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이번 주는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지난주 밀린 일을 모두 처리하고, 생일을 함께 보내기 위해 수원에 다녀오고, 서울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고, 유진님과 저녁을 먹었고, 연말세션을 위해 안 쓰던 일러스트레이터까지 다운받아 작업을 하고 인쇄를 위해 삼원에 다녀왔다. 가방에 꼭 들고 다니던 책은 펼쳐보지 못한 지 꽤 되었다. 다음 주엔 책장을 들여야 해서 어느 정도는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과연 지금 엉망인 집에서 가능할지 걱정이다.
그 와중에도 기쁜 일들이 있다. 기대하던 미팅 일정이 하나 잡혔고, 작심클럽에 대한 멤버 분들의 반응이 꽤나 좋다. 보고 싶은 이들과의 연말 회고 모임이 추가되었고, 1월 고성 여행을 기대해 주시는 멤버 분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더없이 행복한 일이다. 이런 좋은 일들이 계속 계속 내 인생과 담쟁이넝쿨처럼 엉겨 자라고 있다는 건 기적이다. 타이밍과 환경, 사람과 마음까지 모든 상황이 기적처럼 맞지 않으면 안 될 일이었을 것이다.
좋은 걸 더 좋게, 잘하는 걸 더 잘하게. 이게 나의 기본적인 태도다. 그런 나여도 일상의 나쁜 일들이나 걱정되는 일들은 자꾸만 나를 멈추고 뒤돌아보고 싶게 한다. 그 마음은 상당히 중독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엔 넘어가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처음부터 그렇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나도 비싼 값을 치르고서야 몸에 조금 익혔을 뿐이다. 그리고도 정신을 붙잡으며 노력해야 유지가 가능하다. 쉽게 되는 일은 없다.
토요일, 우리가 차린 테이블 앞에 모여 앉아 즐거워할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러면 오늘의 힘든 일을 한번 픽 웃고 넘길 수 있다. 그렇게 하루를 살면 일주일이 살만하고 한 달이 지나간다. 버티는 것이 아니라 잘 살아내기. 그것이 연말을 잘 마무리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