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 그게 뭔가요?
주간 계획표의 기본은 이것입니다.
1. 시간을 기록한다.
2. 해야 할 일을 적는다.
3. 컬러 체크를 한다.
이렇게만 하면 주간 계획표 기록은 끝이 납니다.
그럼 주간 계획표를 기록할 때 주의할 점을 한 가지 이야기해볼까요?
완벽주의? 그게 뭔가요?
저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필기를 하다가 글씨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거나 줄이 삐뚤어지면 그 부분의 노트를 찢어버리고 다시 작성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난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 번 더 쓰면서 공부가 되겠지.라고 생각할 수 도 있으나 내용에 집중하며 필기하기보다는 줄 흐트러짐은 없는지, 글씨가 삐뚤지는 않은지 등 형식에만 집중했죠.
이런 성향은 제가 처음 바인더를 사용할 때도 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바인더를 쓰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쓰고, 다시 옮겨 적는 일이 반복되었죠. 나중엔 나 스스로도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라며 한심해 보였습니다. 정말 주객전도가 아닐 수 없었죠. 시간을 관리하기 위해 쓰고 있는 바인더를 다시 쓰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쓰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컬러 체크를 처음 할 때는 깨끗하게 줄을 긋고 싶어서 자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에 묻은 형광펜으로 인해 형광펜이 번지기라도 하면 짜증이 올라왔죠.
"완벽함을 건강하게 추구하는 것과 강박적으로 완벽해지려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아들러를 따르는 심리학자 소피 라자스펠드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습니다. 당연한 것이죠. 그런데 완벽해지려고 하면 스트레스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바인더를 사용하면서 늘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바로 ‘바인더를 사용하는 목적’입니다. 절대로 바인더가 주가 돼서는 안 됩니다. 주객전도가 되지 않도록 늘 염두에 두어야 하죠.
'나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하게 바인더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도움이 되도록 바인더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깨닫고 나자 점점 바인더 사용이 편안해졌습니다. 이렇게 바인더를 사용하는 목적을 계속 상기하는 과정 속에서 저는 점점 완벽주의를 벗어나게 되었고, 이것은 바인더 사용뿐 아니라 삶의 여러 영역에서도 완벽주의를 내려놓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바인더를 쓰다가 틀리면 줄을 죽죽 긋고 다시 적습니다. 갑자기 생각난 아이디어가 있으면 글씨가 날아가게 아무렇게나 적어둡니다. 종이가 구겨져도 크게 개의치 않고 찢어지면 테이프로 붙이죠.
바인더 사용 방법을 알려드리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합니다.
“바인더 쓰다가 틀리면 어떻게 해요?”
보통 수정테이프를 생각하지만 바인더 속지가 약간 노르스름한 색이다 보니 선명한 하얀색 수정테이프가 오히려 도드라져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완벽주의 성향의 사람들은 그 색깔의 차이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죠.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웃으며 대답합니다.
“틀리면요? 두 줄로 죽죽 긋고 다시 적어요.”
그럼 사람들은 살짝 당황합니다. 맞다. 그런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 하면서 한 대 맞은 표정을 짓다가 스스로도 웃기는지 웃어버리고 말죠.
아주 간단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완벽주의 성향의 분들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어떤 분은 두 줄을 그으려고 하면 손이 덜덜 떨린다고 하셨습니다. 뭔가 지저분한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도 했죠.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인더는 시간관리 도구라는 것입니다. 도구가 절대로 주인이 될 수 없습니다. 신발에 흙이 묻고 더러워지는 것이 싫다고 신발을 품 안에 안고 다닐 수는 없는 것처럼요. 신발은 발에 신어야 하는 것이고 스스로 흙이 묻고 더러워지면서 내 발을 깨끗하고 안전하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바인더 역시 그렇습니다. 바인더의 글씨가 깔끔하고 종이가 구겨지지 않았다고 해서 내 시간이 더 잘 관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러 험하게 다룰 필요는 없지만 틀린 부분에 줄을 긋고 아이디어를 끼적이는 등의 행동이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