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학과에서 벌어지는 신경전
간호학과 특유의 공기가 있다.
보이지 않는 투명한 날들이 팽팽하게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기묘한 긴장감.
나는 물기를 머금은 솜 같은 존재라, 그 서늘한 기운이 몸에 스며들 때마다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학교 문을 나서는 순간 이미 녹초가 되어버리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 중심에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학우 둘이 있었다.
어떻게든 섞여보려 애썼으나 태생부터 결이 맞지 않았다. 그들은 입을 열 때마다 톡 쏘는 와사비 같은 말들을 내뱉었다. 기숙사 같은 방을 쓴다는 그들은 늘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며, 혼자일 땐 침묵하다가도 둘만 되면 2대 1의 공격적인 기세를 올렸다.
시비 거는 건 예삿일이고, 아쉬울 때만 살살거리는 그 비릿한 친절함.
한번은 자료가 없다기에 흔쾌히 내주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질문이 가관이다.
“이런 걸 그냥 줘도 되겠어?”
“서로 잘되면 좋잖아요.”
내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들은 질색하며 맞받아쳤다.
“어떻게 서로 잘돼? 이거 상대평가잖아!”
타인의 성장이 곧 나의 몰락이라도 된다는 듯이 그 일그러진 세계관 앞에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속으로 조용히 물었다. ‘어디가 많이 아픈 걸까?’
고작 한두 살 더 먹었을 뿐인데, 하는 짓은 어찌나 유치한지 슬그머니 거리를 두었다.
도대체 무엇이 그토록 마음에 안 들었을까.
아직 갈 길은 멀고, 인생은 한 치 앞을 모르는 법이다.
나중에 웃으며 볼 날이 올지, 아니면 영영 평행선을 달릴지 누가 알겠는가.
가끔 머리끝까지 열이 뻗치기도 하지만 그저 웃어넘기기로 한다.
나를 향한 관심이 지극하다 못해 사사건건 감시하는 나의 팥쥐들.
이쯤 되면 집착 섞인 짝사랑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너희가 아무리 날 밀어내도 우리는 결국 이 좁은 교실에서 서로를 마주해야 할 질긴 인연인 것을.
언젠가는 그 뾰족한 속내를 다 털어놓고 덤덤하게 얘기할 날이 오기를 바란다.
원래 지독한 악연이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