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 앱 그거 엄청 문란한 거 아니야?”
내 동생은 데이팅 앱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나의 베프도 지금의 남편과 데이팅 앱에서 만나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그들은 함께한 지 10년째이다.
외국에서 10대를 보내며 데이트, 연애 같은 것을 미국에서 시작한 나와 동생, 내 친구에게 데이팅 앱은 전혀 생경하거나 이상한 것이 아니다.
특히 나처럼 극도로 내향적인 집순이거나 프리랜서라서 회사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달리 사람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기도 하다.
나는 보통 지루할 때 데이팅 앱을 켜고는 했다.
한 번쯤은 만나서 카페에서 데이트한 경우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대화는 앱에서 며칠 하다가 끝이 났다.
지루해서 켰던 앱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도 지루했으니까.
앱에서 만난 사람과의 첫 데이트는 한 번도 두 번째 데이트로 이어지지 않았고, 카페에서의 두세 시간 대화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지도 않았다.
나는 언제나 카페에서 그 사람과 작별 인사를 하고, 그를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으로 생각하고 발길을 돌렸다.
데이팅 앱에 대한 어떤 악감정도 없지만 거기서 어떤 의미 있는 인연을 만난다는 것이 잘 그려지지 않았고, 그걸 해낸 동생과 친구가 신기했다.
그 사이 데이팅 앱은 한국에서 원나잇이나 가벼운 관계를 위해 만날 사람을 찾는 쉬운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
외국에서는 정말 진지하게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한국은 아니었다.
이미지가 그렇게 입혀지니 앱이 실제로 그렇게 변했다.
특히 내가 사용하던 앱이 그랬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앱에서 내가 처음으로 경찰서를 찾아가야 했던 지독한 스토커를 만나기도 했다.
많은 여성들이 그렇듯, 살면서 가벼운 스토킹은 경험한 적이 있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은 없었다.
이 사람은 그랬다.
나는 곧바로 그 데이팅 앱을 지웠다.
조금의 아쉬움도 고민도 없었다.
원하면 다시 받을 수 있는 것이긴 했지만, 그 앱을 다시 다운로드하지도 않았다.
솔직히 한국에서 그 앱은 이제, 발정 난(?) 인간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았다.
하지만 한 일 년쯤이 흘렀을까, 나는 다시 조금씩 일상이 지루해졌다.
사람을 만나고 싶었고, 일회용이라도 누군가 새로운 사람과 데이트를 하고 싶었다.
외로움이 아니라 지루함이기 때문에 해소를 위해서는 앱이 딱 적당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데이팅 앱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하고 말았다.
그런데 동생이 자기는 이제 다른 앱들도 사용한다고 하더라.
나는 그중에 뭐가 좋은지 추천을 받았고,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는 새로운 데이팅 앱을 깔았다.
이 앱은 가짜 프로필도 더 적고(여자는 가짜 프로필을 만날 확률 자체가 워낙 적긴 하지만), 조금 더 정제된 스크리닝 시스템이 있어서 낫다고 했다.
그리고 거기서 나는, 필립을 만났다.
이 글이 징크스가 되지 않길 바라며, 나는 필립에 대해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