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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ji Forrest Lee Apr 06. 2019

모로코, 이집트, 튀니지 여행의 짧은 후기

*이 글은 제가 북아프리카를 떠나던 2018년 12월 29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이제야 업로드하게 되었습니다. 



북아프리카 3국(모로코, 이집트, 튀니지)은 나에게 어떤 나라들이었는가.


사람들이 참 친근한 나라. 

어딜 가든 서로에게, 외국인에게 관심이 많고 말을 많이 건다.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면 코~리아~~ 웰!컴 웰!컴 한다. 물론 이 웰컴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냐는 나라마다, 맥락마다 조금씩 다르다. 과한 관심의 순서는 이집트> 모로코> 튀니지이고 부담스러움과 불편함의 순서도 마찬가지. 하지만 꼭 우리가 외국인이라서가 아니라 본인들끼리도 늘 주변 사람에게 관심이 많고 정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술을 마시지 않는 나라. 

이슬람 국가들에서 술이 금지되어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껴보지 못했었다. 여행을 하면서 마트나 대부분의 식당에서 술을 팔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이것을 더 피부로 느끼게 해 준 것은 아저씨들이 큰 카페에 끼리끼리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며 무한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 정말 생경하고 너무 웃겼다. 


담배를 어엄청 피우는 나라. 

그냥 엄청 핀다. 실내외 가릴 것 없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고, 상황 가릴 것 없다. 


기도소리의 나라.

새벽 4시 30분에 첫 기도, 저녁 8시쯤 마지막 기도. 잊을 만하면 기도 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나라. 나라마다 기도 소리도 다르다. 모로코는 에에~~~ 하고 사이렌 같은 소리로 기도하고 이집트는 조금 더 솰라솰라 경전을 읽는 느낌이 난다. 튀니지에서는 별로 들어보질 못했다. 제일 세속화된 나라다. 복잡한 메디나 중간에도 잘 살펴보면 구석구석에 기도실들이 많다. 상인들이 지나가는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으려고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도실을 찾는다. 골목의 분위기와 기도실 안의 분위기는 180도 다르다. 


영어보다 프랑스어가 우선인 나라. 

그래서 나는 인사는 아랍어로 하고(쌀람, 아쓸레마) 주문은 영어로 하고, 대답은 프랑스어로 했다. 


바다를 참 많이 봤던 나라들. 

모로코에서는 대서양을, 이집트에서는 홍해를, 튀니지에서는 지중해를 보았다. 각기 다른 고유한 매력을 가진 바다들. 유럽에서 바다가 너무 보고 싶었던 마음을 많이 해소했다. 


물가가 싼 나라들. 

하지만 물가가 싸다는 것은 나에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우리가 덴마크, 노르웨이 등에 물가가 비싸서 여행할 엄두를 잘 내지 못하는 것처럼, 이 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것이 금전적으로 매우 부담이 되는 일일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들에 가기 어렵겠지. 


가장 아름다웠던 풍경은 모로코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본 풍경들이다. 마라케시에서 에사우이라를 오가는 길에서는 많은 올리브 나무들을 보았고, 사진에서 본 것과 같이 염소들이 나무 위에 잔뜩 올라가 있는 풍경은 정말 신기했다. 왜 올라갔을까, 어떻게 올라갔을까. 페즈에서 셰프샤우엔을 가는 길도 정말 아름다웠다. 셰프샤우엔에 거의 도달했을 때쯤 점점 산세가 깊어지고 그러다가 산능선 사이로 작은 마을들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낼 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맛있었던 것은 카사블랑카 메디나 뒷골목에 마을 사람들이 잔뜩 서있던 도넛 가게에서 먹은 도넛과 민트 티다. 특히 그 민트 티! 모로코에서 많은 민트 티를 마셨지만 항상 씁쓸한 뒷맛이 남아서 원래 이런가 싶었는데 그 도넛 가게(가게라기보다는 좌판에 가깝다.)에서 먹었던 민트 티는 적당한 단맛에 깔끔한 민트맛의 조화가 정말 놀라웠다. 튀긴 도넛의 느끼함을 단숨에 가시게 해주는 맛.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대부분 이집트인 것 같다. 밤 비행기를 타고 아침에 도착한 카이로는 공항 터미널 사기꾼 아저씨부터 시작해서 최고의 혼잡함을 선사해주었고 이 혼잡함은 떠날 때까지 도무지 적응할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8차선 도로를 무단 횡단하고 나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들기도 했지만 위험한 건 사실이다. 카이로 시내 투어 할 때 끊임없이 중국어로 인사하고 몰려들어 사진을 찍자고 했던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던 순간도 정말 힘들었다. 

카이로에서 아스완까지 14시간이 걸린 기차도 힘들었다. 쉴 새 없이 칸과 칸 사이를 오가던 사람들(도대체 왜 그렇게 돌아다니는 거였을까?). 담배 냄새. 품 안의 갓난아이를 내보이며 구걸하던 여자들. 창 밖의 가난과 도무지 치울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쓰레기 더미들. 


가장 아름다웠던 동네는 라 마르사. 

여전히 이 곳이 튀니지의 방배동일지도 모르니, 그래서 다 좋아 보이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여유롭고, 아름답고, 그러면서도 사람 사는 생기가 있는 동네였다. 


제일 아쉬운 것. 

마라케시에서 카펫을 못 산 것. 지금 자금 사정으로는 다시 가도 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참 아름다웠다. 언젠가 돈을 많이 벌면 꼭 사고 싶은 것 중 하나. 


만난 사람들.

에사우이라에서 해산물 먹다가 만난 모로코에서 일하시는 중년 한국인 남자분. 좀 쓸쓸해 보이셨다.

메르주가에서 만난 장소현, 김좋은 커플. 두바이에 가면 연락하라는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남겨 주었다. 

카이로에서 만난 남자분. 짧은 휴가를 쪼개 먼 이집트까지 온 청년. 약간의 어색함이 매력이다. 이집트 가이드 모마에게 함께 코샤리를 얻어먹고, 우리가 아이스크림을 쐈다가, 결국 그에게 제일 비싼 맥주를 얻어먹어버림. 

아스완에서 만난 에어비앤비 주인 가족. 2004년에 손수 아니말리에 뮤지엄을 만드셨고 지금까지 뮤지엄과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고 계신다. 멋진 가족. 우리가 자꾸 아파서 약을 많이 챙겨주셨다. 우릴 허약 커플로 기억하겠지.

아스완에서 만나 크루즈를 함께 타고 룩소르 투어도 함께 하고, 후루가다 까지도 함께 갔던 쉐삥, 마이, 숀. 진짜 재미난 인연이다. 이 인연이 어디에서 또 마주치게 될까? 

후루가다에서 만난 우리집 사장님, 효이루쌤, 현주 씨. 다이빙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우리 둘에게(특히 나에게?) 다양한 삶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던져주어서 고마웠다. 여행하면서 한국 사람은 되도록 피하려고 했었지만 ‘우리집’은 너무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튀니스에서 만난 아짜.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우리를 좋아하는 것 같은 아짜. 마지막에 우리가 좀 피곤해서 만날 시간이 있었는데 못 만난 게 아쉽고 미안하다. 우리에겐 절대적 쉼이 필요했으니 만날 시간이 없었다고 해도 말이 되지. 


배운 말

모로코 - 쌀람알라이꿈(안녕하세요.), 빗쌀람(Bye), 슈-끄란(Thanks), 얄라(빨리)

이집트 - 쌀라마리꿈(모로코랑 같은 건지 다른 건지)

튀니지 - 아-쓸레마(안녕하세요.), 아이식(Thanks, God bless you), 슈-끄란

프랑스어 - 위, 사바, 메흐시, 오브와, 씰부쁠레, 뚜뜨(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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