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마음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던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에 들어갔다가 한 질문을 마주했다. TV를 잘 보지 않는 내가 그나마 가장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인 '유퀴즈 온 더 블록'에 나온 질문이었다.
"당신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어디에 계신가요?"
남녀노소, 사람들의 대답은 제각기 달랐다. 오르막과 내리막, 또는 아무것도 아닌 평지를 걷고 있는 것 같다고.
감성적으로 꾸며진 네모난 화면을 들여다보며 나 또한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걸까. 솔직히 말하면 하루가 버겁고 너무 지치는데, 그렇다면 인생 곡선이 아래를 향하고 있는 건가. 내리막을 걷고 있는 건가.
하지만 오르막길에 서 있는 거라고 믿고 싶었다. 비록 힘들고 지치긴 해도 오르막을 오르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니까. 특히 체력이 안 좋은 나는 언덕을 조금만 올라도 금세 숨이 차서 쉬고 싶어지지 않았던가. 평지를 1분만 달려도 어디에 써먹지도 못할 근력과 폐활량 때문에 골골대기 일쑤인 것처럼. 매일 마음이 불안하고 그냥 편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긴 하지만, 어쩌면 그것도 오르막을 오르고 있기 때문에 힘든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냥 앞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데 집중하면 언젠가는 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은 아니더라도, 정상에 오르기 직전의 쉼터 정도까지는.
사실은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뿐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또 하루를 버틸 자신이 없어서, 주문처럼 '나는 지금 오르막길에 있어서 힘든 거야.'를 되뇌었다. 자기 위안이든 뭐든 아무렴 상관 없었다. 내가 내 길을 오르막길이라고 하는데 감히 누가 태클을 걸겠냐고.
결국 그로부터 머지 않아 일을 그만두고 인생 방향을 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지만, 그날의 다짐은 마음에 남은 채였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렇게 믿고 싶다. 객관적으로 보면 지금의 상황을 내리막길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지만, 이마저도 결국은 오르막길을 오르는 과정이라고.
나는 여전히 오르막을 향해 가고 있다고.
+) 이제 편집자가 아니어서 필명은 바꿨지만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르는 것. 현재의 계획엔 없지만 이래 놓고선 또 출판사에 들어가 다시 편집자M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