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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nil Jun 12. 2021

왜 인도 사람을 만나?

인도 남자와 연애하면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 Top 5

인도, India 하면 한국사람에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무엇일까?

아마  ’ 혼자 여행하기에 위험한 나라’ 중 하나지 않을까? 나도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인도하면 제일 먼저 생각났던 게  ‘커리’, 그다음으로 바로 ‘명예살인’, ‘여성 인권이 낮은 나라(소위 말하는 강간 천국).’였다. 지인 분 중 인도에 관한 뉴스를 들으면서 하시던 말씀이 문득 기억난다. “딸이 국제결혼한다고 하면, 인도인과 일본인은 절대 안 돼.”  그 당시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그도 나도 닐이 내 남편이 될지 몰랐으니까)







인도 남자와 만나고 있다고 주변에 처음 고백했을 때가 기억난다.


 인도? 왜 하필 인도 사람을 만나?
제일 먼저 들은 말이었다.




바로 다음 이어진 말이 “종교, 문화 차이 극복할 수 있겠어? “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인도 남자랑 처음 연애해보는 거라 (아니 주변에 아예 인도 사람을 만날 기회도 없었다.) 그 당시에는 확답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나 보니 우리가 생각하는 인도에 대한 인상은 대부분 잘못된 편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한국인은 모두 개고기를 먹는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와 같이 연애의 시작과 동시에 주변의 오지랖에 가까운 걱정과 우려가 항상 꼬리처럼 따라다녔다. 이젠 경험치가 생겨 애초에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 입에서 질문이 나오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법을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내 대답은 언제나 같다.



 우리랑 똑같이 사람마다 지역마다 달라.



 남편을 통해 만난 인도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고, 정직하였으며 겸손하였고, 여성인권을 존중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냥 겉모습, 사는 지역만 다를 뿐 우리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도 누구보다 소중한 가족이 있고 열심히 산만큼 보상을 받는다.  인도에 관한 뉴스 댓글을 살펴보면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악플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그 뉴스 하나로 모든 인도인이 그렇다고 단정 짓지 않았으면 한다. 여전히 내 의견에 대해서 핏대를 세우고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테지만 과연 이 행동들이 요즈음 미국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인종차별과 무엇이 다를까 싶다.








{ 인도 남자와 연애하면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 Top 5 }



5위. “인도 사람들은 거짓말쟁이래. 신원 제대로 확인해봤어?”


 이 질문은 특이하게 해외 유학 혹은 거주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들은 말이다.  특히 미국, 영국, 싱가포르에 거주했던 분들에게 들었다. ‘유학시절 만났던 인도친구들이 수학적으로 뛰어나 계산적이었다.’ ‘마치 다 가능한 것처럼 자신을 포장해 좋은 조건에 계약을 해놓고 실제로는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손해를 봤다.’ ‘대부분 뻥튀기하여 이야기하니 100% 다 믿지 말고 걸러서 들어라.’ 이런 내용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주변에 이런 특징 있는 사람들이 꼭 하나씩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당연히 부정을 할 줄 알았는데 어느 정도 인정하니 뜻밖이었다.  남편의 말로는 인도에는 ‘손님을 왕같이 대접하라.’라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손님이 어려운 부탁을 하더라도 일단 ‘Yes’라고 하는 게 미덕이라고 한다. 본인의 능력 밖의 일이라 결국 해결 못하게 되면 외국인의 입장에서 그 사람은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인터넷 서치로 여러 견해를 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 종교적인 이유와 윤리적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기사 중 인상적인 문구가 있어서 인용한다.


“절대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상대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평가하는 것, 즉 한국인의 가치관으로 인도인의 행위를 보고 분노하고 정죄한다. 하지만 인도인들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며, 이는 인도인의 윤리가 상대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원문>https://m.hani.co.kr/arti/culture/book/183669.html?_fr=gg#cb#csidxc45adf3288552b098fdf6951e289746



4위. “여자한테 인권이 없다는데? 괜찮아?”


인도를 ‘강간 천국’으로 생각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델리 여대생 버스 집단 성폭행 사건, 2012 Delhi gang rape and murder’ 사건이 아닐까 싶다. 이 사건은  2021년 여대생(조티 싱)이 남자인 친구(판데이)와 영화를 보고 귀가를 위해 탄 버스에서 버스 승객과 운전수에게 집단 성폭행과 폭행을 당한 사건이다. 폭행과 강간 후 버스에서 버려졌고, 여대생은 쇠파이프로 인한 폭행으로 장기와 생식기에 심한 손상을 입었다. 친구는 갈비뼈 골절되었지만 살아남았고 여대생은 치료를 위해 싱가포르로 이송되었으나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충격적인 것은 가해자 중 한 명이 미성년자였고, 이들은 안면이 있던 사이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미성년자 가해자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3년형만 받았다는 점도 인도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그 후로는 소년법이 개정되었다고 한다.) 가해자의 변호인단 중 이 사건은 피해자들 탓이라며, '결혼도 안 한 남녀가 밤늦게 같이 다닌 것이 잘못이다', '피해자는 존중받을 가치가 없는 여성이다'라며 모욕하면서 가해자들을 옹호하고, '살아남은 피해자 판데이(여대생의 친구)가 여성을 보호할 임무를 져버려서 피해자가 사망했다'며 개소리를 했다고 한다. 기사를 자세히 읽다 보면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사건이다.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2012_Delhi_gang_rape_and_murder

<나무위키> https://namu.wiki/w/%EB%8D%B8%EB%A6%AC%20%EC%97%AC%EB%8C%80%EC%83%9D%20%EB%B2%84%EC%8A%A4%20%EC%A7%91%EB%8B%A8%20%EC%84%B1%ED%8F%AD%ED%96%89%20%EC%82%AC%EA%B1%B4​​

전 세계가 경악할만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충격적인 사실만 보도가 되었을 뿐, 이 사건에 항의하여 어떻게 시위가 일어났고 어떠한 추모행사가 있었으며 국민들이 어떻게 대항하였는지, 그리고 그 후에 인도의 여성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제대로 이슈화되지 않은 것 같다. 이 사건은 후에 인도 여성 인권 및 성폭행에 대한 국민적인 경각심을 이끈 사건으로 평가받으며 여전히 매년 인권운동가와 추모객들에 의해 추모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내가 실제로 느낀 인도 여성의 인권은 한국과 똑같았다. 남편을 보아도, 시댁 식구들을 보아도, 남편의 친구들을 보아도 남녀차별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여자가 가장인 가정도 보았고 우리 나이 또래 보통 가정은 생활비와 가사를 분담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남편의 말에 의하면, 아직 일부의 시골에서는 옛날 관습이 많이 남아있어서 여성인권이 낮은 곳도 있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본인도 가기 싫은 인도 지역이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인도에 관한 뉴스를 보았는데 결혼식 중 신부가 사망하니 처제와 결혼했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아마 추측컨데, 정략결혼이지 않았을까 싶다. 분명히 아직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3위. ‘“일부다처제’ 아니야? 이미 부인 있는 거 아니야?”


일단 인도의 일부다처제는 불법이다.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 것은 ‘무슬림’(이슬람)이다. 무슬림은 남성이 최대 4명까지 한 번에 여러 명의 아내와 결혼 허용한다.

인도의 종교 구성은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이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힌두교가 거의 80% 임을 볼 수 있다. 물론 남편은 ‘힌디’이다.

<이미지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C%9D%B8%EB%8F%84

이러한 오해는 많은 사람들이 인도인과 파키스탄인을 잘 구분 못하여 생기는 데, 파키스탄은 무슬림 국가이다. 참고로 인도인들은 파키스탄인을 싫어한다. 파키스탄은 종교 갈등으로 인도에서 따로 분단된 국가이다. 우리나라의 남북한의 관계와 약간 비슷하다.



2위. ‘힌두교야? 그럼 소를 안 먹어?”


  앞서 말했듯이 인도인의 약 80%는 힌두교이다. ‘힌두교’란 인도 신화 바탕으로 발생한 종교이다. 다신교적 일신교로 여러 신들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아 각자 집안에서 모시고 있는 신이 다르다. 그중 절대 인격신 바가반 크리슈나는 소를 돌보는 목동이었고 소를 아주 사랑했었다고 전해진다. 베다(주요 경전)에 이르면 소는 인간으로 되기 전 단계이기 때문에 신성한 가축으로 여겨진다. 지금 인도 정부는 쇠고기 섭취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극히 일부의 인도 지역에서는 쇠고기를 먹는다고 한다. 쇠고기뿐만 아니라 거의 50%의 인도 사람들은 채식주의자이다.


 하지만 인도에서 살지 않는 인도 사람들은 채식주의자가 아니면 취향에 따라 쇠고기를 먹는 것 같다. 우리 남편은 채식주의자였는데(종교적 이유가 아니었다.) 주치의가 쇠고기 섭취를 권유하여 건강을 위해 가끔 먹고 있다. 시부모님은 모두 채식주의자이다.  



1위. “카스트 계급이 어떻게 돼?”


 개인적으로 이 질문이 답하기 제일 불편한데 공교롭게도 제일 많이 들은 질문이다.  

먼저 이 질문을 인도인에게 직접 묻는다면 상당히 무례한 행동이니 조심해야 할 것이다.  인도 내에서 직업을 구할 때 더 이상 아무도 카스트를 묻지 않는다고 한다.  

 카스트(Caste)’란, 포르투갈어 Casta(순결한, 순수한)에서 유래한 용어다. 일정한 신분계층 집단의 지위를 자손 대대로 세습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카스트 아래에서는 한 계층의 이동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인도에서는 카스트 제도를 합법화한 적이 없고 1947년 카스트 제도에 의한 사회적 차별을 법적으로 금하였지만 아직도 카스트 제도 자체는 폐지되지 않았다. 아직 시골에서는 카스트로 인한 신분차별이 존재할 수는 있으나  현대 인도 공화국 정부는 민주주의 국가로써 카스트로 인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근대 교육을 받은 젊은 층은 카스트를 전혀 따르지 않지만 결혼할 때 집안 차이를 고려하는 걸 보니, 아직 어느 정도 염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외에도 ‘인도 사람들은 IT 관련된 일 잘한다, 자꾸 물건값을 깎는다, 모두 피부색이 어둡다.’ 등등 인도하면 생각나는 Stereotype에 관한 질문들을 받았던 것 같다.  

아마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인도와 교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고정관념이 더욱 강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가 자라나면서 접촉해본 인도 문화는 직접 대면하여 느꼈다기보다는 누군가를 통한 간접경험만 있지 않은가. 또한, 만약 인도가 강대국이었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시각으로 바라봤을까란 생각도 든다.


나에게 인도는 그저 ‘내 가족이 살고 있는 그리운 나라’가 되었다.

만약 ‘왜 인도 사람을 만나?’라는 질문을 다시 받는다면, 나는 ‘그냥 이 사람이니까’라고 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이 글은 우연한 기회로 원문 일부 수정 후 ‘네이버(NAVER)’에 소개되었습니다.


이 글을 쓴 취지는 인도를 미화하려는 목적이 아닌,

남편을 만나면서 인도인에 대한 편견이 일부 다르다는 점을 발견하였고  과정에 흥미로웠던 부분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저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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