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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or Sep 14. 2023

1.

S#1. 시장 입구 / D


오가는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 입구.

'추석 연휴 시장 내 자동차 진입 금지' 입간판 보이고.

한 손에 약과 들고 먹으며 시장 구석구석 살피는 정현(여, 40대)

형형색색 제철 과일 담긴 상자들 옮기느라 바쁜 배달원.

'좋은 고기 있어요!', '세일 세일! 고등어 한 손에 오천 원' 외치는 생선가게 사장의 목소리 울린다.

반찬가게 여사장(중년), 이제 막 부친 듯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전 담긴 소쿠리 매대에 내려두면,

그 앞을 지나가던 정현, 발걸음 멈추고 빤히 전을 본다.


여사장    뭐 찾으세요?

정현       (약과 씹으며) 육전 있어요?

여사장    고기전?

정현        아뇨, 육전이요. 얇게 소고기 안심 부친 거요.

여사장    그건 금방해야 맛있어서 내가 오후에 하려고 했는데. 조금 있다가 오면 안 될까?

정현       어쩔 수 없죠.

여사장    어떻게, 고기산적이라도 살랴?

정현       (절레절레) 아뇨, 저희 애가 산적은 안 좋아해서.               다음에 올게요.


정현, 아쉽게 발걸음 돌리고 시장 골목으로 사라진다.

여사장, 정현의 뒷모습 한 참 보고 있는데

그때 종이컵 들고 다가오는 야채가게 여자(중년).


야채        (호록 마시며) 곱게 미쳐서 다행이지.

여사장     (받아 들고) 아, 땡큐.

야채        아니, 이 시장 근처 살다가 이사 갔으면서 꼭 이                 맘 때만 되면 온다? 아는 척을 하면 눈을 땡그랗                게 뜨고, 저 아세요? 이러잖아. 아니 나는 처음에               진짜 미친 줄 알았어.

여사장     달리 미친 게 아니라 그게 미친 거야. 딸내미 먼                저 보내고 살아 있는 게 용하지. 난 죽었어, 골백

                번도. 울 유리 반 친구였잖아.

야채       (놀란) 아, 그랬나? 아휴, 반찬 마음은 더 하겠네

               , 볼 때마다.

여사장    ... 좀 미리 해둘걸.


그때 들리는 자동차 브레이크 소리(E)

이어지는 사람들의 웅성거림. '어머 어떻게!', '119 불러요'

반찬가게 여사장, 놀라서 빠른 걸음으로 가서 보면,

주류 차량 멈춰서 있고 좀 떨어진 곳에 머리에 피 흘리며 쓰러진 정현 보인다.

운전석에서 내린 중년 남자, 하얗게 질린 채로 서 있고,

사람들 정현의 의식을 확인하기 바쁘다.

여사장,  놀라 정현에게 달려가고

정현, 희미하게 의식 있다.


정현        아... 안되는데...


쓰러진 정현 옆 바닥에 엉망으로 떨어져 있는 음식들.

웨하스, 닭강정, 젤리 등등.


여사장    아휴!!! 정신 차려, 하얀 엄마. 응?!!


여사장, 급하게 하나 둘 봉지에 담으면 그제야 정현 표정 편안해지고.

그때 낡은 손지갑 하나를 집어 드는 여사장.

툭- 열린 지갑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증명사진.

하얀 교복 상의에 예쁘게 웃고 있는 여자 아이.

여사장, 마음 무너지고.


정현  (글썽) 주세요... 우리... 하얀이...


정현, 누운 채로 여사장에게 손을 뻗고.

여사장, 급히 다가간다.


여사장    구급차 오고 있어. 정신 차려, 하얀 엄마.

정현        ... 죽어야 하얀이 보는데...

여사장    (울컥) 하얀이 동생은!! 하얀이 아빠는!!

정현        ...

여사장    육전 해줄게, 내가. 조금만 힘내자. 응?


요란한 사이렌 울리며 등장하는 119 구급차와 경찰차.

사람들 몰려 있다가 이내 흩어지고.

정현, 구급차에 실리고 함께 차에 올라타는 여사장.

꼭 마주잡은 두 사람의 손 보인다.

구급차 뒷문 닫히고 빠르게 시장을 벗어나는 모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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