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연말 세션
준비를 시작할 땐 꽤나 먼 일이라고 생각했던 연말 세션이 어느새 끝났다. 12월 초에 모인 TF팀이 약 3주간 19명을 위한 연말 세션을 준비했다. 이번 시즌 첫 모임을 준비하면서도 챙길 것이 많아 긴장하고 있었는데, 심지어 프로그램까지 다채로운 연말세션은 일주일 동안 업무를 끝낸 시간에 마치 야근하듯 준비했다. 이럴 일인가 싶었지만 그렇게 하고 싶었다.
준비하는 동안 당연히 힘들었지만, 힘든 것보다 몇 배로 재밌었다. 음악방송 엠씨 같은 느낌을 내고 싶다는 말에 전시할 때나 쓰던 폼보드를 사서 손수 깎았다. 앙케이트 수상자를 위해 학창 시절의 상장을 제대로 재현해 보겠다고 금박의 상장 용지를 샀다. 홀더와 쳇갈피를 만들기 위해 키컬러를 선정했고 웃기는 문구를 다 같이 아이데이션 했다. 올해 함께 읽은 책을 리스트업 했고 멤버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오렸다. 사소한 식순 하나도 직전까지 체크했고 눈치채지 못할 테지만 옷 컬러까지 나름 맞췄다. 이 모든 일을 하면서도 내가 그리는 끝점은 그저 멤버들이 환하게 웃는 것, 하나였던 것 같다.
나는 아직 이런 현장에서 주고받으며 만들어가는 행사 경험이 많이 쌓이지는 않았다. 내가 익숙한 건 펼쳐놓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일에 항상 가까웠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고성에 여행을 가거나 모임 행사를 할 때 내 몸이 편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편하면 한순간에 긴장을 놓을 수 있기에 애매하게 참여자처럼 같이 앉아 즐기는 것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모두가 지금을 즐길 때 한 발 앞서 다음 순서를 기억하고 필요한 것들을 미리 세팅해야 전체적인 흐름이 매끄러워진다. 당연히 현장에서 예측하지 못한 변수로 달라지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나는 대부분 서 있고 돌아다니고 체크하고 기록한다. 부족한 건 없는지 눈으로 테이블을 훑고 적절한 타이밍에 다음 소품을 준비한다. 하지만 동시에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흘러가는 법도 매번 새롭게 배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하면 되니까, 본질은 그래서 사람들이 행복했냐 다들 온전하게 몰입할 수 있었냐에 있으니까 말이다.
작년과 다르게 연말세션을 온전히 즐기지 못해서 아쉬움이 있느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나에게는 그 빈자리에 연말세션 TF팀과의 추억이 차곡차곡 쌓였기 때문이다. 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도 너무 소중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낀다. 우리 멤버들은 프로젝트에서 이렇게 일하겠구나, 그것이 나와 달라서 똑같아서 그 모든 순간이 재밌다. 책을 읽고 소감을 나누는 정규 모임 이외의 모습들을 공유한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의 도영님, 세리님, 소정님과 팀으로 일할 수 있는 경험은 또 다른 익스클루시브일 테다. 밤늦게까지 깔깔대고, 이모티콘 하나도 킹 받게 놀면서도 자기가 맡은 바를 잘 해내는 멋진 사람들. 그들에게 좋은 태도를 배우고 매번 새로운 포인트에서 놀라고 감동한다. TF팀 만의 특권을 다른 멤버들과 함께 누리고 싶다. TF가 끝나고 나면 우리는 이 모임을 이 사람들을 더 사랑하게 된다.
시즌 첫 모임, 연말세션이라는 빅 이벤트를 끝내고 이젠 4개월 프로젝트인 작심클럽과 2번째 모임 준비로 넘어간다. 희경님만의 컬러가 가득한 글쓰기 클럽은 벌써부터 멤버들의 기대가 크다. 기대가 커서 무거운 짐이겠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를 성장하게 만드는 모래주머니가 되지 않을까. 모래주머니를 차고 훈련하면 같은 시간 동안 빠르게 강해진다. 가끔은 업무에서도 나 스스로에게도 살짝의 페널티를 주는 걸 좋아한다. 굳이 안 해도 될 일을 더하거나 바꾸지 않아도 문제가 안 되는 일들에 조금씩 변주를 줘본다. 그 모래주머니를 떼었을 때의 가벼움과 자유로움을 더 극대화해서 느낄 수도 있고 어느 순간 더 강해진 나 자신을 보는 것도 좋기 때문이다. 그럼 그땐 더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파트너를 제안받고 수락했던 그 시기의 나처럼.
근거도 없이 내년이 무척 기대되는 연말이다. 어떤 새로운 일이 펼쳐질지 몰라서, 어떤 일들이 나를 위아래로 뒤흔들지 몰라서! 그 어떤 일이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한번 가보자고를 외칠 수 있는, 인생의 현장에서는 올해보다 조금 더 마음 넓은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