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CSTD Working Group on Data Governance
나는 현재 국제보건학 박사를 하면서, 보건 데이터 거버넌스를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초, 박사 지도 교수님으로부터 보건 분야는 아니지만 데이터 거버넌스에 관련한 유엔 차원의 회의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가 있는 유엔 무역개발회의 산하 개발을 위한 과학기술개발위원회에서 주관하는 데이터 거버넌스 실무그룹 회의였는데. 감사하게도 이 실무그룹 회의에 꾸준히 참관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전 세계 데이터 거버넌스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관련 주제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을 직접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먼저 이 실무그룹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부터 소개하면, 이 그룹에서 다루는 논의 사항들도 이해하기가 더 쉬울 것 같다.
유엔 무역개발회의 (UNCTAD,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 산하에 과학기술개발위원회(CSTD, Commission on Science and Technology for Development)가 있다. 이곳에 유엔 총회 결의 A/RES/79/1호와 글로벌 디지털 협약(Global Digital Compact) 제48항에 따라, 데이터 거버넌스 실무그룹(WGDG)이 설립되었다. 이 실무그룹의 주요 임무는 데이터 거버넌스에 대한 접근 방식을 논의하고 개발하며, 2025년 11월과 2026년 4월에 과학기술개발위원회에 중간 업데이트를 보고하고, 2026년 9월에 있을 제81차 유엔 총회에 최종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디지털 및 데이터 거버넌스에 관한 광범위한 정치적 약속을 보다 구체적이고 공유된 이해와 가이드라인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맡은 주요 유엔 포럼이다.
누가 참여하고,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이 실무그룹은 과학기술개발위원회 소속 27개 회원국과 시민사회, 민간 부문, 학계 등 비정부 구성원 27명, 그리고 관심 있는 국제기구 참관자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네 가지 주제별 트랙이 설립되었고, 각 트랙에는 국가와 비국가 주체가 공동 책임자로 지정되어 있다. 트랙 1은 “모든 수준의 데이터 거버넌스 원칙”으로 탄자니아 연합공화국과 Alejandro Saucedo가 이끈다. 트랙 2는 “국가·지역·국제 데이터 시스템 간 상호운용성”으로 인도네시아와 Renata Avila가 맡고 있다. 트랙 3은 “데이터 혜택 공유를 위한 고려사항”으로 브라질과 Nick Ashton-Hart가 담당한다. 트랙 4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흐름 촉진(국경 간 데이터 흐름 포함)”으로 에콰도르와 Wendy Hall이 이끈다. 이 실무그룹은 데이터가 공정하고 안전하게 관리되고, 공유되고, 활용되어야 한다는 핵심 정책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회의는 어떻게 운영될까?
데이터 거버넌스 실무그룹은 제네바에서 열리는 온라인 오프라인 하이브리드 회의를 통해 운영된다. 회의와 회의 사이에는 소규모 그룹으로 나뉘어 토론하고, 각 그룹별로 총회 3주 전까지 공유 문서를 준비해 제출한다. 실무그룹은 합의를 목표로 운영되는데, 의견이 크게 갈리는 경우에는 보고서에 서로 다른 입장을 그대로 기록한다. 합의가 끝내 불가능한 쟁점에 대해서는, 의장이 균형 잡힌 방식으로 이견을 설명하는 중립적인 “의장 주석”을 달아 둔다. 각 회의 이후, 의장은 의견 수렴을 위한 요약문을 발행하고, 이러한 문서들은 모두 최종 진행 보고서에 반영된다.
올해 5월부터 시작된 실무그룹 회의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시간 순서로 따라가 보면 다음과 같다.
첫 회의는 2025년 5월 1–2일 유엔 제네바 본부 XXIII실에서 열렸다. 2차 회의는 2025년 7월 3–4일에 열렸고, 헝가리 출신 Peter Major가 의장으로 회의를 이끌었다. 현재 OECD 수석 통계학자인 스티브가 나를 이 회의에 연결해 주었는데, 나는 2차 회의에 스티브와 함께 OECD 자리에 앉아 회의를 참관했다. 2차 회의에서는 실무그룹의 직무기술서(ToR)를 논의했는데, 회의 진행이 너무나 느려 답답했던 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실질적인 논의에 들어가기 전에 누가 무엇을 하고, 어떤 내부 운영 구조로 갈지를 정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2차 회의가 너무 답답하다 보니, 스티브는 최근 자신이 참석했던 다른 통계학자들 총회를 농담처럼 들려주었다. 자기는 다른 회의가 늦게 끝나서 30분 정도 늦었었는데, 현장 직원이 이미 직무기술서 논의는 끝났고 그날 회의도 미리 종료되었다고 알려주었다고 한다. 유엔 회의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한, 스티브는 올해 5월에 1차 회의에 참석했었는데, 아무런 가시적 성과가 없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올해 9월, 유엔 뉴욕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비판을 받았다는 사실을 나에게 말해 주었다. 유엔 회의를 열기 위해 회의장을 빌리고, 각국 이해관계자들이 경비와 시간을 들여 제네바까지 왔는데, 아무런 성과 없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지 않을까. 스티브는 2026년 총회에 제출할 보고서도 제때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박사 연구를 하며 학술 논문을 쓰는 게 어쩌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래도 2차 회의에서는 마침내 네 개의 핵심 트랙의 구성이 확정되었다. 각 트랙이 소그룹으로 모여 기술적 협업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데이터 거버넌스 전문가들이 실무 수준의 문제들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네 개의 트랙은 아래와 같다.
1. 모든 분야에서의 데이터 거버넌스 원칙 (Principles of data governance at all levels)
2. 국가, 지역 및 국제 데이터 시스템 간의 상호운용성 (Interoperability between national, regional, and international data systems)
3. 데이터 혜택 공유를 위해 고려할 사항들 (Considerations for sharing the benefits of data)
4. 안전하고 보안이 유지되며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흐름 촉진, 여기에 국경을 넘는 데이터 흐름 포함 (Facilitation of safe, secure, and trusted data flows, including cross-border data flows)
이후 논의는 모두 데이터 거버넌스 원칙, 국가·지역·국제 데이터 시스템 간의 상호운용성, 데이터 혜택 공유,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흐름이라는 네 개의 트랙으로 조직되었다. 각 트랙은 특정 주제를 다루고, 국가와 비국가 주체가 공동으로 주도하였는데, 화상회의를 통해 기존 연구를 취합하고, 공백을 파악하며, 보고서 주제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각 트랙은 제네바에서 모이는 실무그룹 총회 3주 전까지 업데이트 사항을 보고하였다.
3차 회의는 2025년 9월 15–16일에 제네바에서 열렸다. 이 회의는 과학기술개발위원회 의장이었던 Peter Major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건강 상의 문제였다고 전해졌다.
3차 회의에 앞서, 회의 참가자들에게 트랙별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었다. 아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보고 그 결과는 3차 회의때 발전시켜, 중간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해 공유했다. 그리고 2025년 11월 18-19일에 열린 4차 회의를 통해 더 구체화시켰다.
3차 회의에는 임시 부의장이자 주 스위스 감비아 대사인 Muhammadou Kah가 의장 역할을 맡아서 회의의 개회·진행·폐회를 주재했다. 4차 회의는 브라질 외교관 출신 주 제네바 브라질 WTO 상주대표부 대사인 Guilherme De Aguiar Patriota가 임시 의장직을 맡았다.
트랙 1: 어떤 원칙이 중요한가?
트랙 1에서는 먼저 사무국이 만든 자료집을 함께 살펴보고, 여기에 어떤 데이터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더 포함해야 할지, 어떤 원칙을 특히 더 강조해야 할지, 그리고 트랙이 분야별로 어떤 차이를 보여줘야 할지를 논의했다. 이어서는 각 맥락에서 지금 가장 심각하게 서로 부딪히는 지점이 어디인지, 이런 긴장과 충돌을 어떻게 완화하고 균형 잡을 수 있을지 논의했다. 이때 원칙 통합을 한 번 정하면 끝나는 최종 목적이 아니라, 계속 검증하고 보완해야 하는 과정으로 보자는 데에 의견을 통합했다.
또한 원칙을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지에 더 집중하고, 하나의 정답이나 단순한 ‘X 대 Y’ 대립 구도로 흘러가지 않도록 조심하기로 했다. 특히 핵심 데이터 개념을 다시 정리하고, 이미 존재하는 유엔 및 기타 원칙 체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명확히 하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전반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원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원칙을 잘 모으고 정리하는 작업”이라는 점에 넓은 합의가 형성되었다.
트랙 2: 상호운용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트랙 2에서는 먼저 국가·지역·국제 수준에서 상호운용성(서로 다른 시스템이 잘 연결되고 함께 돌아가는 것)을 확보할 때 어떤 어려움과 위험이 있는지부터 짚었다. 그다음 앞으로 10년 동안 각국·각 지역, 혹은 각자의 업무 영역에서 상호운용성이 개발에 가장 큰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가 어디인지, 구체적인 활용 가능성을 함께 이야기했다. 상호운용성을 넓혀 가면서도, 각 국가가 자국의 데이터와 시스템, 개발 우선순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통제권을 유지하려면 협력 구조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도 중요한 논의 주제였다.
또한 기술적 표준이 서로 다른 문화, 언어, 제도 속에서도 실질적으로 잘 작동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설계하고 적용해야 하는지도 다루었다. 특정 외부 행위자나 한 시스템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공공의 이익에 맞는 상호운용성 거버넌스와 법·제도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더 나아가, 상호운용성과 관련된 시도가 장기적으로 재정·제도 측면에서 지속 가능하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할지, 상호운용 가능한 시스템을 직접 관리·통제할 수 있는 역량·기술·파트너십을 어떻게 키울지도 함께 살펴보았다. 국가·지역·국제 차원에서 어떤 상호운용성 프레임워크를 좋은 참고 사례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도 공유되었다.
종합하면, 트랙 2에서는 상호운용성을 기술적 수준만이 아니라 의미론적·법적·조직적 수준까지 겹쳐 있는 ‘종합 개념’으로 보자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참가자들은 핵심 병목이 기술 부족이 아니라 규제와 거버넌스에 더 가깝다는 데 동의했다. 상호운용성이 개발을 이끄는 중요한 수단이 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민감하고 문화적으로 깊이 얽힌 데이터에 대해서는 안전장치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아울러 기존 이니셔티브와 공백을 체계적으로 매핑하고, 더 강력한 글로벌 표준을 마련하며, 데이터 오·남용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트랙 3: 데이터의 혜택은 누가 보게 될까?
트랙 3에서는 먼저 데이터에서 나오는 이익을 경제적·사회적·간접적 차원까지 어떻게 폭넓게 볼 것인지, 그리고 왜 그렇게 봐야 하는지부터 정리했다. 데이터 수명주기에는 수집, 관리, 분석, 재사용 등이 포함되는데, 이 과정에 관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데이터의 혜택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또한 표준화, 재정, 지적 재산권, 데이터 보호 같은 거버넌스 체계가 데이터 혜택의 분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런 체계가 혜택 공유와 관련된 불평등 문제를 줄이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지도 논의했다. 디지털 공공재와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데이터에서 가치를 끌어내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데이터 기반 혁신에 참여하는 주체의 범위를 어떻게 넓혀 갈 수 있을지도 함께 다뤘다. 개발의 관점에서 추가 표준화나 실증 연구가 필요한 지점이 어디인지도 짚었다.
무엇보다도, 메커니즘을 설계하기 전에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손해를 보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데이터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디지털 인프라이자, 관계 속에서 의미가 생기는 ‘관계적 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적 재산권, 우주·과학 데이터, 코로나19·기후와 같이 “데이터 사각지대”로 남기 쉬운 영역에서는 특히 인센티브를 섬세하게 설계하고, 데이터 품질에 대한 관심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여러 나라의 구체적인 사례도 함께 공유되었다.
트랙 4: 국경을 넘는 데이터 흐름
트랙 4에서는 국경 간의 데이터 교환 등 데이터 흐름을 뒷받침하는 국내·지역·국제적 조치가 무엇인지 정리했다. 국가들, 특히 개발도상국들이 국경 간 데이터 흐름과 관련해 어떤 도전에 직면하는지 알아보았고, 데이터 중개자를 포함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공유를 촉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이를 위한 다양한 메커니즘, 규정, 국제 표준이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이 개발적 혜택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검토했다. 의료, 신기술, 재난 예방과 같은 핵심 분야에서 이러한 메커니즘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공유를 어떻게 보장하는지 다루는 것도 중요한 논의였다.
회원국들은 데이터 흐름의 혜택이 ‘개방성’ 자체가 아니라 맥락, 인프라, 역량, 집행 가능한 권리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데이터 비대칭성과 규제는 소규모 주체에 과도한 부담을 줄 위험이 있고, 특히 개발도상국 사례를 포함한 구체적 사례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데이터 신탁이나 데이터 공유지와 같은 모델이 뒷받침될 경우 국가 주권과 데이터 흐름이 양립 가능하다는 점도 얘기되었다.
다만 트랙 4는 트랙 2와의 중복 가능성이 여러 번 지적되었다. 두 개의 트랙이 다루는 의제 상당수가 비슷하고, 함께 논의할 때 오히려 시너지가 더 크다는 주장들이 나왔고, 나 역시 이에 동의했다.
데이터 거버넌스 실무그룹은 앞으로 두 번 더 만나서 회의를 하게 된다. 2026년 2월과 4월에 모인다. 5차 회의에서는 보고서 초안을 다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2026년 4월에 있을 6차 회의에서는 과학기술개발위원회 연례 회의 직전에 모여, 성과 보고서를 최종 정리하기로 했다. 공식적인 의무로는 제81차 유엔 총회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니, 2026년 9월까지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그 사이 나의 박사 논문과 연구 진전도 얼마나 더 만들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