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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옝옝 Feb 22. 2023

난 왜 <마녀 배달부 키키>를 보고 눈물이 날까


마녀 치곤 너무도 평범한 그녀.



마녀라면 으레 병을 낫게 한다던지, 점술을 본다던지 저마다 이렇다 할 특기가 있는 법인데, 키키의 특기는 평범해도 너무 평범하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곤 날기뿐. 사람으로 치면 걷기와 비슷한, 아주 기본적인 능력뿐이다.



열세 살이 된 그녀는 마녀 전통에 따라 부모님의 품을 떠나 독립한다. 바다 마을에서의 낭만적 삶을 꿈꾸던 키키는 부푼 마음을 안고 떠나지만, 도착한 곳은 낯설고 차갑기만 하다.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키키는 곧 자신의 평범한 특기를 살려 배달 일을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개고생을 맛본다.





너무 고생한 탓일까?


어느 날 이 평범한 능력마저 힘을 잃어 더 이상 날 수 없게 된 키키. 그녀는 슬럼프에 빠진다.


날지 못하면 자신은 아무짝에 쓸모없다는 말이 왜 이리 가슴 아픈지…





좌절한 키키에게 전에 만났던 화가언니가 찾아와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여준다. 근사한 그림에 매료된 키키는 화가언니를 동경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다. 이 멋진 그림을 척척도 그려내는 멋진 언니.. 그런데 화가언니가 그린 그림 속 주인공은 바로 키키였다.


화가언니 역시 매일 하는 일인데도 가끔 그림이 안 그려질 때가 있다고 한다. 그럴 때면 그냥 미친 듯이 그리다가, 그래도 안 되면 아무것도 그리지 않고 쉰다고. 그럼 다시 그림이 그리고 싶어진다고.


그말을 들은 키키는 용기를 얻고 마을로 다시 돌아간다.



잘하고 싶은데 안 될 때의 마음.

그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 마법을 잃은 키키가 톰보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짜낼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비행기 처돌이 톰보는 하늘을 나는 키키를 동경하고, 키키는 자신의 능력을 평범히 여긴다.


그런 키키는 근사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언니를 동경하고, 화가언니는 매일 슬럼프를 이겨낸다.


어쩌면 우리는 평범해 보이는 자신의 능력이 누군가에겐 부러움의 대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저 남을 부러워하기만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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