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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랑 Jan 14. 2023

오늘은 잠만 자고 멍을 때렸습니다

마음과 뇌가 작동을 거부할 때 

황금 같은 토요일, 잘만큼 잤다고 생각했는데 침대에 누우면 또 잠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지난 한 주 마음의 허함을 외면하고 머리가 시키는 대로 한 주를 보냈더니 몸도 마음도 쉼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거겠죠. 


금요일 밤, 빨리 푹 자고 싶어 맥주 한 캔을 홀짝 들이키고 자버렸습니다. 정말 졸리지만, 더 졸릴 때까지 버티다가 기절하듯 그렇게. 


토요일 아침, 눈이 떠졌지만 정말 더 못 자겠다 싶을 때까지 잠을 잤습니다. 꿈을 수십 개는 꾼 것 같습니다. 기억나는 꿈만해도 다여섯 개 있는 거 보니. 


어제도 늦게 들어와 늦게 잤는지 깰 기미가 보이지 않아 잠시 책상에 앉아 책을 읽었습니다. 한주에 한 권을 읽어야 하니, 이건 또 몸이 어찌 움직이더군요. 글은 이미 서너 개가 밀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잠깐 깬 남편과 침대에 누워 대화를 하다가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다시 일어났을 때 밥을 먹자는 남편말에 이번주 처음이자 마지막 한 끼를 함께 하기 위해 2시간 정도 깨어있었습니다. 그 시간마저도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만은 뇌가 아닌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집으로 와 침대에 누웠습니다. 오후 미팅 일정으로 나가는 남편은 피곤하면 더 자라며 나갔지만, 사실 몸은 피곤하지 않았지만 몸과 뇌가 작동을 거부했기에 그냥 또 잠에 들었습니다. 잠깐 깼을 땐 핸드폰을 끄적였지만 이 조차도 재밌는 게 없었습니다. 


그리다가 저녁 6시 반 더 자면 밤낮이 바뀌겠다 싶어 일어나 배민을 켜고 족발을 시켰습니다. 살코기는 잘 안 먹지만 콜라겐 부분은 종종 한두 입 먹고 싶다 생각을 하니까요. 이런 내 취향 아는 사람도 없지만요. 


배달을 기다리며 매일 목표인 암워킹 20번 2세트를 후딱 끝내버렸습니다. 어제도 안 했으니, 오늘은 해야지 하며요. 머리와 마음 안스고 몸이 혼자 해도 되는 일을 하는 건 비교적 쉽다는 걸 한번 더 깨닫습니다. 


그나마 즐겨 보는 놀라운 토요일이 시작할 때 맞추어 배달이 도착했고, 맛있지만 느끼해서 얼마 들어가지 않는 저녁을 꾸역꾸역 더 먹어보겠다고 위 한가득 밀어 넣었습니다. 그래도 5분의 1도 못 먹었으니, 내일 점심으로 고이 냉장고에 넣어두었고요. 


요즘 유일하게 보는 드라마 마지막 편이 넷플릭스에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멍 때리며 시청했습니다. 원래 드라마 볼 때 가만 못 있고 집안일하거나 스트레칭하는데, 오늘은 그마저도 뇌가 거부하더군요. 

 

그래도 하루를 마무리 해야하는 오후 11시 12분, 오늘 기분을 내일로 넘기고 싶지 않아 다이어리를 펴고 한주간의 마음을 가득 적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매일 글을 쓰겠다는 다짐했으나 이미 올해 밀려버린 목표를 더 미루지 않기 위해 나중에 보면 이불킥 할지도 모르는 솔직한 글도 적어봅니다.


하지만 마음도 뇌도 작동을 거부할 땐 전 항상 이렇게 시간을 보냅니다. 물론 미친듯이 몸을 움직여 더 바쁘게 채우는 날도 있습니다만, 이미 평소에 누구보다 많이 움직이고 많이 웃으며 바쁘게 사니까요. 누군가를 위해 웃기 보다 나를 위해 안웃는 날도 필요하니까요. 


오늘의 쉼이 다음을 위한 활력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오랜 침체는 결국 내 시간을 잡아먹으니까요. 빠른 회복을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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