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들 힘 있으면 락이다, 영원한 락의 낭만

낭만일기

by 노랑돌고래

낭만일기 by 노랑돌고래 | 11. 젓가락 들 힘 있으면 락이다, 영원한 락의 낭만

2024.12.23



계절이 바뀌고 쓰는 일기.
10월 첫 주말에 부산락페스티벌, 일명 부락 3일째를 다녀왔다.

사실 차 시간 때문에 헤드라이너 공연은 못 보고 왔지만 정말 즐거웠다.


작년 섬머소닉에서 죽음의 기운이 느껴지던 폭염에 제대로 당하고 왔던지라 10월에 한다는 것도 좋았고

겸사겸사 부산바다도 보고 싶었다.

막상 토요 근무를 끝낸 친구와 부산에 도착했더니 해가 지기 시작해서 저녁만 겨우 먹었지만,

그 와중에 서부산에서 해운대까지 1시간 걸려 가서 해운대 백사장도 거닐고, 몇 년 동안 먹고 싶었던 유명한 맛집의 장어덮밥도 먹었다. (하지만 한 달 후 서울에서 그 집의 분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오히려 좋아!!)


지친 몸을 끌고 숙소로 돌아와 다음 날 7시 반에 일어나 오픈런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친구를 비웃고 ('우린 10시는 돼야 일어날 걸') 정작 내가 아침 7시에 눈이 떠져서 돼지 국밥 말아먹고 진짜 오픈 줄을 섰다.


이동 동선 줄이겠다고 괜히 예약 MD 찾고, 성인 인증 하고 피크닉존 가니 좋은 자리는 이미 다 찼다. (그렇게 아낀 동선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역시 경험이 중요하다.)

그래도 이래저래 사이드에서 공연의 즐거움을 전망할 수 있는 정도의 거리에 자리를 잡고 누우니 약간 청춘 된 기분이었다.


살랑살랑 돌아다니면서 낮 공연 보고, 공짜 음료와 간식거리도 먹으며 만끽하고 있었는데 아니 세상에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내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서둘러 자리에 돌아와서 비닐에 짐을 싸서 덮어두고 다시 공연을 즐기러 떠났다. 그때까지는 보슬보슬 오는 빗 속에서 '이런 것도 새롭다'면서 즐거워하고 있었다.


빗 속에서도 우비를 입고 뛰고, 춤추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은근슬쩍 놀았다. 나는 몸치고 박자감도 없어서 리듬을 타는 몸짓보다 그냥 스카이 콩콩처럼 뛰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다 뛰고 나니까 신발이 엉망진창이었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이건 이제 호우주의보가 아닌가 싶은 수준일 때 우리는 지붕을 찾을 수 없는 야외에서 차가운 김치말이 국수와 비에 젖은 감자튀김을 먹었는데 저 멀리서 공연을 하는 밴드 앞의 광란과 대비되었다. (슬프지는 않았고 조금 웃겼다.)


다시 자리로 돌아갔더니 너무 많은 비에 우리 짐은 폭삭 젖어 있었기 때문에 철수하기로 했다.

서브헤드라이너가 무대 준비를 하고 있었고, 우리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짐을 들고 길을 나서는데 미끄러운 진흙탕에 넘어지는 사람 (나도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물 웅덩이에 빠지는 사람들을 보며 빨리 따뜻하고 마른 곳으로 가고 싶었다.


지하철 역에서 한번 더 짐을 재정비하고 (멀쩡한 물건이 없었다.)

너는 네 길로 나는 네 길로 각자 흩어진 후 (너무 빨리 해산해서 기차 시간이 한참 남았다.)

진흙 발과 비 비린내를 풍기며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은 연차 내고 하루종일 누워서 쉬었다.


'~도 락이다.'라는 슬로건을 많이 보았다. 예를 들면 나락도 락이다. 같은.

그 고생을 했는데도 같이 간 친구와 우리 내년에는 다른 락페도 가보자고 했으니

그래 나도 김치말이 국수 먹을 젓가락 들었으니 그 힘만 있으면 락 가능한 것 같다.


내년에도 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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