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살구나무숲에서 담아 온 여름향기 한가득
줄풍선초, 아스파라거스, 와이어클레마티스, 썸바디, 장미잎, 꽈리
인스타에서 우연히 접한 살구나무숲의 계정은 수수하면서도, 청초하며,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꽃꽂이를 추구하는 곳이었다.
취미클래스로 하기에는 살짝 망설여지는 수업료였지만, 마침 성과급도 나왔기에 (꽃을 취미로 하는 게 내 유일한 힐링이라고 남편을 설득하면서) 마지막 남은 주말 기초반 수업의 자리를 차지했다.
첫 수업을 가기 전까지 여기저기 클래스 후기도 찾아보고, 살구나무숲의 인스타 계정도 구경하니 이곳이 더욱더 어떤 곳인지 궁금해졌다. 리뷰를 보면 클래스를 듣는 사람도 모두 하나같이 선하고 생각이 깊은 분들 같다고 할까..?
'첫 수업에서 찾은 힐링'
어느것 기다리던 살구나무숲의 첫 번째 시간. 설레면서도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컸다. 그래도 이제껏 수강한 몇 안되는 취미 클래스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마음 한켠에는 나름 소심한 자신감도 있었던 것 같다.
들어가자마자 놓인 1인용 나무 책상 여러 개와, 재사용이 가능한 에코백과 작은 수첩이 눈에 띄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이 드는 공간. 그리고 앞으로 8주 동안 함께할 수강생분들.
첫 수업은 플라워박스다. 총 커리큘럼 안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그날마다 어떤 수업을 할지 유동적으로 살구선생님이 정한다고 하셨다. 매주 어떤 수업을 할지 모르고 가니 더 기대되고 설레게 되는 것 같다.
여름을 맞이하여 정말 그리너리 한 소재들이 만개했던 이번 클래스. 이미 플라워박스는 몇 번 만들어 보았지만 이렇게 하나의 색감으로 만들어 보는 건 처음이었다. 색 계열이 비슷한 대신, 소재가 정말 다양하고 각자가 가진 선이 정말 아름다웠다. 이 선들의 우아함과 장점들을 그대로 잘 살리는 게 중요한 작품.
박스의 열린 정도와 그 사이에 있는 틈새 크기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도 천차만별. 높낮이를 다르게 하고, 빈 공간을 채우고, 또 너무 같은 방향을 보지 않도록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했지만, 실제로 해보니 말처럼 디자인이 쉽지 않았다. 거기에 너무 인위적이지 않게 자연에서의 모습도 ‘일부러’ 연출해 주기까지. (아이러니하다 ㅎㅎ)
아무리 비슷한 색감을 가진 꽃이라고 해도 쓰임새가 다 다르고 모양도 하나하나 특별하다는 거.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생각해 보기 어려운 사회 안에서 우리 모습도 똑같지 않을까 싶다. 겉으로는 다 비슷해 보여도 살아온 배경과 경험, 취향이 다 다른 만큼 그 개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꽃에 있어서도 그랬다. 같이 배우는 수강생의 작품을 보면 같은 재료로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 다르다. 나중에 같이 모아서 사진도 찍어주는데, 작품을 보면 그 수강생이 보인다고. 각자가 추구하는 분위기와 취향도 한눈에 볼 수 있고, 평소의 스타일과 성격까지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앞으로의 수업이 너무나 기대된다!
<Records> 내 방식대로 기록해 보는 연습 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