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비즈니스에 정말 마케팅이 필요할까?
내가 B2B 마케팅 허슬을 시작하려는 이유
저는 B2B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라고 제가 주니어 마케터들에게 운을 떼면, 대부분은 '음... 그렇군. 근데 B2B는 뭐지?'라는 표정을 짓습니다. 이미 익숙해져서 이해하는 부분이고요. 저도 처음 B2B 비즈니스에서 마케터 롤을 맡았을 때는 막막하다기 보다는 다소 현실감이 없었습니다. 2년 반 가량 B2C 비즈니스에서 마케터로 처음 입문한 저는 모든 걸 디지털 수치로 보는 데 훨씬 익숙했어요. 트래픽이 어느 정도고, 클릭을 얼마나 하고, 페이지 별로 얼마나 시간을 보내고, 그래서 매출이 얼마 찍히는지... 수많은 사용자의 데이터겠지만, 평균으로 보면 정확한 1명의 페르소나까지 그릴 수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미래의 손님(잠재고객) 눈에 띄게 만들까, 지체 없이 바로 결제하게 만들까, 혜택을 받는다고 느끼게 할까... 손님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사실, 프로덕트가 좋으면 마케터는 상품의 좋은 점을 손님에게 잘 알려주는 '전달자'에 가까우니까요.
B2B 마케팅 부서에 오니 피어오르는 질문들
그런데 B2B 비즈니스로 왔더니 이런 게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하는 겁니다(이럴 거면 대표님 저를 왜 여기로?!). 우리 손님들은 자기 돈을 내지도 않을 뿐더러(C레벨의 결재를 얻어 회삿돈을 냅니다), 전혀 급하지도 않고(인지부터 신규 계약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립니다), 심지어 마케터 앞에서 결제하지도 않아서 애널리틱스로 트래킹이 안 된다는 거죠(세일즈 단계에서 계약이 결정됩니다). 그렇다면 B2B 비즈니스에서 마케팅을 무슨 일을 하는 걸까? 아니, 애초에 마케팅이 필요한 건 맞았나? 이게 제가 풀어야 할 첫 번째 문제였습니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왜 내가 하필이면 이 물에서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지... 그 문제가 제 앞에 놓여 있었어요.
응애. B2B에서는 나도 아기 고양...마케터인 제가 원하는 건 '레퍼런스'입니다.
영어 아티클 한글로 번역한 이론서가 아니라...
재직 중인 기업의 B2B 마케팅 부서에서 일한 지 이제 딱 1년 정도 되었습니다. 초반 6개월은 B2B 비즈니스의 생태에 대해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이해하고, '일단 급한 일부터 하자'를 반복하니 끝나버렸습니다. 나머지 6개월 정도는 그나마 B2B 마케팅스러운 전략과 액션을 몇 가지 실행하니 흘러가버렸고요(조금 뿌듯?). 가장 힘든 건 회사에 B2B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 없고, 해본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무엇을 1번째 TO DO로 삼아야 할지 회사도 잘 몰랐고, 그걸 오롯이 마케터 1-2명이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게 굉장히 컴컴한 터널을 걷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이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B2B 마케팅을 검색하면 자료 자체가 많지도 않을 뿐더러, 그럴듯한 전략은 있지만 실제적인 레퍼런스가 없는데요. 어쩌면 다른 기업에 재직 중인 B2B 마케터들도 동일한 페인포인트(Pain point)로 느끼고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래서 제목에 대한 답은 뭐냐고요? 완전한 답은... 사실 저도 찾아가는 중입니다. 짜잔, 확답을 내리기에는 제 업이 아직 완벽하지 않아서요. 다만, B2B 비즈니스가 스케일업(Scale-up)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전략과 실행이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업을 통해서 획득할 수 있는 고객 풀(Pool)에는 분명 한계가 있고, 확보한 기고객 및 미래의 손님들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마케팅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기존에는 B2C 중심의 마케팅 사례가 많이 공유되어 왔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는 B2B 마케팅의 방식이 비즈니스 스케일업 측면에서 기여도가 다소 낮다고 받아들여지는 감도 없잖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대부분 대표가 아닌 직원이기 때문에, 마케팅 전략과 실행만큼 '실제 성과를 트래킹할 수 있는가', '업무 기여도를 수치화할 수 있는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마케터들은 특히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죠.
B2B 마케터 커뮤니티를 시작하는 이유
이런 고민과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앞으로 해당 브런치 및 SNS 그룹에 차근차근 정리하여 올릴 예정입니다. 하지만 모든 답을 혼자서 찾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하여, 함께 빈칸을 채울 타사의 B2B 마케터를 찾고 있습니다. 가벼운 연대를 통해 서로가 서로의 조언자가 되면 어떨까요? B2B 비즈니스에 기여하고 있는 마케터라면 누구나 신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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