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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Jan 31. 2020

술 좋아하세요?

꽃이 다시 필까나..?


 " 술 좋아 하세요?"


".......예전엔 무지무지 좋아했었죠...지금은 끊었습니다."

"........"


... 그리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보는 여자가 술 좋아하냐고 묻는것은 술한잔 같이 하고 싶다는 말이란걸 안다. 여자들 한테 수작 부리는법을 몰라 항상 FM 철벽남 스타일인 내가 젊은시절 이래저래 기억도 잘 안나는 썸씽들이 있었던 사건들은 모두 이 문장 "술 좋아하세요?" 에 솔깃해 넘어간 경우다. 여자의 한잔 유혹에 술꾼들은 가장 약하다. 어차피 혼자라도 먹게되니까..


술 안먹고 노골적으로 같이 자자는 여자에게 그 정도 친한 사이는 아니라 생각해 NO 했다가 고속도로(자유로)에서 운전중 따귀 맞아서 사고날뻔한 적도 있다. 여자의 동침 제안을 남자가 거부하면 용서하기 힘든 엄청난 '인격 모독'죄가 된다는것을 그때 알았다. 자존심이 무시 당했다 생각하는 여자 분노는 정말 무섭다.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계속 은유로 유혹의 싸인을 보내는것을 끝내 모른척 하면 나중엔 쪼다  ㅂㅅ 비아냥 분노의 대상이 돼서 인격 멸시를 당한다. 여자들이 보내는 무언의 동침 싸인을 알아채는 눈치가 없어서 젊은시절 내내 별의별 대접 다 받아봤다. 하두 당하다 보니 50정도 되면 아무리 천치라도 이젠 그 비비꼬아 표현하는 여자들의 유혹 싸인을 알아 차릴수 있는 정도 센스는 생긴다.



"술 좋아하세요?"


클래임 걸러 밤에 매장을 찾은 손님이 클래임 마치고 나에게 건넨 말이다. 음보는 여자 사람한테 이 말을 들어본게 몇년만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식으로도 호응할수가 없다. 그저 부드럽게 미소로 "끊었습니다.." 로 마무리 하는것이 최상같다. 


얼마전까진 나를 투명인간 아니면 송충이 보듯 하던 여자 사람들에게 다시 사람같은 대접을 받게된것 만이 감회가 새롭다. 물론 그것도 어디까지나 옷을 둘러 입었을 경우고 벗겨놓으면 칼자국과 화상 빵꾸 자국으로 호러물로 변한다는것이 반전이다. 내장이 없는걸 숨겨야만 사람대접 유지가 되곗다.


그나마 의사 선생님이 가슴부터 배꼽을 관통해서 일자로 이쁘게 갈라 놓으셔서 붙고나니 언뜻보면 식스팩 근육처럼 보이기도 한다. 구멍자국 여기저기 째고 붙인 얼룩자국들도 말도 얼룩말이 있듯 괜찮아 괜찮아..일부러 문신도 하는 사람 많은데 뭘.. 추상화 문신 개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우나 가면 왼만한 문신 칼빵 아야들보다는 내가 더 쎌걸..


요즘 입고 다니는 아우터 9.900원 비니 4.900원 쉐타 9.900원 던롭가방 15.500원 전부 무료배송 맘에든다.


어쨌든 중요한것은 50넘고 쭈구렁 해골에서 몇년만에 다시 사회생활이 가능한 사람 모습으로 돌아온것을 나를 모르는 여자 사람에게 공인 받았다는것, 그리고 아쉬운건 내가 외식이나 술을 안 먹게 되면서 식사와 술을 빌미로 일어나게 될지 모르는 각종 남여간 뻔한 썸씽들이 원천봉쇄 됐다는 사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장일단이 있다. 


불필요한 에고들과의 남녀 지저분한 얽힘이 제거된것은 다행같고 어쩌면 진짜 생길지도 모르는 로멘스나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어진것은 아쉬움 같다. 제대로 된 연애한번 못해보고 50 중년 넘은것이 항상 아쉬웠으니까..


드라마나 남들처럼 꽃다발 프로포즈 이런 달콩달콩 한번쯤 해보는것이 내 소망중 하나이다. 내가 당하는거 말고 내가 하는거.. 하지만 연애소질이 없는건 타고난듯 억지로 하려해도 낮 간지러 못할것 같다. 청담보살에서 임창정의 명대사 '나라는 사람 이미 당신의 것인걸요' 대사처럼 오그라들것 같다. 얼마나 웃긴지는 영화를 본 사람만이 안다. 나에겐 무리 무리..


한창 짝짓기 호르몬이 절정인 젊은이들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가장 중요한 말은 젊음이라는 황금 시기에 후회없마음껏 '사랑하라'이다. 우리 세대땐 그넘의 '꽃보다 남자' 때문에 온통 TV 에서 재벌2세 꽃미남 열풍이불어 여자들이 남자들 이것저것 조건 따지고 스팩 따지고 능력따지고 하다가 때 놏치고 홀로 늙어버린 사람들 천지다.


그 바람에 일반 노멀 남자들도 한국여자랑 짝을 못맺고 외국에서 여자를 수입해 오는 다문화 가정이라는 사회적 현상까지 벌어졌다. 수백만 다문화 가정이란 말은 곧 그만큼 짝없이 남아도는 한국 노처녀들이 있다란 말이다. 물론, 나 역시도 그 세대중 한명 이라고 할수 있는데 나같은 경우는 애초 결혼같은건 하고싶지 않은 독신주의 였으니까 짯짓기 못한채 중년됐다고 억울하거나 아쉽거나 하지는 않다.


50이 넘었는데 이성에게 다시 어필할수 있다는것은 다시 새로운 꽃이 피려는 신호일수도 있다. 춘몽, 청춘의 꿈이여 다시한번.. 사람 몰골로 이왕 복구 되는김에 왕창 더 써버려도 뭐라 안한다. 다시한번 봄날이여 오라 ...다시 봄날 꽃몽우리 팡팡 ...


I Have A Dream ,임형주

https://youtu.be/7fKA0f1kJw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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