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과정- 액션- 결과
이번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저희 디자인 에이전시를 믿고 여러 브랜딩 작업을 기분좋게 했던 클라이언트와 최근에 서로 매우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마무리 했습니다. 감리를 함께 다녀 오고 그 다음에 새롭게 진행할 2개의 프로젝트의 논의를 어느정도 마친 때였습니다.
오전에 연락이 오셨습니다. 이번에 대량 제작한 제작물에 오타가 있다. 저에겐 정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어요. 그 날 마침 오후에 강연이 있어 분주하게 외부에서 준비를 하고 있었던 터라 제대로 상황 파악을 하기에는 저에게도 시간이 없었죠.
저는 카톡 메세지로 '스티커처리 하시면 됩니다' 라고 이성적인 측면에서 솔루션을 제시했어요. 그런데 클라이언트가 모든 제작물을 다시 다 제작하고 싶다 라는 답변이 왔습니다. 제작물만 대략 4천만원정도 인데, 이것만의 loss가 아니라 양사간의 인력과 리소스를 더하면 그 금액은 배가 되겠죠.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사태파악을 할 수 없었기에 일단 이번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또 수습을 저희 쪽에서도 책임지고 하겠노라 말씀드렸습니다. 그럼에도 클라이언트는 기분이 언짢으신듯 보였습니다. 초반에는 저도 저희 책임이 아니다 라는 부분을 핵심적으로 이야기 했던것 같습니다.
행사장에서 장애인 화장실에 들어가 마음을 가라앉치고 차분히 생각해보니, 이번 일로 서로간의 신뢰와 그동안의 결과물, 그리고 함께 성장했던 관계를 잃어버리는게 가장 큰 치명타였습니다. 그 부분이 가장 속상하기도 했구요. 차분히 거시적인 시점에서 생각해보니까요.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리뷰하고 6개월간 수차례 함께 컴펌 했던 사람들이 족히 20명이 넘는데, 그 부분을 못 발견한것또한 슬펐습니다. 가장 아쉬웠던거 제 자신 자체가 뭔가 긴장감이 풀린듯한 느낌이 싫었습니다.
그 다음날 확인해보니 처음부터 저희에게 주어진 제품명의 철자 자체 설정이 잘못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클라이언트께 일단 정황 설명은 드리고 그럼에도 도의적으로 이번일을 함께 잘 수습하는데 책임을 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또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컨셉 비용을 안받겠다고도 말씀드렸습니다. 사실상 컨셉 비용을 안 받게 되면 저희 비포브랜드쪽에는 큰 출혈이 발생합니다. 저희는 그 시간에 다른 프로젝트를 하지 못하게 되는거죠.
양사는 다시 서로를 존중하며 감사하고 기쁘게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에서 저는 어떤 부분이 있고 따라서 그에대한 배움이 있었을까요?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커뮤니케이션의 오류
노벨수상학을 한 심리학자 대니얼카너먼이 말했듯이 우리 인간은 감정적인 의사결정을 더 자주 내리게 된다는거죠. 즉, 제가 이번 사태가 터졌을때의 대처에 일만 수습하려고 했지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헤아리고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는 서로에게 예민함만 주었습니다.
2.거시적인 관점에서의 판단
현재의 이 순간만을 보고 행동했다면 그동안 우리의 long-term business relation은 끝났을것이며, 그동안 우리가 빌드업했던 브랜딩도 우리가 성공적이다 말하지 못했을것입니다. 더불어 우리 클라이언트는 더이상 우리와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겠죠. 수고와 비용이 따르겠지만 더 큰 그림을 바라봐야 하는것. 그리고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 행동했던 점, 이건 제가 잘 한것 같습니다.
3. 긴장감 유지.
일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또 서로 편해진것 같을때. 그리고 많은 일들로 분주할때, 우리는 조금 안일하게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제가 이번일에 그랬던 것처럼요.
아무리 잘 안다 할지라도, 편해졌더라도, 내가 분주하더라도 일은 일입니다. 언제나 긴장감을 유지하고 정신을 뾰족하게 세울필요가 있다. 이게 브랜드 뿐만이 아니라 사회생화을 하는 우리 모두에게 있어야 하는 소양 입니다. 인생이 피곤하죠 모. 그러나 즐겨야죠 어쩌겠어요.
#디자인에이전시 #브랜딩 #제작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