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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lin Jun 25. 2024

론디노네가 색칠한 돌멩이

The Magic Link, Where all matters meet


"Seven Magic Mountains elicits continuities and solidarities between human nature, artificial and natural, then and now."
세븐 매직 마운틴은 인간의 본성,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 과거와 현재의 연속성과 연대를 이끌어냅니다.


- Ugo Rondinone


LA에서 내륙으로 차를 몰고 가면 황량한 사막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운전자들은 이내 똑같이 반복되는 광활한 사막 배경에 무감각해진 채로 달리게 되는데, 장장 4시간 동안 펼쳐진 돌과 흙색 배경 사막 저 끝에 별안간 이질적인 쨍한 컬러들이 나타나고, 행인들은 갑자기 등장한 색감에 이끌려 종종 핸들을 돌려 그곳에 들르곤 한다.

층층이 쌓아진 7개의 알록달록한 돌탑은 사막 한가운데에 서서 모든 물질을 연결하는 마법을 부리는데, 자신에게 이끌려 찾아온 방문객들이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현장과 상호 작용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다.




SEVEN MAGIC MOUNTAINS AS PUBLIC ART


라스베가스 외곽 사막에 위치한 세븐 매직 마운틴은 미국에서 가장 큰 공공 예술품 중 하나이며, 대략 7.35 피트 높이의 현지에서 조달한 암석으로 구성된 반짝이는 토템이 특징이며, 들르는 방문객들은 종종 이스터섬의 모아이석상, 스톤헨지 등의 모습을 떠올린다고 한다. 완성까지 장장 5년이 걸린 이 거대한 작품은 완성된 해인 2016년부터 2년간 전시될 예정이었으나, 관람객들의 뜨거운 인기로 인해 계속해서 기간이 연장되고 있다.


도대체 이 돌무더기의 어떤 매력이 그 많은 사람들을 사막 한가운데로 끌어오는 걸까?


1900년대에 시작된 모더니즘 열풍으로 엘리트주의라는 사적 예술 문화가 무너진 후, 근대 미학은 대중에게 개방되어 거의 전적으로 관객 개개인의 주관적 경험에 집중해 왔다. 특정 계층 외에도 누구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미술관의 문이 열렸고, 심지어 어떤 작품들은 미술관을 벗어나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공공 미술(Public Art)이다. 공공 미술은 상업적, 정치적, 아티스트 개인의 신념 등과는 무관하게 좀 더 넓고 보편적인 개념을 추구하며 궁극적으로 관객의 피드백에 의해 예술작품으로서 완성이 되기 때문에 관객은 작품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물론 공공미술이 언제나 수준 높은 관객과의 이상적인 교류를 하는 것은 아닌지라, 이 부분은 아직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밖으로 나간 작품들이 관객의 해석의 범위를 무한대로 확장시켰다는 것이다. 철학 교수이자 작가 힐데 하인은 이에 대해 "예술은 점점 사적인(특정 지식인들의) 감성에 대한 구속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It is private—not public—art that evokes contradiction... art is escaping its confinement to private sensibility.”


- Hilde Hein


세븐 매직 마운틴은 공공미술로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바로 관람객을 초청하여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모든 것과 교류하도록 장을 열어주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마법의 연결고리, Magic Link라고 부르려 한다.


이 돌덩어리들이 부리는 마법에 대해 더 잘 이해하려면, 먼저 그것이 밟고 서있는 풍경에 주목해야 한다. 세븐 매직 마운틴은 자연과 인공물의 교차점에 서 있다. 배경으로 펼쳐진 모하비 사막은 지구상에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인 반면, 바로 앞에 위치한 15번 국도는 로스앤젤레스와 라스베가스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로 두 도시의 상업적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아주 훌륭한 인공물이다. 세븐 매직 마운틴은 자연과 인공물 사이에 우뚝 서서 그 대조적인 풍경들을 연결 짓는다.


라스베가스로 행하는 사람들은 보통 도시에 들어서기 전에 이 마법의 바위들을 먼저 만난다. 인공적인 산물 그 자체인 라스베가스에 도착하기 전에 지역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자연 재료로 만들어진 이 바위들을 만나는 것은 꽤 매력적인 역설이다. 론디노네의 의도였든 아니든, 세븐 매직 마운틴은 지역적으로 매우 영리한 위치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작품이 위치해 있는 모하비 사막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온전한 보존 상태를 가진 지역으로 분류되는데, 데스 밸리(Death Valley)와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Joshua Tree National Park)을 설립한 캘리포니아 사막 보호법의 결과로 미국에서 가장 잘 보호되는 생태 지역 중 하나이다. 7개의 탑은 2015년 12월부터 단계적으로 지어졌으며, 그 첫 번째 단계는 지역에서 공급되는 암석을 절단하는 것이다. 그다음, 론디노네는 암석 주변에 구멍을 내는 코닝(Corning) 작업을 했다. 이후 그는 돌을 차례로 쌓아 탑의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7개의 탑이 지어진 후, 마지막으로 색을 칠했다. 인근에 설치된 멸종 위기에 처한 사막 거북과 같은 동물을 조심하라는 경고문은 장소가 얼마나 잘 보존되어 있는지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게 한다.


“The personality of the land, as would happen in any relationship, in turn, affects the person’s thoughts, identity, and beliefs.


- Nicholas Bouch, 'Listening to Landscape'

지리학 박사 니콜라스 바우치는 모하비 사막에 대한 논문에서 "어떤 관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듯, 땅의 성격은 차례로 그 사람의 생각, 정체성, 그리고 믿음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방문객이 발을 들여놓는 모하비 사막은 아직 변신한 적 없는 거의 첫 번째 땅의 모습일 것이며, 그곳에서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를 간접적으로 번갈아가며 느낄 수 있다. 고속도로 근처의 빈 벌판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도로를 주행하는 차들의 소리와 조용하고 건조한 사막의 바람소리가 대조적으로 공존한다. 그렇게 세븐 매직 마운틴은 지리적으로 과거와 현재의, 그리고 자연과 인공물의 교차점에 위치하여 특정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 분위기는 끝없는 사막 끝 시청자의 시각이 닿는 곳까지 도달한다.


교감이거나 훼손이거나

그렇게 세븐 매직 마운틴은 관객의 참여를 이끈다. 입구에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위한 작품이므로 만지지 말라는 주의문이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작품에는 온갖 종류의 그래피티가 새겨져 있고, 사람들은 만지고 밟고 올라가려 한다. 이 돌덩어리들이 어떻게 관람객 내면의 아이를 끌어내는지 론디노네의 예술세계로 좀 더 들어가 보자.




RONDINONE'S ART WORLD


세븐 매직 마운틴은 60년대 후반에 유행한 토지 예술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팝 아트라고 불리는 또 다른 운동과 결합한다. 토지 예술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카모플라주 하여 자연과 예술품의 외형적인 경계를 없애는 반면, 세븐 매직 마운틴은 존재감을 드러내며 배경에서 튀어나온다. 론디노네는 드라마틱한 대조를 만들기 위해 형광색을 선택하였다. 우리는 분명 분류된 색상표를 갖고 있지만, 사실 지구에는 동일한 색상이 없다고 한다. 색상은 물체에 비치는 빛의 파장이고, 그것을 해석하고 정의하는 것이 인간의 눈과 뇌의 노력이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과거 많은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눈의 세포에 부딪히는 빛을 처리하는 기본적인 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색에 대한 인식은 보편적인 감정 반응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빛과 색에 대한 연구가 재개되면서 오늘날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진정한 색'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동의한다.


빛을 해석하고 처리하는 개개인의 물리적 능력 외에도 진정한 색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많은 가설들이 있다. 일례로 우리는 어릴 때부터 빨간색이 무엇이고 파란색이 무엇인지 배운다. 또한 나이가 들며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이면 보라색으로 변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맹점은 우리가 색의 이름을 지어 색을 정의하는 데 익숙해지면 색과 색 사이에 다양한 색 스펙트럼이 있다는 사실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사람들은 서로 다른 색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누군가에게는 빨간색이 가장 아름다운 기억 속에 남아있을 수 있는 반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빨간색이 무서운 색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 이처럼 색은 다양한 감정과 느낌을 동반한다. 세븐 매직 마운틴을 바라보는 관객 또한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역사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같은 색을 보고 다른 꿈을 꾼다. 형광색은 현존하는 가장 인공적인 색이다. 자연적인 색으로만 둘러싸인 공간에 가장 인공적인 색을 배치함으로써 관객들은 시야에 튀어나온 색을 바라보며 아주 드라마틱하게 주관적인 경험을 할 것이다.




RONDINONE'S PHILOSOPHY


론디노네는 장소의 이중성에 대한 이해를 통해 다양성을 포용한다. 스위스에서 태어난 그는 뉴욕에서 거주하고 일하며 다양한 형태의 매체에 노출되었고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 틈에서 적응해 왔다. 그렇게 만들어진 폭넓은 감정의 조건이 작품에 반영되어, "심리적 표현과 인간 본성의 관계에 대한 통찰을 전달한다"며 그의 작품성이 예술계에서 인정받게 되었다.  


세븐 매직 마운틴은 자연과 낭만주의, 실존주의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는데, 이는 그의 일생 동안 론디노네의 예술을 지탱해 온 '삼신(Trikaya)'을 암시한다. 처음 네바다 미술관에 초대되어 사막에서 예술을 하기로 결정되었을 때 그는 곧바로 '이중성'을 떠올렸다고 한다. 작품의 대조적인 색채는 미적 관점뿐만 아니라 철학적 관점에서도 매우 상징적이다. 그는 종종 자신의 작품이 불교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이라고 말하는데, 세븐 매직 마운틴이 뿌리내리고 있는 삼신은 부처(완전히 깨달은 자)의 세 가지 몸을 뜻하며, 인간이 삶의 땅에서 경험하는 세 가지 - 존재, 죽음, 공허를 지칭한다. 이에 영감을 받은 론디노네는 대비에 집중함으로써 작품과 배경을 분리하고 사막의 달빛과 도시의 불빛을 분리하는데, 나아가 관객으로 하여금 존재를 인식하게 하여 각각의 존재의 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삼신의 핵심인 공허함을 전파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어떤 것이 특별히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동시에 모든 것이 중요한 것임을 전달한다.


공공예술은 아무나 공유할 수 있는 예술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세븐 매직 마운틴은 관람객의 예술적 해석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환영한다. 자연과 인공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방문객을 둘러싼 모든 문제들을 연결하는 마법을 수행하며, 관객들의 관점을 사막의 크기만큼 넓혀준다. 우리 모두가 땅에서 태어나 땅에서 살고 있음을, 그리고 결국 땅으로 돌아갈 것임을 상기시키며 땅 한가운데에 우뚝 서서 기꺼이 명상의 도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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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쯤, 론디노네의 또 다른 작품이 한국까지 찾아왔다길래 얼른 달려갔다.



그곳에서는 고요한 산을 배경으로 돌을 디디고 서있는 수도승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세븐매직마운틴과 비슷한 듯 전혀 다른 그들은

또 다른 마법을 부리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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