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는 만큼 보이는 이야기
#오해나 편견 없이 읽히길 바라는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읽는 이에 따라 이 이야기는 일기가 될 수도, 에세이가 될 수도, 소설이 될 수도
그간 나는 10대가 제3의 공간에서 제3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관찰을 아주 집요하게 해왔다. 모종의 이유로 오래간만에 나에게 제1의 공간에서 꼬일 대로 꼬여버린 생각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제3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원하는 시기에 주어진 건 아닌데 10대 때 누렸던 방학보다 훨씬 더 달콤하고 값졌다. 대신 온갖 병원을 다 가보며 많이 쓰라린 여정이기도 하다.
아픈 몸을 이끌고 회복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참 많았는데, 그중 제일 신묘한 시간은 나의 고민에 따라 책을 읽던 시간이다. (It might be an amazing grace only for me.) 과거에는 여러 어른들에 의해 교과서를 포함하여 내가 읽고 싶은 것보다 정말 안 궁금한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했다. 만 30살이 된 지금은 정말 온전히 내 호기심, 관심, 고민에 따라 책을 고르는 시간이었다.
문득 (혈족 관계로 구성된ㅎㅎ) 가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 나에게 책을 건넨 순간들이 떠올랐다.
아마 교실에서의 내 표정이 꽤나 심오했었나 보다. 책 속에는 사람들의 다양한 얼굴 표정이 있는데 마치 도감 같아서 재미나게 읽었다. 인간은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말 뒤에 숨겨진 표정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 일찍이 깨달을 수 있었다. 언어적 표현 뒤에 감춰진 비언어적 표현을 중요하게 보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 (One day, I realized that I was unaware of how my tone and expressions were perceived by others.)
난 흑백논리적 사고를 즐기는데, 인생의 원리가 그렇구나라는 것을 많이 느꼈을 뿐 아니라 그 사고 가운데 채워지는 의외의 순간들이 감동이 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작용과 반작용, 천재와 바보, 흑과 백, 아날로그와 디지털, 강점과 약점, 진짜와 가짜, 성선설과 성악설 등 수도 없이 많겠지만, '인생에 이토록 아이러니한 상황을 어떻게 읽고 행동하는지가 더 중요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상황에서든 나를 잃지 않는 변화무쌍한 태도를 보이는게 중요하겠다 싶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이야기를 담는 그릇인 책 제목 모순이라는 단어가 마음 깊이 와닿았다.
내가 다니는 직장은 참 멋있는 곳이다. ‘10대’는 정말 보편적인 시기이지만, ‘10대에게 어떤 경험이 필요한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이곳은 저마다 동기와 목적은 다르겠지만, 그런 고민을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공간과 콘텐츠로 풀어내고 있다.
<정보화 시대, 디지털 교육을 통한 미래 인재 양성>이라는 느낌으로 현수막이 걸리던 학창 시절이 보냈지만, 결국 사회복지를 공부한 나로서 지금 어떤 경험이 필요한지 궁금해 최대한 이해하고, 적용해고 싶었다.
결론은 ‘나를 만든 경험은 무엇이고, 앞으로의 10대에게 필요한 경험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관철하는 통찰을 얻고 싶었는데, 오히려 얕고 넓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감각을 활용해 상황을 읽고, 사고하며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 나의 경험과 지식을 진솔하게 나누며 연결되고, 함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한다.’ 이 길고 거대한 한 문장이 남았다. 근데 나는 이게 Playful Learning을 풀이하는 명문장인 것 같다.
사실 가장 큰 재발견은 ⎧먼저 온 미래⎭를 읽으며, '어린 시절 방과 후 교실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와 '내가 직접 고른 바둑 수업'이다. 이세돌이 알파고와 대국에서 이겼을 때, 조연우, 이세돌이 데블스 플랜에서 여론에 약해 기량을 다 못 펼치고 떠날 때 등 비교적 최근 바둑과 관련된 화제의 순간들이 머릿속에 깊게 박혀있다.
함께 둘 상대가 없어도 혼자 놀기 딱 좋은 바둑 예제들을 책상에 앉아 나름대로 골똘히 풀어보던 초등학생 때 내 모습이 생각났다. 입문자에게는 바로 바둑알과 판을 주지 않았다. 문제집을 풀며 이해하다가 어느 정도 바둑에 대한 감이 생긴 후 난이도가 있는 예제를 직접 바둑판에 두고 풀어보게 했다. 아빠가 따로 바둑판이랑 바둑알을 사주셔서 물성에 대한 호기심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비록 바둑을 끝까지 깊이 있게 파지 못했지만, 그 덕분에 내가 둔 수와 전체 판의 형세를 동시에 살피는 시야를 얻었다. 애석하게도 상대의 수를 방어하는 법은 잘 모른다. 그때의 향수가 짙어져, 지금은 바둑 두는 법을 까먹고 일부 개념만 머릿속에 남아버린 게 아쉽다.
박명수 아저씨는 사진 속 이미지처럼 말했지만, (속뜻이 궁금하다면?)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나는 부리나케 아빠와 알라딘 중고서점 종로점에 가서⎧이세돌의 어린이 바둑 교과서 2⎭를 샀다. 구몬, 눈높이 학습지 같은 느낌으로 신나게 풀었다. 옛날에는 학습지 선생님께 '학교에 두고왔어요.', '엄마가 분리수거할 때 가져다 버렸나봐요.', '정말 풀었는데 잃어버렸어요.' 라며 사실을 말하기도 하고, 때론 변명을 일삼기도 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 푸는 학습지는 참으로 즐겁다.
미취학 아동 시절, 나와 나이터울이 한창 나는 오빠들이 쓰던 레고를 물려받아 혼자 종종 가지고 놀던 기억이 떠올라 반가웠다. 더구나 나의 근간이 되는 기독교 세계관이 이야기의 배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책 속으로 더욱 빠져들었다.
사고하는 방식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장난감으로 형상화한 것, 그 긴 여정을 이야기로 풀어낸 그들의 능력과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단어는 System In Play, '레고 부품들이 서로 연결되고 결합하여 하나의 체계 속에서 놀이가 이루어진다.'라는 레고 브랜드의 정체성이자, 누구에게나 필요한 재미의 가치이다. 언젠간 덴마크에 가면 꼭 Lego House에 방문해 봐야겠다. 강원도 춘천의 Lego Land는 조금 아쉬웠다.
얼떨결에 주어진 제3의 시간 동안 흐느적거리며 책을 읽고, 느낀 바를 정리하다 보니 문득 든 생각은 ‘안다’라는 말은 참 모순투성이인 것 같다는 것이다. 오히려 차가운 머리, 따듯한 가슴을 품는 삶을 살기로 다짐했다.
1분, 1초라도 더 먼저 직접 경험한, 성별과 나이를 불문한 선배의 경험은 항상 귀 기울여야 한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내가 제일 잘하는 건 누구에게나 지혜를 얻기 위해 배우는 자세. 새롭게 추가된 큰 꿈 하나는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선배이자, 제3의 어른이 되길...
그간 힘들게 했던 엉킨 실타래 풀기 끝. 어렸을 때 실제로 엉킨 목걸이, 전선, 끈 풀기를 좋아했다.
Bible :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역시나 스테디, 베스터 셀러는 이유가 있다. 난 NIV를 선호한다.
³ 위에서 언급한 회사의 동료들이 건넨⎧깨끗한 존경⎭, ⎧다른 방식으로 보기⎭, ⎧읽기 교육에서의 게임화의 적용 가능성 탐색⎭
Google Gemini : 늘 그랬듯 AI에겐 내가 적은 문장의 맞춤법과 오해가 될 소지가 있는 문장을 재구성해 달라는 질문을 건넸다. 근데 성치 않다. 확실히 Chat GPT가 맞춤법 교정과 문장 정리에는 더 능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