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옐로 Apr 15. 2019

[뮤지컬 추천] 어쩌면 해피엔딩

버려진 로봇들의 이야기

(원본 출처 : https://twitter.com/mhe_161220)


 이 뮤지컬은 2016년 초연 당시 70회 매진에 앙코르 공연까지도 전회 매진됐던 굉장히 핫한 뮤지컬입니다. 저는 사실 감성 가득한 뮤지컬보다는 어둡고 긴장감 있는 뮤지컬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너무 잔잔해서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인데요. 그런데도 이 뮤지컬을 보러 가게 된 것은 순전히 작사 박천휴 & 작곡 윌 애런슨(Will Aronson), 이 콤비 때문이었어요. 이 콤비는 뉴욕대에서 만난 친구 사이라고 합니다. 둘이 취향도 비슷해서 금방 친해졌다고 하죠. 그러다가 윌이 뮤지컬 '번지 점프를 하다' 작곡 의뢰를 받았고, 친구인 박천휴를 작사가로 추천했다고 합니다. 제가 뮤지컬 '번지 점프를 하다'의 노래들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이 콤비가 가진 감성이라면 이 뮤지컬에서도 좋은 노래들을 담았을 거라고 기대를 했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뮤지컬 노래들 굉장히 좋습니다. 노래뿐만 아니라 극의 진행도 굉장히 흡입력 있어 공연이 끝나고 코를 훌쩍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우린 왜 사랑했을까?
우린 왜 그냥 스쳐 가지 않고 서롤 바라봤을까?"


매력 포인트 1 : 감성이 가득한 노래

 전반적으로 노래들이 따뜻하고 감성이 가득합니다. 피아노와 현악 6중주가 풍부한 라이브로 연주되어 노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죠. 특히 피아노는 피아니스트가 직접 무대 위에서 연주하며,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는 느낌을 줍니다. 다음 소개할 4개의 노래는 올리버와 클레어의 러브 스토리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노래입니다.


 이 뮤지컬에서 가장 대표적인 노래는 오프닝 노래인 '우린 왜 사랑했을까?'입니다. 돌아가는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느낌의 이 노래는 뮤지컬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담고 있습니다. 도대체 우리는 왜 사랑을 시작하는 것일까요? 주제를 담고 있는 만큼 가사를 꼭 음미해보시길 바랍니다.


 'My Favorite Love Story'는 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렘이 느껴지는 노래입니다. 여행을 떠나기로 한 올리버와 클레어는 로봇인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연인인 척하며 그들의 첫 만남을 지어냅니다. 여기서 굉장히 깨알 같은 장면이 나오는데요. 비 오는 날 우산 속으로 들어오는 장면...뮤지컬 또는 영화로 '번지점프를 하다'를 보신 분들이라면 익숙한 장면이죠. 윌앤휴 콤비의 첫 작품을 이렇게 연결시킨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 뮤지컬의 노래들이 취향에 맞는다면 이후에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를 보시는 것도 추천해드릴게요.


 'First Time in Love'는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 순간의 벅차오르는 감정이 담겨있는 노래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이 노래의 섬세한 가사에 정말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사는 "알고 있던 모든 것의 의미가 달라진 기분이야.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이런 나."입니다. 사랑으로 인해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됩니다. 그리고 사랑 앞에서 내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놀라기도 하죠. 너무나 공감 가는 가사와 톡톡 튀는 발랄한 멜로디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언젠가 고장 나 작동이 멈춰버리겠지만 그럼에도 서로 언제나 사랑하겠다는 노래입니다. 선율이 아름답지만 둘의 상황에서 보면 굉장히 슬픈 노래이기도 하죠. 올리버와 클레어에게 ‘시간제한(Time Limit)’을 설정해 둠으로써 관객들이 둘의 사랑에 더 애틋함을 느끼게 됩니다. 둘의 사랑은 과연 해피엔딩으로 끝날까요? 직접 공연에서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매력 포인트 2 : 참신한 소재

 이 뮤지컬은 인간에게 버려진 로봇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인간에게서 버려진 후 고장이 나서 작동이 멈출 때까지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갑니다. 로봇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인간과 거의 흡사하게 말하고 행동합니다. 로봇의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인간의 사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는 결국 로봇을 통해 사랑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매력 포인트 3 : 따뜻한 감성의 무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무대 곳곳엔 아날로그적 감성이 가득합니다. 레코드판, 재즈, 종이컵 전화 등을 활용한 무대는 인상적입니다. 특히 반딧불이 장면은 너무 아름답고 마치 꿈을 꾸는 듯이 환상적입니다. 전 반딧불이를 본 적은 없지만 실제로 제주도에서 반딧불이를 보았다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더불어 배우들의 의상도 파스텔 톤 색감으로 맞추어 무대와도 잘 어울립니다.


시놉시스

가까운 미래에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인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
이제는 구형이 되어 버려진 채 홀로 외롭게 살아간다.
우연히 서로를 마주하고 조금씩 가까워지는 둘.
반딧불을 찾아 예기치 않은 여행을 함께 하면서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감정이 깊어질수록 그것이 가져오는 고통 또한 깨닫게 되는데...


- 올리버 : 바깥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고 있는 올리버에겐 같은 헬퍼봇인 클레어조차도 경계의 대상입니다. 관계를 맺는 것이 두렵고 서툰 올리버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올리버는 주인인 제임스와의 추억을 그리며 그가 데리러 오길 기다립니다.

- 클레어 : 클레어는 겉보기엔 굉장히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보이지만 그녀 또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반딧불이를 보러 가는 것이 꿈인 그녀는 올리버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따스하고 감성이 가득한 극을 좋아하시는 분에게 그야말로 취향 저격인 뮤지컬입니다. 3인극이기 때문에 소극장 뮤지컬의 아기자기함을 느끼고 싶거나, 연인과 함께 즐기고픈 로맨스 뮤지컬을 찾는다면 '어쩌면 해피엔딩'만 한 뮤지컬이 없습니다.


다들 어햎 하세요!!




박천휴-윌 애런슨(Will Aronson) 콤비의 뮤지컬 보러 가기


로맨스 뮤지컬(소극장) 보러 가기


로맨스 뮤지컬(대극장) 보러 가기

작가의 이전글 [뮤지컬 추천] 블랙 메리 포핀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