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함성소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함성인 Sep 03. 2023

스무 개의 손가락

화려한 연주자

 재즈를 떠올리면 마일스 데이비스와 쳇 베이커의 쿨재즈가 먼저 떠오른다. 이 때문인지 대표적인 재즈 피아니스트를 생각할 땐 쿨재즈와 같이 서정적인 연주자라 할 수 있는 빌 에반스와 델로니어스 몽크가 생각난다.


 하지만 재즈는 카페에서 배경음으로 듣기에 좋기만 한 잔잔한 음악은 아니다. 래그타임, 스윙과 같은 춤곡, 재즈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비밥 등등 오히려 재즈는 잔잔하기보다 격정적이고 화려함이 강한 음악 장르다. 화려하다 말할 수 있는 것엔 대체로 빠른 속도가 따라붙는다. 피아노 속주가 그 예시가 될 것이다. 그중 재즈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 그의 연주는 경쾌하다.



 스윙감 는 그의 연주를 듣다 보면 마치 스윙시대의 재즈바에 방문한 이의 상기된 얼굴이 머리에 그려진다. 물론 오스카 피터슨이 활동을 시작한 때는 비밥 시대라 불리는 40년대였다. 하지만 음악이란 자리에 앉아 조용히 감상할 수 있고, 일어나 춤을 추며 음 하나하나를 느낄 수도 있는 것처럼 음악을 즐기는 엔 여러 방법이 있다. 그의 신들린 듯한 속주와 연주를 즐기려면 그저 앉아서 들을 순 없었다. 특히 그의 앨범 중 하나인 The Way I Really Play의 'Alice In Wonderland'는 이미 유명한 곡이었음에도 오스카 피터슨은 자신만의 느낌을 살려 홀로 음악을 듣는  일으켜 세웠고 손가락을 튕기며 방안을 돌아다니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하여 그의 재즈가 동적인 움직임으로 가득 찬 것만은 아니다. 'Corcovado'와 같은 보사노바와, 명곡 중 하나인 'Hymn to Freedom'를 듣는다면 차분함과 더불어, 오스카 피터슨의 화려함이 피아노를 기술적으로 잘 다뤄서 뿐 아닌 음악에 대한 이해와 뛰어난 음악적 역량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클래식이든 재즈든 연주를 잘하는 피아니스트는 많다. 하지만 작곡은 그와는 다른 영역이다. 재즈 피아노에 있어 가장 뛰어난 실력을 지닌 뮤지션 중 하나라고까지 평가 가능한 오스카 피터슨은 현재에도 연주되는 여러 명곡들을 창조해내기도 했다. 한마디로 작곡, 연주 둘 다 마스터한 인물이다. 거기에다 철저한 연습을 통해 긴 전성기를 유지했고 동시대 뮤지션들에 비해 오랜 활동 기간을 가진다. 이렇듯 타고난 천재성과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태도가 하나 되었을 때 위인은 탄생한다. 또 다른 위대한 재즈 피아니스트 듀크 엘링턴은 오스카 피터슨을 두고 '키보드의 마하라자'라 불렀다고 한다. 대왕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마하라자라는 표현은 연주 시 손가락을 한 스무 개로 늘려 건반을 치는 것 같은 오스카 피터슨을 지칭하기에 어울리는 표현이라 생각된다.




 나른한 분위기의 음악을 즐기는 나지만 가끔 흥겨운 기분을 느끼고자 할 때 그의 LP를 꺼내 턴테이블에 올리곤 한다. 감성 있는 생활을 즐기고자 모으기 시작한 LP였고 재즈 피아노에 관심이 많은 후배의 추천덕에 듣게 된 오스카 피터슨의 재즈는 듣는 이를 활기차게 만들어 준다.


 개인 취향은 탈 수 있겠지만 별로라 말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 그의 음악을 들으며 작은 방에 서서 손가락을 튕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Oscar Peterson




매거진의 이전글 음악에 눈을 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