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체크 이렇게 하세요
그렇다면 컬러 체크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먼저 형광펜을 준비합니다. 형광펜이 싫다면 색연필도 좋아요. 저는 색연필로도 해보고 형광펜으로도 해보았는데 형광펜이 좀 더 부드럽게 선이 그어지고 눈에 잘 들어와서 지금은 형광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형광펜의 단점은 종이 뒷면에 비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 형광펜을 직접 써보고 가장 비침이 덜한 형광펜을 찾아냈습니다.
그다음 각각의 색깔에 범주를 정해줍니다. <성과를 지배하는 바인더의 힘> 책에서는 색깔을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합니다.
분홍색 : 주 업무/자기 주도적 학습시간
주황색 : 부조 업무/비 자기 주도적 학습시간
연두색 : 가정, 봉사, 신앙생활 등 개인적인 시간
파란색 : 자기 계발시간
보라색 : 인맥, 미팅, 커뮤니티 등 휴먼 네트워크 활동
하지만 이것은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나에게 맞는 색깔로 얼마든지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주 업무와 보조 업무를 구분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교사의 주 업무는 수업이니까 수업을 하는 경우와 수업 준비를 하는 경우를 주 업무로 파악해서 분홍색으로 칠하고 그 외에 행정업무는 보조업무로 파악해서 주황색으로 칠해줬습니다. 학생 상담은 주업 무니까 분홍색으로 나눴지요. 하지만 이렇게 분류하는 것이 너무 복잡했고 직업상 주 업무와 보조업무가 함께 연계되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조업무를 하는 중에도 학생들이 찾아오면 그 자리에서 상담이 이루어졌죠. 그래서 지금은 업무를 한 가지 색으로 합쳐 분홍색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업무 시간은 모두 나에게 주 업무인 것이죠. 모임에서 만난 어떤 분은 자신은 업무를 회색으로 칠한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자신에게 업무 하는 시간은 죽은 시간처럼 느껴져서라고 했어요. 참 슬픈 이야기죠. 하지만 그분은 저와 함께 바람꽃 모임을 2년 정도 하고 나서는 업무시간이 다시 즐거워졌다며 요즘은 분홍색으로 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때 어찌나 뿌듯하던지. 이처럼 컬러 체크는 단순히 색을 칠하는 것이 아니라 색을 칠하면서 그 일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기도 합니다.
1. 인풋
인풋 색깔은 두 가지를 사용합니다.
주황색은 나의 미래를 위한 행동들을 모두 총괄하는 색입니다. 바인더를 쓰거나 일기를 쓰거나 운동을 하는 일등이 모두 이에 속하죠. 미래의 내 성장을 위해 도움이 되는 활동들입니다. 이 판단은 당연히 스스로 합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내 성장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라고 생각하면 주황색으로 색칠합니다.
파란색은 독서만을 표시합니다. 독서 역시 내 미래를 위한 행동이기에 주황색이 될 수 있지만, 독서를 내 삶의 가장 강력한 인풋의 활동으로 두기 위해 별도로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 이렇게 나누어주었습니다. 독서하는 시간, 독서노트 쓰는 시간 등을 모두 파란색으로 색칠합니다.
2. 아웃풋
아웃풋 색깔도 두 가지입니다.
분홍색은 업무를 색칠하고 있는데, 저에게 이 분홍색은 현재의 아웃풋을 이야기합니다. 학교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의 모든 시간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저는 출근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 이동하는 시간, 퇴근하는 이동시간도 초록색 (개인적 행동)과 분홍색(업무)을 함께 칠해줍니다. 출근하지 않는다면 없었을 시간이니까요. 또한 회식을 하는 것도 업무의 일종으로 보기 때문에 분홍색으로 색칠을 합니다.
노란색은 블로그를 하거나 유튜브 작업을 하거나, 수업이 아닌, 강의 준비등을 하는 것, 독서모임을 준비하는 작업, 책을 쓰기 위해 글을 쓰는 시간 등. 이런 것들을 모두 노란색으로 색칠합니다. 노란색은 저에게는 미래를 위한 아웃풋입니다.
현재와 미래의 아웃풋도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너무 분홍색만 많다고 한다면 내가 현재의 아웃풋에만 집중하고 있고 미래를 위한 아웃풋은 하나도 하고 있지 않다는 피드백이 됩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아웃풋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왜 이렇게 많은 시간이 쓰이고 있는지를 돌아봐야겠죠?
인풋 > 아웃풋
아웃풋 없이 인풋이 너무 많으면 내가 꽉꽉 채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이 느낌은 좋은 것 같지만 그렇다고 너무 많이 채워지기만 하면 소화불량을 겪듯 마음이 안 좋아집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도 적정량이 있고 그 음식이 소화돼서 에너지원이 되지 못하면 결국 내 몸 안에서 썩거나 배설돼서 나올 수밖에 없죠.
한 때는 인풋만 하며 사는 삶을 살았습니다. 임용고시를 공부할 때는 아직 세상에 아웃풋을 하지 못했죠. 나 혼자 공부하며 인풋만 하고 있었고 그 답답함이 굉장히 컸습니다. 배운 것을 직접 사용하고 싶었고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그럴 곳이 없었죠. 그런 상황이 계속되면 인풋도 재미가 떨어지게 됩니다. 또 나 혼자만 책을 읽고 공부할 때 역시 인풋만 하는 삶이었죠. 처음에는 워낙 채울 것이 많다 보니 내 안에 인풋을 하는 것이 너무도 즐거웠습니다. 하나씩 배워가고 채워가는 시간들이 좋았죠. 하지만 3년 정도 인풋을 하다 보니 내 안에서 내가 배운 것들, 알게 된 것들이 자연스레 흘러넘쳤습니다. 흘러넘쳐 갈 곳이 없어지는 것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쪽이 쓰려왔어요. 그렇게 저는 아웃풋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교사가 되면서 업무적으로 아웃풋을 할 수 있게 되었죠. 내가 공부한 이론들을 실전에서 적용하고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아웃풋이었습니다. 또 개인적인 아웃풋을 위해 자기 계발 모임인 바람꽃을 만들었습니다. 이곳은 내가 자기 계발을 하며 공부한 것들을 마음껏 아웃풋 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내가 공부한 것을 강의하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독서법을 나누기도 했죠. 이렇게 내가 공부한 것을 나눌 때 나 역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내가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학생들에게, 바람꽃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아웃풋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아웃풋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인풋의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인풋 < 아웃풋
인풋은 없이 아웃풋만 너무 많은 날들이 지속되면 내 것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라 허한 마음이 되고 몸도 마음도 지치게 됩니다. 또 더 이상 내어줄 것이 없어서 아웃풋 자체가 부실해지는 경우도 생기죠.
저 역시 여러 가지 아웃풋 작업들을 하면서 주말마다 강의를 하고 블로그를 통해 글을 올리고, 책을 쓰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에너지가 빠져나감을 느꼈습니다. 채워지는 것보다 나가는 것이 많기에 느끼는 적신호였죠. 이렇게 되면 내 안의 재료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차려낼 수 없습니다. 사람들에게 좋은 만족감을 주기도 힘들죠.
그래서 잠시 아웃풋 시간을 줄이고 인풋 시간을 늘리면서 나를 채워가자 자연스레 다시 나누고 싶은 것들이 생겼습니다. 몸과 마음에 열정이 꽉꽉 채워지고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들이 솟아남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열정이 채워지면 비로소 다시 자연스럽게 아웃풋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내 삶의 인풋과 아웃풋은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고 계속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매주 내 삶의 균형이 맞고 있는지 체크하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아주 중요한 색깔이 있다. 바로 휴식. 인풋과 아웃풋 그리고 휴식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3. 휴식
휴식은 세 가지 색깔로 나눕니다.
초록색은 개인적인 활동들. 씻고 밥 먹고 이동하는 모든 시간들이 포함합니다. SNS를 하거나 멍 때 리거나 하는 시간들도 모두 들어가죠.
보라색은 사람을 만나는 시간들입니다. 꼭 직접 만나는 것이 아니라도 통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시간이 길어지면 모두 보라색으로 표시해줍니다. 또 취미활동을 하는 시간도 보라색으로 체크하고 있습니다. 내가 하는 취미활동은 사람과의 관계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죠. 혼자서 하는 취미 활동이었다면? 무슨 색깔로 했을지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회색은 수면시간을 체크합니다. 평소에 잠을 얼마나 자고 있는지 파악하는데 아주 좋습니다.
이런 모든 색깔 구분의 기준은 내가 정하는 것이고 따라서 판단도 내가 합니다. 색깔 체크를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이 활동이 어디에 들어가지?'를 너무 심각하게 고민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결국 흐지부지 되고 말죠.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큰 틀만 잡아놓을 뿐 나머지의 모든 기준은 내가 정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됩니다.
미술관에 갔는데 관람하는 내내 내 미래를 위해 좋은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주황색으로, 친구와 함께 가서 친구와의 시간을 보낸 느낌이 든다면 보라색으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힐링하는 느낌으로 혼자 관람했다면 초록색이 될 수 있습니다.
얼굴에 팩을 하는 시간도 저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서 주황색으로 체크합니다. 이처럼 사람에 따라 색깔의 선택은 달라지고 정답은 없습니다.
하나의 활동도 내가 어떻게 보냈는지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무엇 하나 정해진 것은 없어요. 컬러 체크는 큰 틀만 정해두고 단순하게 선택해서 체크해야만 오래갈 수 있습니다. 이것을 꼭 유념해야 합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며 책을 읽었다면 개인적 활동인 초록색에 독서인 파란색을 함께 칠해줍니다. 미래 활동이면서 사람과의 관계도 포함되었다면 주황색과 보라색을 함께 칠하면 되는 것 이죠.
컬러 체크는 얼마든지 융통성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컬러 체크를 하는 목적은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를 한눈에 보기 위한 그룹핑입니다. 따라서 내가 알아보고 파악할 수 있도록 나만의 기준에 따르면 됩니다.
"그동안 어쩐지 혼자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컬러 체크를 해보고 일주일 피드백을 하는데 내가 얼마나 시간을 낭비하고 살았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낭비하고 살고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한눈에 들여다보니 어쩐지 몸 둘 바를 모르는 기분이었다. 아. 이래서 컬러 체크를 하는구나. 이래서 무슨 일이든 피드백이 중요하구나. 그냥 쓰기만 하는 다이어리는 정말 그저 기록이었구나."
컬러 체크를 알려 드렸을 때, 컬러 체크를 한 분이 이렇게 소감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