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은 지식으로부터 온다
원장님 앞에서 체형 평가를 하던 날, 2호선을 타고 가며 울던 나를 기억한다. 내 지식의 밑천이 드러나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고, 비판과 충고의 이야기가 내 마음을 콕콕 찌르기도 했다. 내가 원장님이었어도 나의 얕은 지식에 놀랄 수밖에. 그 누구도 탓할 수는 없었다. 내가 부족한 걸 나도 알고 있었기에 그냥 울어버리는 수밖에.
벌써 3년 차 강사가 되었다. 나는 투잡 강사로 주말에만 일을 하기 때문에 내가 일한 날들을 전부 다 합쳐도 6개월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3년 차 강사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일한 횟수가 적다. 그렇지만 내가 필라테스 필드에서 일을 한지도 벌써 3년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다.
난 체험 레슨 등 일회성 레슨을 제외하고 개인 레슨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그룹 레슨 강사로만 일해왔다. 일주일에 단 하루만 일하는 내가 고정적인 스케줄로 일할 수 있는 그룹 레슨을 선호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개인 레슨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강사분들의 성향마다 선호하는 레슨의 형태가 다 다르다. 어떤 강사님은 그룹 레슨 보다 개인 레슨을 더 선호하기도 하고, 또 다른 강사님은 그룹 레슨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확실한 건 개인 레슨은 한 명을 위한 맞춤 수업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체형 개선에 맞는 시퀀스를 잘 짜야하고 비포 애프터 변화를 더 확실히 만들어내야 한다. 즉,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그룹 레슨이 공부가 필요 없다는 건 절대 아니다.
아무래도 개인 레슨은 통증 개선이나 재활을 목적으로 찾아오시는 회원님들이 많기 때문에 좀 더 많은 공부가가 필요하다. 나는 투잡이니까 바쁘다는 핑계로, 또 스케줄이 유동적이라는 핑계로 지금까지 개인 레슨을 피해 왔다. 사실 그냥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필라테스 강사로서 전문성을 가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게 부끄럽고 떳떳하지 못해 피하기만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바쁘다는 핑계로 공부를 미룰 수는 없다. 아무리 투잡이라도 3년 차다. 내가 계속 이 필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회원님들 앞에서 투잡 강사라는 이야기를 할 때면 왠지 모르게 위축되기도 했다. 전혀 다른 일과 병행하고 있다고 해서 내 전문성이 부족해 보이면 어쩌지?라는 고민이 가득했다. 그런데 과연 투잡이 문제일까? 내가 공부를 많이 하고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들인 강사라면 내가 투잡이든, 쓰리잡이든 상관없이 떳떳할 것이다. 결국 공부만이, 내가 쌓은 지식만이 나를 자신감 있는 강사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래서 다시 대학생이 되기로 했다. 사실 필라테스 강사로서 대학교 학위가 필요한 건 아니다. 필라테스 동작, 해부학 공부만으로도 충분하고 이 공부가 우선이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내용부터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벼락치기파인 내가 공부하려면 공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했다. 강제성을 주기 가장 좋은 것 중 하나가 바로 대학교였다. 계속 길게 공부할 수밖에 없으면서도 근본적인 내용부터 쌓을 수 있고, 대학원을 고려하기 전에 학사부터 공부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3월부터 방송통신대학교 생활체육지도과 학생이 되었다. 온라인 수업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등록금이 저렴하다! 웬만한 필라테스 세미나들도 몇십만 원 혹은 몇백만 원씩 하는 마당에 한 학기당 약 40만 원의 등록금이라니! 매우 합리적이다. 물론 벌써부터 과제며 시험이며 힘들어할 내 모습도 눈에 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끝까지 해내게 되겠지! 제발 이번에는 벼락치기 말고 좀 덜 벼락치기하는 내가 되었으면..!!!
(이 글을 3월 초에 썼었는데 4월의 나는 이미 벼락치기 중이다.. 과제는 언제 하지..? 역시 사람은 안 변한다 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