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박사생에게 필요한 세 가지

실력, 밸런스, 그리고 연민

by 이예진 Yejin Lee




AI 발전의 흐름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어디까지, 그리고 어떻게 AI를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되었다. 그러던 중 최근 판사 출신 법대 교수로 재직 중인 손종학 교수님이 법조인이 가져야 할 세 가지 덕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Ability. Balance. Compassion. ABC다. 법조인뿐만 아니라 일반인과 박사생에게도 적용 가능한 개념인 것 같아서, AI 시대의 박사생에게 필요한 세 가지도 ABC로 정리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 Ability 실력

박사생의 실력은 몇 가지가 있을 것 같다.


첫째로, 좋은 질문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


연구자란 결국 좋은 질문을 통해 가설을 세우고 실험이나 과학적 연구 방법론을 통해 설립된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을 이끌어 낼 줄 아는 사람이다. 또한 결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몸에 익히는 것이다. 물론 선행연구를 통해, 자신의 분야에 이미 알려진 것들과 검증 가능한 연구 주제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잘 파악해야만 의미 있는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부분도 많다. 반복적인 수동 작업들, 예를 들면 저널의 요구 사항에 맞게 원고의 서식을 바꾼다거나, 연구 관련 파일과 폴더 관리, 참고문헌 관리 지원, 인터뷰 전사 등의 작업은 확실히 AI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질문을 하려면 결국은 내가 스스로 고민해야 하는 것 같다. AI에게 모든 통제권을 주는 것이 아닌, 내가 최종 결정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 것이 적절하다. 과학적 연구도 결국은 박사생인 내가 직접 설계를 해야 하고, 연구에 대한 책임도 내가 져야 한다. AI에게 설계를 하라고 한들, AI는 책임을 질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AI 시대 박사생의 가장 중요한 실력 중 하나는 AI를 도구로 어디까지 어떻게 사용할지를 확실히 아는 것이다. 연구 윤리를 잘 고려해 적절한 선을 정해 AI에게 특정 업무를 위임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내가 박사생으로서 해야 할 부분, 내가 AI에게 넘겨주지 않아야 할 핵심 역량은 최대한 지켜 내야 한다.


두 번째로, 스스로 사고하고 글을 쓰는 것


요즘은 AI가 글을 빠르게 잘 써 준다. 하지만 AI에게 글을 쓰는 것을 완전히 넘겨주면, 단기적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내가 스스로 글을 쓰는 실력은 잃게 된다. 그래서 나는 더 느리게, 더 천천히 곱씹어 생각하며,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해 직접 글을 쓰는 연습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운전도 비슷하다. 완전 자율주행이 있더라도 내가 스스로 운전을 전혀 할 줄 모른다면 자율주행은 위험하다. 아무리 자율주행이 안정적이더라도 예측 불가한 위기의 순간에는 내가 AI를 대체해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혹시 AI가 실수하더라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AI가 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 사고하고 글을 잘 쓸 줄 아는 박사생이 되어야, AI를 통해 도움을 받더라도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연구와 글들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세 번째로 책임 있는 연구 수행 능력


연구 윤리 측면에서 AI가 한 것을 내가 한 것으로 포장하지 않아야 한다. 내가 한 연구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고, 모든 것의 출처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 혹시 AI를 사용했다면, 어디부터 어떻게 AI를 활용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고, 그것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AI 시대 박사생의 기본 자질인 것 같다. 솔직히 무엇이 진짜 내 것인지는 자기 자신이 제일 잘 안다.


예를 들면 시험에서 다른 사람의 시험지를 보고 컨닝하는 것은 명백한 부정행위다. 그리고 글을 쓸 때, 다른 사람의 글을 출처 없이 가져다 쓰는 건 표절이다. AI가 등장한 이 시대에, 더 높은 윤리적 기준을 정하고 책임 있는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더없이 중요해진 것 같다. 그리고 이 모든 건 개인적, 그리고 사회적 신뢰와 연결된다.


책임 있는 연구 수행을 위해서는 혼자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소통하고 협업도 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건 정확한 의사소통이다. 그리고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일하는 능력이다. AI는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사람을 공감하고 이해하며 함께 협업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그렇기에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고 깊이 있는 협업을 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AI 시대 박사생의 중요한 실력이 되었다.


2. Balance 밸런스

AI의 최대 단점 중 하나는 편견이다. 다양한 AI LLM 모델은 학습된 데이터에 따라 오류나 편향된 답을 제공한다. 가장 많이 알려진 예 중 하나는 성차별이다. 특정 직업군에 따라 남성 혹은 여성만 지칭하고, 고위직 리더십 자리는 남성만 지칭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특정 인종은 범죄와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기본값이 백인인 경우가 많다.


내가 학부 때 전공으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각 나라마다 고유의 문화와 언어, 그리고 역사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맞고 틀리다의 가치 판단 이전에 다양한 생각과 관점을 알아야 그 안에서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 오늘의 AI는 아직 이러한 다양한 관점을 같은 무게 중심으로 균형 있게 맞추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또한 한 가지 관점만 있다면 그 안에서는 오픈 마인드가 되기 어렵다. 고정된 생각(fixed mindset)으로는 다른 의견들을 경청하기 어렵다. 하지만 박사생으로서 더 다양한 글을 읽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주장까지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 깨닫게 된다. 그래서 영어 논문뿐만 아니라 불어, 중국어,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의 논문도 읽고 여러 시각과 관점을 통합하는 능력을 계속 키워야 좋은 밸런스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3. Compassion 연민 혹은 자비

연민 혹은 자비를 갖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AI 시대의 박사생이 가져야 할 마지막 한 가지는 이 세상과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아닐까 싶다.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의 존재 자체를 더 깊이 이해해야 연민을 갖게 되고 자비를 베풀게 된다. AI의 시대 AI는 할 수 없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오히려 인간은 불완전하고 실수할 수 있다. AI는 컴퓨팅 파워만 있다면 지치지 않고 일하는 반면 사람은 잠만 조금 못 자도 체력이 떨어지고 지친다. 하지만 AI가 사람 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AI를 만들었지 AI가 사람을 만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AI 시대를 살아가며 다른 사람에 대한 연민을 가질 줄 아는 사람만이 더 가치 있는 세상을 지켜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AI는 도구이다. 사람이 만든 도구에 대한 연민도 있어야 이 도구를 잘 통제하고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맡길지, 그리고 무엇은 맡기면 안 될지 더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나도 다른 사람도, 그리고 AI도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맹목적 신뢰가 아닌 균형 잡힌 검증과 확인이 끊임없이 필요하다.


글을 마치며


솔직히 내가 현재 아는 지식과 생각이 틀릴 수도 있고, 혹은 금세 또 변화하는 AI의 발전에 뒤처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생각을 정리하고, 끊임없이 배우고 수정해 나가는 것이 더 큰 성장을 주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나누고 싶은 한 가지는 최근에 본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영화다. 주인공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시체 조각으로 생명체를 만들었는데 결국 파멸로 치닫는 이야기다. 인간 창조자와 괴물 같은 창조물 사이에서 나는 사람과 AI의 관계가 떠올랐다. 어쩌면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간이 통제할 수 없고 걷잡을 수 없는 순간이 오면 이 AI라는 창조물도 ‘괴물’이 되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금요일 연재
이전 01화인간보다 시험을 잘 치는 인공지능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