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는 대로

가끔은 나를 먼저 생각해보자

by 예나아빠
첫 아이 돌을 런던 하이드 파크에서 보낸 건 지금 생각하면 정말 큰 축복이었다

두 아이와 함께 매일매일을 생활하다 보면 문득 ‘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생각해야 할 때가 많다.

때론 아이의 친구처럼, 유치원 놀이, 아이스크림 놀이를 하면서 ‘얼마예요, 딸기 아이스크림 있어요?’ 상황극을 하다가, ‘아빠 이제 그만할래, 조금만 쉬자’하면서 나도 모르게 짜증섞인 목소리를 내곤 하다.


특히 회사에서 하루 종일 점심도 굶어가며, 쉼 없이 일만 하다 집에 돌아온 날. 출근 때 입은 옷 그대로 돌아와 아이와 놀아야 할 때는 표정이 자연스레 굳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반가움에 매달리는 아이에게 결국 ‘아 그만 좀 해, 아빠가 그만하자고 했지’하며 밀어내고야 만다.

너무 목소리가 컸나 문득 미안함에 돌아보면 아이는 이미 울기 직전이다. 미안, 이따 ‘감자칩’ 사줄게 하거나, 결국 극강의 ‘초콜릿’을 달래야 진정이 된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야 이것이 늘 일상이지만, 문제는 정말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란 것이다. 벗어날 수 없는.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가끔은 정말 숨을 쉴 수 없을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질 때가 있다. 해결책은 없나?


첫 아이가 이제 5살이 되고, 19개월 둘째도 벌써 자기주장이 생기다 보니, 돌아서면 울고 웃고, 떠들도, 뛰어다니고, 말 그대로 정신없는 날들이 반복이다.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게 아내와 나의 공통된 생각. 고심 끝에 내린 해결방법은 ‘같이 고생하지 말고, 한 명씩 번갈아 쉬자’ 월수금, 화목토, 저녁 시간을 스케줄로 나눠 번갈아 육아/휴식을 하기로, 휴식 시간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밖으로 나가기. 그리고 서로 미안해하지 말기. 아내의 이런 제안에 동의, 아니 나도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주부터 시간표대로 육아를 번갈아 하고 있다. 주변에 부모님이나 다른 도움을 받기 어려운 우리와 같은 부부에게는 이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하루라도 아니 잠시 1시간이라도 밖에 나가,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고 잠시나마, 마음과 생각을 내려놓는 것 만도. 큰 힐링이 된다. 아이와 함께 있으면 어떻게든 쫓기는 마음을 어쩔 수 없고, 혹시나 다칠까 늘 긴장모드라. 그 긴장된 어깨에 힘을 빼는 것만으로도, 아 다시 살만하다고 느껴진다.


또 휴식을 취할 때 더 놀라운 건, 어느새 아가들 보고 싶네, 빨리 가서 안아줘야지. 다시 아이에 대한 애정도 충전되는 것 같다.

아이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나를 먼저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알게 해 준 첫 주였다.

그런데 한 가지 난감한 건. 이러한 자유시간에 뭐를 해야 할지 몰라 주저하는 나를 보는 것이다. 사회생활과 직장생활, 가정을 돌본다는 것에 해야 할 ‘일’만 생각했던 그동안 내가 뭐를 좋아했고, 어떤 것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좋아했더라… 생각이 잘 안 난다. 다행히 내 속에 ‘글쓰기’에 대한 욕구가 늘 있었다는 건 알고 있어.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하루 잠시 나를 돌아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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