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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몰입러 노랑 Aug 14. 2022

뮤지컬 아일랜더 관극 후기

관극일 : 22.08.13

뮤지컬 <아일랜더> (~22.09.18)

작은 섬 '키난'의 가장 어린 주민, 고래, 낯선 소녀, 친구... 시놉시스에서의 몇 가지 단어를 살펴보면 연상되듯이 아일랜더는 굉장히 동화책 같은, 몽환적이고 순수하고 깨끗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섬세하다는 표현도 빠뜨릴 수가 없을 것이다. 뮤지컬 <아일랜더>는 루프 스테이션을 위주로 두 배우가 여러 소리와 화음을 섬세하게 쌓아 올리며 아름답게 소리를 완성해낸다. 심장을 쾅쾅 울리는 소리가 아닌, 귀를 사로잡는 작고 아름다운 소리. 그래서 대사 하나하나, 배우들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더 귀를 기울이고 집중하게 되는 극이다. 1인 다역의 연기를 하면서 루프 스테이션과 노래까지. 배우 두 분이 서로 눈을 맞춰가면서 차근차근 호흡을 맞춰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모습이 너무 굉장하고 아름다웠다.


조명과 무대 영상, 그리고 대사로 표현되는 작은 섬 '키난' 또한 더없이 아름다웠다. 보물같이 아름다운 자연이 남아있는 섬. 그리고 그 섬의 가장 어린 주민인 에일리. 에일리와 할머니, 에일리와 고래, 에일리와 엄마, 그리고 에일리와 아란.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소통. 언어가 통한다고 서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언어가 다르다고 서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에게 주의를 기울이면 무언가를 볼 수 있다는 것. 그걸 알게 되기까지의 아란와 에일리의 과정 자체가 너무 아름다웠다. 


어쩌면 극 중에서 두 소녀에게 가장 너그러운 애정을 보여줬던 건 고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힘껏 괜찮다는 표현을 하고, 소녀의 사과도 들어주고, 소녀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게 행동을 보여주었다. 소녀들이 성장할 수 있게, 새로운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었던 고래를 보고 있자면 너무 마음이 뭉클하다. 그리고 순수한 소녀들이 진정한 친구가 되어 성장하고 나아가는 모습까지도.


지금도 포스터를 보면 파도가 치는 예쁜 원형무대와 그 섬세하게 쌓아 올린 아름다운 소리가 기억난다. 그리고 "고래가 있어"하는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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