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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jin Kim May 11. 2018

나의 세상과 당신의 세상 무게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지난 4월 1일,

교황청 바티칸에서 카톨릭 축일, 그리스도가 무덤에서 되살아나는 것을 기리는 부활절 행사가 있었습니다. 

부활절은 바티칸 시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유럽과 북미권에서 국경일로 지정하고 있을 정도로 성탄절과 더불어 카톨릭의 최대 축일로 여겨집니다. 

저 역시 이번 부활절에 교황청에 다녀왔습니다. 

많게는 30만명의 인원이 수용되는 베드로 광장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나 고요한 것도 처음 경험했습니다. 


사순절, 고난주간, 성금요일을 기리며 로마 곳곳에서 많은 행사들이 있었고, 참여를 위해 전 세계 많은 이들이 교황청이 있는 로마를 찾았습니다. 

그만큼 카톨릭 신자들에게 있어 부활절과 예수 그리스도가 정신적으로, 종교적으로 중시됨을 뜻하겠지요-


투어를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레 카톨릭 축일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바티칸 박물관 휴관, 시스티나 소성당 혹은 성 베드로 성당 출입 금지 등등.. 이를 통해 로마, 나아가 이탈리아와 카톨릭이 얼마나 강하게 연관되어있는 지를 느끼곤 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아무리! 교황청이! 있다!하지만! 성당 뿐인가..? 카톨릭 뿐인가..? 단일종교인가..? 

로마는 포용의 도시 아닌가- 하는 의문이 섬광처럼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매우 주관적인 입장에서) 종교대통합 우주통일 세계평화를 기리며 

부활축일 바로 다음 날 4월 2일 로마의 이슬람 사원을 찾았습니다.




Islamic Cultural Center of Italy Grand Mosque of Rome

로마의 유일한 모스크로 이탈리아 이슬람 문화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축구장 약 100개의 크기와 맞먹는 3만 제곱 미터 대지에 세워진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이슬람 사원입니다. 


우선 입이 떡 벌어지는 건축 규모에 매우 놀랐습니다. 

아무 기대 없이 찾았기 때문일까요. 거센 바람 앞에서도 우직히 서있는 웅장한 건물을 바라보니 인간의 존재가 한없이 나약하게 느껴지며 '아, 이런 걸 숭고하다 표현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인간은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크기의 대상을 경험하면 머릿 속에 그 대상을 종합적으로 그려내지 못하기 때문에 경외와 위축과 함께 숭고한 감정을 느낀다. 따라서 숭고는 공포에 기원을 둔 감정이며, 이 공포가 안정감으로 변화할 때 비로소 쾌락과 함께 아름다움을 경험한다.



'꿉바'라 불리우는 모스크의 돔 위에는 이슬람의 상징인 초승달이 올려져 있습니다. 

이 초승달은 이슬람 국가의 국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와 관련된 여러 해석이 있습니다만, 주된 의견으로는 이슬람교의 창시자이자 예언자인 무함마드가 5세기 경 최초의 계시를 받던 날 밤 하늘에 나란히 떠있던 달과 별을 형상화한 것으로 이슬람교의 신인 알라가 세상에 비춘 새롭고 영원한 '진리의 빛'혹은 '진리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국기가 그믐달로 되어있으나, 초승달과 별이 기독교의 십자가와 같은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들에게 종교적 상징물로 여겨집니다. 



외부 건축물의 기둥 

자연광을 머금을 새하얀 대리석에 맑은 하늘 아래 단단히 내려앉은 고요함이 더해져 새로운 신성함을 자아냅니다.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 꾸란'에 의하면 청결하지 않은 몸으로 예배를 드릴 수 없다-고 하여 

하루에 드리는 다섯 번의 예배 '살라트' 이전에 '우두'라 불리는 세정식을 행합니다. 

이 공간에서 얼굴, 손, 팔꿈치, 발, 발꿈치를 씻은 후 신발을 벗은 채로 예배당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저 역시 예배당에 들어가보고자 대체 왜 워커를 신었나 깊이 후회하며 힘겹게 벗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방문객은 수요일, 토요일 오전만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하하 따라서 제가 다녀왔던 월요일은 아쉽게도 내부 입장이 불가했죠.


그래도 날씨는 참 좋았습니다.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며 사진도 찍고, 혹시나 입구가 있지 않을까 싶어 건물 이곳 저곳  돌아다니고 있으니 몇몇 무슬림들이 나타나 인사를 건냈습니다.


거품이 많아 혹시나..?하고 여쭤보았는데 역시나 차tea를 마시고 계셨습니다. 

무슬림들의 음식 '할랄 Halal'에서는 알코올을 금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차tea문화가 발달했죠.


아무튼 온갖 언어를 동원하여 모스크의 내부를 꼭 보고싶다는 말을 전했는데, 그 간절함이 비춰진 걸까요?

저희를 내부로 안내해주셨습니다. 


가지런히 신발을 벗어둔 채로 입장합니다.


그리고 

펼쳐지는 공간

이슬람교는 신 만이 인간 혹은 동물의 창조주 이시며 신 이외의 그 어떤 것도 신성시하지 않으려 그림이나 조각 등 조형물을 일체 남기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성당에서 흔히 보이는 조각이나 프레스코 벽화, 회화 작품을 찾아볼 수 없죠. 


하지만 자연이 진공을 허락하지 않는 것처럼 조형물의 공백에는 식물의 줄기와 잎을 형상화한 '아라베스크'문양으로 즉 이슬람만의 아름다움으로 빼곡하게 바닥과 벽면이 채워져 있습니다.

우상숭배를 막았던 이슬람권에서는 필연적으로 조각이나 회화보다 서예와 조형예술이 발달할 수 밖에 없었던것이죠. 역시 예술은 역사의 결과물인가 봅니다. 


금요일 합동예배 때 '카팁'이라 불리우는 설교자가 사진 상 중앙에 위치한 계단식 설교대 '민바르'에 올라 설교를 합니다. 

모든 예배는 민바르 바로 왼편에 위치한 아치형으로 파인 벽감 '미흐랍'이 있는 방향으로 드려지는데요.

이는 무함마드의 출생지이자 이슬람의 성지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도시 '마카'를 향합니다. 따라서 전 세계 모든 모스크는 마카를 향해 건립되고 예배도 드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카 순례 하지 기간의 마카의 카바 신전 모습

여행이 가능한 무슬림들에게 마카 순례는 일생에 한 번 이상 이뤄야 할 종교적 의무이기에, 매년 많게는 200만명의 사람들이 마카를 찾습니다. 



다시 로마 모스크로 돌아와..

내부의 전체적인 모습

민바르와 미흐랍이 보이는 이 공간에서는 남성 무슬림만이 예배를 드릴 수 있습니다. 


여성들의 예배공간 대체로 모스크의 측면이나 뒷면 혹은 2층의 공간에 따로 마련되어 커튼이나 칸막이로 나뉩니다. 

여성 무슬림이 예배를 드리는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사용된 모든 모자이크는 모로코에서 공수되었다고 합니다. 




로마 모스크는 

이라크 바그다드 출신으로 독일과 영국에서 수학 후 이슬람 종교 건축을 주로 하는 건축가 Sami Mousawi 와 

이탈리아 로마 사피엔자 대학교 출신의 건축가 Paolo Portoghesi 의 합동 설계입니다. 

Paolo Portoghesi는 이탈리아 남부 살레르노의 성가족 성당으로도 유명한 건축가이기도 한데요-

Chiesa della Sacra Famiglia/ via Nicola Buonservizi, 2639, 84135 Salerno SA


설계 단면

따라서 서로 다른 문화의 건축가가 서로 다른 종교를 이해하며 설계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역사 속 성당과 모스크의 첫 만남은 터키의 이스탄불 '아야 소피아 Hagia Sophia'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몇번의 소실과 재건을 거쳐 AD 537년 12월 27일 완공된 아야소피아의 최초 건축용도는 동방 정교회 대성당이었습니다. 당시 황제였던 유스티아누스 1세는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솔로몬 성전보다 더 웅장한 교회를 지었음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솔로몬이여, 내가 그대를 이겼도다!' 라고 외쳤다고 하죠. 


하지만 1453년 찬란했던 동로마 제국의 역사는 끝내 오스만 제국에 의해 막이 내려집니다. 

그와 동시에 성당으로서의 아야소피아 역할도 끝이 나죠.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트 2세는 동로마 제국을 점령한 바로 그날 오후, 아야소피아를 찾아가 '오직 알라만이 존재한다.' 라 외치며 대성당을 이제부터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로 사용됨을 선언합니다. 


성당을 채웠던 십자가를 떼어내고 벽을 새로 덧칠하여 프레스코화들을 지운 후,

마카로 향하는 미흐랍과 함께 예배 시간을 공지하는 '아잔'을 위해 사용되는 첨탑 '미나레트'를 건축에 더하여 

1453 - 1931년까지 모스크로 사용됩니다. 


그리고 현재의 터키 정부는 아야소피아를 박물관으로 개조해인류의 공동 문화유산 건축으로 지정해둔 상태로 기독교나 이슬람 그 어떤 종교적 활동을 일체 금지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중동 지역에 기반을 둔 이슬람은 자주 이동하며 생활하는 유목 사회였기 때문에 건축물이 전무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기 위해 지어진 대성당 아야소피아는 그들에게 있어서 유일한 대형 건축물과 같았고, 자연스레 훗날의 모스크들이 아야소피아를 기본으로 두고 건축됩니다.


터키 블루 모스크

이집트 카이로 모스크



어머니의 하나님, 나의 부처님, 그리고 누군가의 신.

종교적 이유로 다른 이름을 사용하지만

인간이 신을 경배하는 공간라는 맥락에서는 성당과 모스크, 나아가 모든 신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부활절로 바빴던 4월의 로마와 바티칸을 살아가며 스스로 새겨보았습니다. 



당신과 타인의 삶의 무게를 쉽게 저울질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며-

Islamic Cultural Center of Italy Grand Mosque of Rome


위치 : Viale della Moschea, 85, 00199 Roma RM

방문 가능 시간 : 수요일, 토요일 오전/ 금요일 오전 무슬림 푸드 마켓

주의 사항 : 여성들은 머리를 가리기 위한 스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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