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직접 찾아와 놀아주는 후배 동생들과 내 친구들 사이에 자정넘어 한바탕 언쟁 회오리가 일었다. 모든 언쟁의 문제는 내가 내장이 없고 술을 안 먹는다는것 때문이다.
만나서 술을 안 먹으면 할게 없다고 믿는 남자들이 대부분 인데 나와 술자리를 벌리고 자정넘어 늦게까지 노는 동생들은 내가 술만 안먹는다 뿐이지 정상인과 똑같다는것을 눈으로 보고 안다. 반면, 전화로만 통화하는 친구들은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말해도 내말은 안믿고 찾아온 동생들을 전화로 야단치고 정상이 아닌 환자를 데리고 뭐하는 짓이냐며 동생들에게 화를 낸다. 죄인 취급 당해 억울하고 강제로 모임 쫑 당해 씩씩대는 동생들이 묻는다.
"형 정말 솔직히 말해봐요. 형이 힘든데 우리가 괴롭히는 건가요?아니 그럼 형은 사람들이랑 어울리지도 말고 그냥 있으란 말인가요? " 그 물음에 대한 나의 답변은 이렇다.
"너희들이 눈으로 보는 그대로가 정답이야. 직접 찾아와서 눈으로 보는 사람들은 내가 정상인과 똑같이 활동해도 괜찮다는걸 보고 아는거고 내가 술을 안 먹으니까 전화로만 통화하는 애들은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말해도 내가 누워 있어야 하는 환자라고만 생각하는 거지.."
나를 배려해 술자리엔 부르지 말고 커피나 한잔 마시고 빨리 가줘야 한다는 의견과 내가 술을 안 먹어도 술자리에 같이 어울려야 한다는 의견,두 의견 전부 나를 생각해서 그러는건 같은데 의견은 완전히 반대라 누가 잘못됐다고 말할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찾아오지도 않으면서 지례 짐작으로 자신들을 나무라는 내 친구에게 직접 찾아와 같이 어울리는 동생들이 분노하는건 당연하다. 내장이 없는 사람이 밤 늦게까지 술자리에 앉아 수다 떨고 안 취해 멀쩡 하다는 이유로 운짱 노릇까지 하는게 잘못됐다고 철없다 생각하는 동생들에게화를내는 친구들 역시 당연하다. 내가 아니라고 말해도 그러면 안된다고 언성을 높인다.그 전제는"너는 정상이 아니잖아..." 이다.
내가 일반 상식에서 이해가지 않는 행동을 하는것이 문제일수도 있다. 내장이 없는 사람은 술자리에 오래 있으면 안돼고 누워있거나 휠체어에 앉아 있어야 정상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눈으로 나를 직접 보기전까지는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말해도 내가 예의상 그런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내가 죽어갈때 죽어간다고 말해도 장난이나 엄살이라고 생각한다. 죽겠다고 말해도 안 믿고 괜찮다고 말해도 안 믿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말로 설득하기는 불가능 하다. 한국말로 가장 친한 친구들 과도 말이 통하지 않는 답답함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들이 철저히 믿는 상식이란 것을 무너뜨리려면 말이 아니라 행동이고 눈으로 보여주는수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술을 안먹는 남자들은 대부분 남자들 사회에서 따돌림 대상이고 실제로 여자들과만 놀던지 사회성에 문제들이 많다. 남자 사람들과 어울리려면 내가 술자리에 적응하는수 밖에는 없다. 아니면 남자 사람들 사회에서 왕따 당하고 술 안먹으면서도 수다 잘 떠는 여자 사람들이랑만 놀아야 하니까.. 그것이 한국 인간 사회룰 이다.
찾아와 놀아주는 동생들과 야단치고 화내는 친구들 사이의 양보없는 갈등은 나를 두 그룹 모두에게서 소외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잠을 자야 되는 사람들과 안 자도 멀쩡한 나와의 생체주기 안 어우러짐도 단체 생활의 장벽이 된다.내가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만 있어도 암환자에 내장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노골적으로근처도 오지 말라고 벌레보듯 대하는 피해망상증 한국 노처녀 여자들 특유의 인종차별 배척도 있다.그런 30-50대 여자들은 모든 미혼 남자가 자신에게 추근거릴 거라는 말도 안되는 엄청난 마이너리티 리포트 착각속에 살며없거나 남보기 부족한 남자들을 대부분 벌레 보듯 한다. 피차 사람으로 바라보기는 글렀다.
모든것이 내가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갈등들이다.어떤 방식이 내가 사회와 다시 접목될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방식인지는 시간이 더 흘러봐야 알겠다. 가는길과 사는 방식이 달라서 내가 변해갈수록 사람들과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질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어릴때 부터 내 별명이 '괴물'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