겨보며 올해 내 생일의 마지막에는 이런 문장을 남기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