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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다른 데이팅 앱 사용법>

‘저런 사람이랑 결혼하면 평생 재미있겠다.’

by 예나

데이팅 앱을 사용하다 보면 남자 프로필(주로 나는 남자 프로필만 보니까)에서 몇 가지 특징을 볼 수 있다.

아무것도 안 쓴 사람,

시답잖은 농담만 쓴 사람,

거의 단편 소설을 써놓는 사람,

냅다 자기 키부터 적는 사람(특히 180cm 이상인 경우),

냅다 인스타그램 아이디만 적는 사람,

어디서 괜찮다는 데이팅 앱 프로필 소개글을 그냥 복붙해온 것 같은 사람,

이모티콘 잔뜩 쓰는 사람 등등.


여자와 남자의 데이팅 앱 경험은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나는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의 경험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면 남성에게 데이팅 앱은 자존감 깎이기 너무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여성과 매칭도 잘 되지 않고, 되더라도 채팅이 시작되는 일이 드물다.

여성들은 훨씬 더 까다롭고, 답장이 너무 늦거나 아예 채팅을 하지 않는다.(자기 프로필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거 아니냐며 혼란스러워하는 남성들의 글이 많다.)

채팅을 어렵게 시작해서 이야기가 이어지더라도 실제로 만나서 데이트로 이어지는 것은 꽤 드문 일이라고 한다.

여성에게는 다르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윈의 성선택 이론이 데이팅 앱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데이팅 앱을 사용하는 목적이나 목표 자체가 남녀는 다를 수밖에 없다.

대다수의 여성들은 나처럼 지루할 때 한 번씩 쓰는 경우가 많고, 데이트나 연애를 하고 싶어서 쓰더라도 까다롭게 프로필을 고른다.

남성은 더 절박한(?) 마음으로 데이팅 앱을 쓴다.

물론 가벼운 관계를 위해 앱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런 사람이 남성 중에 더 많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가벼운 관계조차 여성들은 특별히 원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가벼운 관계를 원한다면 가벼운 관계를 원하는 거라서 더 까다로운 여성들도 많다.

특히 앱이나 온라인에서 만나는 가벼운 관계는 여성을 성폭력, 스토킹, 살인 등 너무 다양한 위험에 노출시킨다.


다른 여성의 경우를 나는 알지 못하지만, 예를 들면 나 같은 경우, 상대방이 마음에 들 때 오른쪽으로 프로필을 넘기는 행위인 ‘스와이프’는 항상 적당히 해야 한다.

하는 족족 거의 대부분 매칭이 되니까. (자랑이 아니다. 내가 듣기로 별생각 없이 여자라면 무조건 오른쪽으로 넘기는 남성들이 많다고 들었다. 그렇게 해도 매칭이 드물어서 그런 건지.)

처음에 데이팅 앱을 시작할 때는 그냥 심심할 때 한 번씩 들어가 어느 정도 마음에 드는 프로필들을 다 오른쪽으로 넘기고, 그렇게 10분 만에 매칭이 20개 정도가 쌓이고 나면 그냥 그걸 그대로 두고는 했다.

쌓인 스물몇 개의 프로필 자체가 너무 벅차고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매칭된 프로필 중 5~7개를 골라 대화를 시작하지만, 결국은 모두 몇 시간, 며칠 만에 흐지부지 되거나 잊어버리고 만다.

여러 명과 한 번에 대화를 한다는 건 매우, 특히 나처럼 내향적인 사람에겐 매우 매우 버거운 일이다.

이 사람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아 남자를 불쾌하게 만드는 일을 몇 번 겪고서는 그를 교훈 삼아 사용법을 바꿨다.

나는 데이팅 앱을 켤 때마다, 매칭이 두 개가 생기면 그걸로 스와이핑을 관둔다.

그리고 그 두 개의 매칭과 연락이 완전히 끊기기 전까지는 다시 스와이핑 하지 않는다.

딱 두 명과만 대화를 하면 나도 더 집중할 수 있다.

그중 답장이 빠르고, 티키타카가 더 잘 되는, 더 재미있는, 마음에 드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더 많은 대화를 한다.

그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 정말 마음에 들면 한번 만난다.


하지만 이전에 얘기했듯이, 보통은 이 전형적인 ’주말 오후 카페 데이트‘가 이 사람과의 처음이자 마지막 교류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번째 데이트를 하고 싶은 만큼 끌리는 사람을 나는 데이팅 앱에서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필립의 프로필을, 그의 사진과 글 몇 자만 보고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거였다.










‘저런 사람이랑 결혼하면 평생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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