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로 정리하기
할 일 목록을 다 끝내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요?
그날 하루에 다 끝내지 못한 할 일 목록은 내일로 옮기지 않고 그대로 둡니다. 완료한 일에는 빨간 줄을 그어뒀기 때문에 다음날이 되어도 전 날 완료 못한 할 일이 굉장히 눈에 잘 들어옵니다. 그래서 옮겨 적는 수고를 하지 않고 일주일을 전체적으로 파악합니다. 주간 계획표를 쓰고 있으니 당연히 주간 단위로 할 일을 파악해주는 것이죠. 한 주가 끝났을 때 한 주의할 일 목록에 모두 빨간 줄이 그어져 있으면 됩니다. 오늘 완료하지 못했다면 내일의 기회가 한 번 더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한 주가 끝났는데도 완료하지 못했다면 피드백 과정을 거쳐줍니다.
이 과정에 따라 완료 못한 일들은 세 가지로 나뉘게 됩니다.
첫째. 삭제
둘째. 위임
셋째. 다음 주 할 일로 옮겨 적기
완료 못한 일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일주일이 지나도록 이 일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 '정말 중요한 일일까?' 생각해봅니다.
첫째. 삭제
사실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닌데 습관적으로 적었을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 나도 모르게 미루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죠. 또는 꼭 지금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너무 욕심부려서 적어뒀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계속 남겨두고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지 말고 과감하게 삭제해줍니다.
꼭 지금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삭제 후 월간 계획표를 보고 여유 있는 주말이나 시간을 찾아서 그곳에 적어줍니다.
둘째. 위임
만약 해야 하는 일이긴 한데 꼭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누구에게 위임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그 사람에게 위임을 해주는 일정을 다음 주 주간 계획표에 적어줍니다. 모든 일을 내가 해야 할 필요도, 할 수도 없습니다.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면 아이들에게 부탁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참에 분리수거 담당을 아이들에게 완전하게 위임할 수도 있겠죠.
업무적으로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위임은 신중하게 잘 이용해야 합니다. 위임은 다른 사람에게 일을 미루는 것이 아닙니다.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고, 그것은 그 사람의 능력을 계발하게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왜 이 일을 위임하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주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도움을 청하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중간 과정을 체크하면서 잘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저는 학교에서 몇 가지 일들은 학생들에게 위임하고 있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잘 맞을 것 같은 일을 위임하는데 그때마다 왜 이 일을 너에게 부탁하는지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선생님이 자신을 믿고 일을 맡겨주는 것을 좋아하고 또 그 믿음에 부흥하기 위해 굉장히 열심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책임감도 길러지고 자신이 학급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얻게 됩니다. 저는 학생을 예로 들었지만 일반 회사라면 부하 직원이 될 수도 있겠지요.
셋째. 다음 주 할 일로 옮겨 적기
마지막으로 정말 중요한 일이고,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인데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요하고 꼭 해야 하는 일인데 미룬다고? 그게 말이 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따라서 왜 하지 않는지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중요한데 미루고 있다면 분명 뭔가가 불편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원고를 써야 했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글 쓰는 일을 미루고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정말 바인더에 대한 내 경험을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은데, 정말 하고 싶은 일인데, 왜 하지 않을까.' 천천히 생각해보니 저는 막연하게 '이렇게 한다고 책을 낼 수 있겠어?'라는 의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차피 책도 낼 수 없는데 굳이 이 일을 해야 하나' 싶어서 자꾸 미루며 하지 않았던 것이죠. 그럴 때는 계속 할 일 목록에 쓴다고 해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미루고 있는 그 일은 내 마음을 매우 불편하게 만들 것입니다. 따라서 정말 내가 미루는 이유를 찾아보고 그것을 해결해 줘야 합니다. 그때까지는 잠시 목록에서 빼고 그 이유를 해결한 후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의 경우 '책을 내고 싶다는 목표를 조금 더 구체화해보고, 책을 내지 못하게 된다 해도 기록을 남기는 과정들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것을 생각해보면서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중요하지만 긴급하지는 않은 일들, 즉 독서를 하거나 운동을 하는 일 등은 조금만 일이 바빠지면 쉽게 미루게 됩니다. 그럴 때는 그 일들이 나에게 어떤 중요한 의미가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습니다.
'독서는 내 삶을 풍성하게 하고 나에게 자극을 주는 성장 자극제이다. 따라서 나는 독서를 해야만 한다.'는 강한 동기를 다시 기억해 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일들은 아주 쉽게 미뤄지죠.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내시경 검사를 위해서 하루 병가를 써야 했는데 병가를 쓸 수 있을지 교감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러 가는 일을 계속 미루고 미루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럴 때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미루고 있는 이유가 나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부탁을 하거나 허락을 구할 때, 그런 것들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허락해주실 걸 알고 있는데도 왠지 말하는 것이 불편해지죠. 하지만 이런 일들은 대부분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 '그래! 다음 주에는 꼭 하자!' 고 다시 다짐하게 됩니다. 내가 불편한 마음이 든다는 것을 알아주면 그 불편함의 강도는 많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그러고 나서 이 일은 다음 주의 할 일 목록으로 옮겨줍니다. 가능하면 한 주의 앞부분에 적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내가 이런 것을 힘들어하는구나. 불편해하는구나, 미루는구나.'를 알게 되기 때문에 다음번에는 조금 더 쉽게 일을 끝낼 수 있게 됩니다. '아, 나는 이런 일 불편해하는데. 그러니까 월요일에 바로 끝내버리자!' 하게 되고, '이 일은 진짜 중요한 일인데 내가 자꾸 미루니까 8시~9시에 이 일을 해버리자!' 고 시간을 고정해둘 수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주간 계획표를 쓰면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가 바인더를 쓰는 진짜 이유기도 합니다.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면서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되, 쉽게 그 능력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들이 쌓여가는 것이죠. 그리고 결국은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받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