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큭큭큭, 꺼억꺼억거리면서 웃었다. 홍천으로 이동하는 차 안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아빠도 지나가는 지역이었지, 머무는 곳은 아니었다는 지역으로 가는 중이다. 아빠는 운전석에, 엄마는 그 옆자리, 나와 호제는 뒷자리에 앉았다.
어두컴컴한 터널을 지날 때 아빠가 서두를 열었다.
(아빠) “세상이 참 빨리 변해.”
(엄마) “어후 그러니까 말이야.”
(아빠)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는 의식이 열려있어야 해. 항상.”
(엄마) “그래. 정말 항상 열려 있어야 해. 옛날 사고로는 안 돼. 위인도 옛날사람 말고 주변에 있는 요즘 사람을 찾아서 본받아야 해.“
뒷자리에 앉아 엄마아빠의 대화를 지켜보면 만담 하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아빠가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질문이 나에게로 왔다.
(아빠) “예지야, 파친코 읽어봤어?”
(예지) ”나 아직 못 읽어봤어. 영화도 아직 못 봤고. 왜?”
(아빠) “그 작가 부모가 아버지는, 어머니는 그랬다고 하더라고.“라면서 파친코 작가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한다.
(예지) “왜 이렇게 잘 알아. 아빠는 책 읽었어?”
(아빠) “아휴, 그 긴 걸 어떻게. 난 장편소설은 못 읽겠더라.”
잠시 대화가 멈췄다. 아빠가 말로 전하는 위인, 역사는 생각보다 깊이가 있을 때가 있다. 깨알 정보가 살아있다.
(예지) ”아빠는 영상에서 보고 들은 걸, 뭔가 열심히 탐구하고 생각하고 지식 축적한 것처럼 전달하는 능력이 있어. 아빠를 보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확실히 효과가 있겠다 싶어.”
(엄마) “아휴 다 영상 보고 얘기하는 거지. 다큐멘터리, 영화, 휘~ 돌아다니며 본 정보들. 책을 보긴 뭘 봐. 김형석 교수의 <백 년의 살아보니> 책을 아직도 다 못 읽었어.
아니 우리는 몇 시간이면 보잖아. 백 년을 살아도 다 못 볼 거야. “
아빠가 아주 격하게 동의한다.
(아빠) ”그렇지. 백 년을 살아도 다 못 볼 거야.”
아 맙소사. 그걸 또 인정하다니. 난 그때부터 크크크 웃기 시작했다.
(엄마) “그거 다 보게 오래 사슈! 그거 다 보려면 한 150년은 더 살아야겠네. “
아빠는 수험서나 답이 정해진 이과용 문서에 능하다. 수학, 화학, 과학 등등. 신기하게도 젊은 시절 아빠의 사진을 보면, 한쪽이나 손에는 항상 책이 들려있었다.
(예지) ”아빠 젊을 때 사진에 보면 항상 책이 있던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마가 말을 잇는다.
(엄마) ”아휴 그거 다 아주 공갈 염소똥이야!!!!!!“
(예지) ”으하하하하 아주공갈염소똥이래. 꺼어억억ㅇ억억꺽꺽꺼어엉억. 아주 공갈 염소똥이라니.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엄마) “내가 얘기해 줄게. 나는 마음이 없었는데, 동생 편으로 <태평양 전쟁> 책을 나한테 보냈어. 아니 뭔 이런 남자가 다 있나 싶더라.”
엄마아빠 동생들이 대학 동문이었다. 그러니까 아빠는 자기 동생을 통해 엄마의 동생을 거쳐, 엄마에게 <태평양 전쟁> 책을 보냈던 것이다.
“끄어어어엉어어억억억억 크하하하하. 태평양 전쟁?! 크하하라라라라핳하하하 왜 하고 많은 책 중에 태평양 전쟁으로 마음을 전하는 거야. 으하하하하하.“
그 사이 휴게소에 도착했다. 내리기 전에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아빠, 난 분명 아빠 칭찬하려고 했던 거야.”
아빠는 아무 말 없이 차에서 내렸다. 타격감이라고는 1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아주 공갈 염소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