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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llowballoon Feb 12. 2016

동해안 겨울 별미를 찾아서,
고성

겨울이 가기 전에 맛보아야 할 것들이 있다.

고성

겨울이 가기 전에 맛보아야 할 생선이 있다. 

동해안 겨울 별미 삼총사로 불리는 도치, 장치, 곰치다. 

강원도 최북단 대진항과 고성 최대 항구인 거진항에서 많이 난다. 

화진포와 화암사, 청간정, 왕곡마을, 통일전망대 등 연계해 둘러볼 만한 곳도 많다. 

겨울 바다의 서정을 만끽할 수 있는 화진포해변은 일출 명소로 유명하다.

동해 최북단 대진항 전경
대진항의 아침. 갓 잡아온 곰치

겨울 동해안의 못난이 삼형제,

도치・장치・곰치

겨울철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서는 도치, 장치, 곰치가 많이 잡힌다. 생김새가 몹시 추해 ‘못난이 삼형제’라 불리는 생선들인데, 명태가 사라진 동해의 어부들에게 겨울철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셋 중 곰치는 해장국 재료로 애주가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귀한 생선이다. 하지만 도치와 장치는 내륙 출신 사람들에게 맛은커녕 이름조차 생소하다. 외지에 내다 팔 만큼 많이 잡히지도 않을뿐더러 예부터 어부들의 겨울 밥상에 단골로 오르던 생선이라 대부분 산지에서 소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해안 겨울 별미 삼총사를 만나려면 포구 여행이 필수다.

동해 최북단 포구인 대진항과 고성 최대 항구인 거진항의 하루는 해 뜰 무렵 경매와 함께 시작된다. 대진항은 거진항에 비해 규모는 작아도 거래량이 훨씬 많다. 경매가 끝난 생선은 대부분 인근 식당으로 팔려간다. 세 못난이 중 모양이 가장 독특한 놈은 도치다. 막 잡은 도치는 몸을 빵빵하게 부풀려 공처럼 보인다. 물에 둥둥 떠서 헤엄치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장치는 뱀과 비슷한 생김새 때문에 예전엔 어부들조차 외면하던 생선이다. 그물에 걸리면 재수 없다고 버려지던 곰치와 같은 신세였다. 그런 천덕꾸러기들이 이제는 없어서 못 팔 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른 아침 대진항의 경매 풍경


위. 도치숙회 / 가운데. 도치알찜 / 아래. 매콤한 장치찜

뜨끈한 곰칫국에서

탱글탱글 도치알탕까지

이 생선들로 식당에서는 주로 곰칫국과 도치알탕을 만들어 판다. 추위를 단번에 날려주는 뜨끈한 곰칫국은 두말할 필요 없는 인기 메뉴다. 1인분에 1만 2,000원~1만 8,000까지 하니 가격도 결코 만만치 않다. 속초나 삼척에서는 고춧가루를 넣고 얼큰하게 끓이지만 이곳 고성에서는 맑은 탕으로 먹는다. 전날 술을 한잔 했다면 아침에 꼭 한번 맛보라. 나박나박 썬 무와 파, 마늘을 넣고 맑게 끓인 곰칫국 한 그릇이면 지난밤 숙취가 말끔히 해소된다.

도치알탕은 도치 암컷의 알과 내장, 데친 도치 살과 신 김치를 넣어 끓이는데,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아 생선을 꺼리는 사람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씹을 것도 없이 후룩후룩 넘어가는데다 부드럽게 씹히는 알의 식감이 재미있다.

포구 주변엔 이른 아침 경매를 구경한 뒤 추위에 언 몸을 뜨끈한 국물로 달래줄 식당이 많다. 대진항에는 최근 2층 규모의 수산시장도 새로 들어섰다.

일반 식당에선 찾아보기 어렵지만 고성 사람들이 도치를 즐기는 방법은 알탕 외에 몇 가지 더 있다. 숙회와 무침, 알찜이다. 수컷을 끓는 물에 데친 뒤 적당한 크기로 썰어 살짝 익히면 도치숙회가 완성된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쫀득하고 꼬들꼬들한 식감이 일품이다. 숙회를 즐기다가 갖은 채소를 넣고 초고추장에 무쳐 먹어도 맛있다.

거진항에서 ‘거진포구’ 식당을 운영하는 김형숙 사장은 도치 암컷과 수컷을 한 마리씩 사서 서너 명이 숙회, 알탕, 무침으로 다양하게 맛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식당에 없는 메뉴를 맛보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거진포구’는 차림표 없이 그날 들어온 재료로 음식을 내는데, 미리 예약하면 도치와 장치, 곰치를 다양하게 요리해준다. 인원이 많다면 도치알찜을 추가해도 좋다. 소금물에 여러 번 씻은 알을 사각으로 모양을 잡은 뒤, 한두 시간 물기를 빼서 찐다.

고성에서 도치알찜은 제사상에도 올리는 귀한 음식이다.

장치는 사나흘 말려 꾸덕꾸덕해지면 콩나물을 넣고 매콤하게 찌거나 무를 넣고 조린다. 이곳 사람들이 먹는 방법대로 말린 장치를 양념 없이 찐 것도 숨은 별미다. 일반 식당에는 이 메뉴가 없으므로 준비가 가능한지 미리 문의해야 한다.


화진포, 

청간정 등 연계 여행지도 다양

뜨끈한 겨울 별미를 찾아 나선 고성 여행길에는 볼거리도 많다. 대진항에서는 대진등대 전망대에 올라 드넓은 동해를 가슴에 품어보자. 맑은 날에는 멀리 해금강까지 보인다. 대진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드라이브하는 것도 좋다.

거진항 조금 못미처 만나는 화진포는 강과 바다가 닿는 곳에 생긴 석호다. 넓은 갈대밭 위로 철새가 날아드는 겨울 화진포는 겨울 바다 못지않은 서정을 전한다. 겨울 바다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화진포해변은 일출 명소로도 인기가 높다. 이승만, 이기붕, 김일성 등 남북의 권력자들이 사용하던 별장도 주변에 있다.

거진항을 지나 7번 국도를 타고 계속 내려가면 속초와 경계 즈음에 관동팔경의 하나인 청간정이 서있다. 바닷가 절벽에 절묘하게 걸터앉은 청간정은 1520년에 중수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 이전에 만들어진 정자로 추정한다. 갑신정변 때 불탄 것을 1928년에 다시 지었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769년(혜공왕 5)에 창건된 화암사는 비록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주변 경관이 빼어나다. 대웅전 앞마당에 서면 멀리 바다가 보이고, 경내 찻집에서 마시는 차 한잔은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려준다.

청간정에서 화암사 가는 길목에는 대형 콘도 단지가 있어 숙박을 해결하고 온천욕도 즐길 수 있다. 고성으로 오가는 길에 진부령 정상에 위치한 진부령미술관에 들러도 좋다.

청간정에서 바라본 동해



Information

➊ 추천일정

〈당일 코스〉

  대진항→화진포→거진항→청간정→화암사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_ 화암사→청간정→거진항→화진포

  ◉ 둘째 날 _ 일출→대진항→진부령미술관


➋ 대중교통

〈버스〉

서울-고성(대진),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3회 (06:40~19:15) 운행, 약 3시간 3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대진시외버스터미널 033)681-0404


➌ 숙박

델피노골프앤리조트 _ 1588-4888, www.delpino.co.kr

까사델아야 _ 010-9354-8469, http://casadelaya.com

소노하임 _ 010-7466-0662, www.sonoheim.com

금강산콘도 _ 033)680-7800, www.mibong.co.kr/condo/gosung_about.asp


➍ 맛집

제비호식당 _ 도치알탕, 033)682-1970

거진포구 _ 도치숙회・장치찜・곰칫국, 033)682-5201

성진회관 _ 도치알탕・생태찌개, 033)682-1040

금강산횟집 _ 활어회・도치알탕, 033)682-7899



: Yellow trip 카카오스토리

https://story.kakao.com/ch/yellow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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