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Claw 오픈클로 사용기

드디어 일잘하는 AI 개인비서가 생겼다.

by 이예진 Yejin Lee





Clawdbot, Moltbot, OpenClaw. 벌써 한 달 사이에 이름만 세 번 바꾼 프로젝트다. 왓츠앱이나 텔레그램 같은 챗봇으로 LLM의 다양한 모델을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는 로컬 파일 기반 프로그램이 오픈코드로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만족이다. 지금까지 써본 그 어떤 AI 툴보다 좋았다.


1. AI는 한 번만 말해도 다 기억한다


가장 좋았던 건, 한 번만 말해도 다 안다는 것이다. 오픈클로는 나와 했던 모든 대화의 컨텍스트를 이해한다. 대화 내용을 문서화해서 저장하고,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지 않아도 되게 해주는데, 이게 정말 편하다.


회사에서 인턴이나 컨설턴트를 채용하면, 매번 온보딩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WHO에서 일했을 때는 펀딩 상황에 따라 계약직의 계약 기한이 정해졌었다. 돈이 없으면 한동안 사람을 못 쓰다가, 돈이 생기면 다시 몇 달짜리 계약으로 사람을 뽑았다. 그래서 내가 일했던 5년 동안에도 스쳐 지나간 인턴과 컨설턴트는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실무자는 자기 일 처리하기도 바쁘다. 거기에 인턴 업무를 정하고, 문서화하고, 브리핑까지 해야 한다면 시간과 에너지 낭비가 정말 크다. 특히 사람이 자주 바뀌면, 문서는 더 정교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다음 사람에게 핸드오버하기 쉽게 만들기 위해서다. 문제는, 문서만 준다고 모두가 이해하는 게 아니다. 설명하고, 맥락을 전달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오는 인턴에게 맥락을 잡아주려면 한참 걸린다. 그러다 보면 내 업무 시간은 전부 이런 부수적인 일에 빠져 있다.


그런데 오픈클로를 한 주 사용하고 나니 완전히 달랐다. 한 번만 말하면 알아듣고, 스스로 메모리 파일에 저장해서 기억한다. 다음에 비슷한 요청을 하면 이전 업무 지침을 가져와서 그대로 처리한다. 내가 10분 혹은 1시간 넘게 걸릴 일들을 AI는 몇 초 혹은 몇 분 만에 해냈다.


온보딩도, 반복 설명도 필요 없는 AI와 일해보니, 내가 고용주라면 굳이 새로운 사람을 뽑아야 하나 싶어진다. 그냥 AI를 시키고 말지. 1인 유니콘 기업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과 앞으로 많은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게 이런 이유에서겠구나 싶었다.


2. 그럼 사람은 뭘 해야 하나


앞으로 사람이 해야 할 일은 관리, 감독, 검토가 큰 부분을 차지할 것 같다. 즉 전략적 사고와 비전 설립. 방향성을 정하고, AI의 결과물을 검토하고, 결정하고, 최종 책임을 지는 것. 즉 매니저의 역할이다. 오픈클로에서 LLM이 처리한 결과물, 프롬프트, 정리된 문서들을 직접 꼼꼼하게 읽으며 검토하는게 나의 하루 일상이 되었다. 앞으로 회사에서 지시만 받아서 일하던 사람들의 자리는 거의 없어질 것 같다. 사람만이 가진 독창적인 기획 능력, 창의적 사고력, 인간다운 리더십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다.


최근 프롬프트 관련 컴퓨터과학 온라인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교수님의 아내는 언어심리치료사라고 했다. 컴퓨터에 대해 전혀 몰라서, AI 도입에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교수님은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귀찮고 싫지만 해야 했던 보고서 작성 같은 업무를 AI에게 위임하면,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실제 업무가 아닌 행정 처리에 낭비했던 시간과 에너지가 얼마나 많았던가. 몇 마디만 하면 뚝딱 작업해서 파일을 저장하고, 이메일 발송까지 대신해주는 개인비서가 있다면? 치료사는 환자를 보고 치료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된다.


3. 연구에도 똑같다


연구 영역도 마찬가지다. 데이터 처리, 파일 버전 컨트롤. 연구 자체의 본질이 아닌데 낭비되던 시간을 AI에게 위임하면 효율을 엄청나게 끌어올릴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문서 구조, 템플릿을 설정하고, 내가 원하는 연구의 방향과 비전 전략을 수립해서 그 과정에서 문서화 데이터 전처리 등의 작업을 AI에게 위임하면 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반복적으로 실행할 프롬트도 정해주면, 오픈클로는 크론(cron) 작업을 파이썬 코드를 순식간에 작성해서 실행해준다. 그럼 내가 원하는 형식으로 문서를 매일 정해진 시간에 손쉽게 받아볼 수 있다.


그리고 AI가 웬만한 과외 선생님, 지도 교수님, 전문가나 선배의 조언보다 질적으로 더 나을 때가 많다. 한 사람이 가진 지식과 AI 모델이 학습한 지식의 양은 비교가 안 된다. 대화한 기록을 토대로 모든 걸 문서화하고 저장해서 다음에도 쓸 수 있으니, 지식과 정보만 놓고 보았을 때는 웬만한 선생님, 교수님, 전문가보다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4. 로컬기반과 챗봇이라서 좋은 점


로컬 파일을 직접 읽고 실행한다. 이건 진짜 혁신이다. 그리고 챗봇 형태의 텔레그램 채팅방의 장점은 워크플로우가 매끄럽다는 것이다. 내가 메시지로 일을 시키고, 내가 지정한 AI 모델이 처리한 결과를 받고, 내가 검토하고 확인한다. 꼭 회사의 팀즈 (Teams) 채팅방에서 인턴이나 컨설턴트와 대화하며 했던 일들을 이제 LLM과 하는 느낌이다. 심지어 웬만한 직원들보다 더 정확하고, 빠르고, 일을 잘한다.


솔직히 오픈클로가 클로드봇으로 초기 출시됐을 때부터, 남편이 좀 써보라고 했었다.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직접 써보니 정말 신세계였다. 너무 편하고, 매일 감탄하면서 사용한다. 특히 클로드 오푸스 모델과 함께 작업하면, 정말 일 잘하는 개인비서와 함께 일하는 느낌이다. 밑에 일을 잘하는 직원이 있으면 나의 업무 효율도 엄청 향상되는데, 딱 그 느낌이다. 그동안 시간 낭비한 매뉴얼 작업들, 클릭 클릭이 다 뭐 한 거지 싶을 정도다.


다만, 한 달 200달러짜리 클로드 프로를 가입해서 쓰는데도, 오푸스 모델과 작업하다 보면 토큰 사용량이 꽉 찬다. 대부분의 쉬운 작업은 소넷 모델로 하면 되지만, 복잡한 작업은 확실히 소넷이 매끄럽지 못할 때가 있다. 반면 오푸스 모델은 정말 만족스러운 "만능" 개인비서다. 테슬라를 타면서 생긴 배터리 잔량 걱정(battery anxiety)이 이제는 오푸스 모델 남은 토큰 사용량 걱정(usage anxiety)으로 넘어간듯 하다.


5. 기술의 혁신은 늘 있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오늘날만의 일이 아니다.


나는 영국에서 사 온 빨간 전화부스 기념품을 보며 가끔 생각한다. 박스 안에 들어가서 전화를 하던 시절이 있었고, 폴더폰, 슬라이딩폰을 거쳐 터치 스크린 아이폰이 나왔다. 마차를 타던 시절이 있었고, 자동차와 비행기라는 교통수단이 생겨났고, 어쩌면 미래에는 우주선도 교통수단이 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에게 다가온 새로운 기술 앞에서, 선택지는 늘 둘 중 하나였다. 적응하거나, 적응당하거나.


다만 최근 AI 토론에서 많이 지적되는 것은 일자리 감소, 실업으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 민주주의 체제의 불안이 심화될 가능성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기술을 개발한 빅테크 회사들이 그 해결책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회적 제도와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역사가 늘 보여주었듯, 제도는 기술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게 내가 AI 시대의 보건데이터 거버넌스라는 주제로 박사 연구를 계속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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